어떤 할머니들은 ‘이거 받아가지고 되것나? 미안해서 우짜꼬?’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어떤 분은 거스름돈 100원드릴려고 하면 ‘됐다마!’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가시는 분도 있습니다.
제가 지금 근무하는 보건지소는 일반 병의원까지 나가는 거리가 30분이상 걸리며 그것도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고 버스를 이용하려면 기다리는 시간이 더 걸리는 오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직장을 가진 젊은이는 거의 없고 집에서 농사지으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나 아이들이 주 고객이지요.
보건소는 방문수가제입니다. 일반 병의원은 행위별 수가로 무슨 질병에 무슨 치료를 했나에 따라 진료비가 결정되지만, 보건소는 의료취약지역주민을 위한다는 취지로 무슨 질병에 무슨 치료를 하든 한번 방문에 900원을 받습니다.(물론 보험될 때이고 비보험치료도 있지만 일반 병의원보다는 비교할 수 없이 싸지요.)이런 수가는 지역주민들중에 미안스러워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니까 너무 싼 것같기는 합니다.
어떤 할머니들은 ‘이거 받아가지고 되것나? 미안해서 우짜꼬?’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고, 어떤 분은 거스름돈 100원드릴려고 하면 ‘됐다마!’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가시는 분도 있습니다.
시골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대로 순박하시고 인정이 많으십니다. 그리고 말이 안통하는 일도 많이 있습니다. 말이 통하더라도 막무가내로 우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번 주같은 경우는 과거에 지방신문에서 일하셨던 분이라고 들었는데 아파서 진료를 받으러 온 것도 아니고 지나가다 혈압을 재러 들어왔는데 마침 내과선생님과 간호사가 방문진료를 나가서 기다리시거나 다음이 오시라니까 화를 내시며 혈압을 잴 수 있게 하고 방문진료를 나가든가 아니면 방문진료를 나가지 말아야지 보건소에서 혈압을 못잰다고 언성을 높이시더니 당장 면장을 만나서 따지겠다며 면사무소로 가셨습니다.
뭐 이런 의사소통이 안되는 사람이 시골의 노인들에게서만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때론 순박한 시골 사람의 채취를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평소 고혈압으로 읍내병원에서 약을 타는 A할아버지가 좀전에 보건지소에서 감기로 약을 타간 B할아버지와 같이 지소로 들어오셨습니다. 그리곤 대뜸
“느그들 보건소는 사람들 공짜로 치료한다고 이래도 되능기가? 어이?”하시며 화를 내셨습니다.
그러자 간호사 L씨 “아이고 할아버지 왜 그러십니까?"
“이거 봐라 약이 이기 뭐꼬? 이가 약이가? 내가 읍내 병원에서 약을 받는데 보여주까? 봐라 봐라 이기 약이다. 이건 뭐꼬? 치아뿌라.마.”
그리고 할아버지가 내민 약봉지에는 한 봉지에는 약 알수도 많고 빨강, 파랑, 하양, 노랑, 둥근 것, 긴 것 형형색색의 약들이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고 할아버지 약이 이리 색깔있고 많다고 좋은기 아닙니다.”
“뭐라카노? 느그들 공짜로 약받는다고 대충 몇알 넣어가지고 이리 할라믄 치아삐라.”
이번 의약분업의 주 목적중에 주사제의 오남용을 막자는 것이 하나입니다. 의사들이 약값이 많이 남는 주사제를 남용한 듯 오해를 할 만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이 스스로 주사제를 선호하는 경향이 심하다는 것은 일선의 의사라면 누구나 느끼는 것입니다. 되도록 주사를 적게 주려고 처방을 하지만 환자들이 그런 것에 불만을 느낍니다.
어떤 할머니는 감기로 와서 주사를 한대 놔드렸더니 뭔가 불만인듯한 표정으로 진료실을 나가지 않으시더랍니다. 그래서 물어보면 ‘전에는 두 대 놓더만 와 한 대 더 안놔주노?’하셨답니다. 다른 할아버지는 ‘그 모기똥만한 거가지고 뭐한다고 그라노? 바라 한 대 더 가져온나!’하시고는 바지를 안 올려서 어쩔 수 없이 한 대 더 놔준 경우도 있답니다.
이런 걸 보면 주사제를 얼마나 선호하는지 느껴지지 않습니까? 의약분업엔 오지의 보건지소는 예외지역입니다.앞으로 이런 일들은 계속 겪어야 될 일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