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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인/터/뷰 해외봉사 대통령표창 수상 명노철원장

하와이 군도 몰로카이 섬. 우리로 치면 소록도 나환자촌이라고 할 수 있는 그곳에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인물이 있다. 섬에 버려진 나환자들을 위해 16년간 사역하다 나병에 전염돼 순직한 다미앙 신부가 바로 그다.


그는 병에 전염된 사실을 알고 난 후 오히려 “이제야 그들과 진정한 형제가 될 수 있게 됐다”며 “하나님 감사합니다”고 기도를 드렸다고 한다.
그리고 여기 ‘그를 닮고 싶다’는 일념하나로 지난 40여 년간 국내외 오지를 넘나들며 나환자 및 소외계층을 위한 진료에 평생을 헌신해 온 사람이 있다.

 

 


 “나눔 대상이 없는 사람은 불행”

 

한국의 다미앙 신부를 꿈꾸는 명노철 원장(명치과의원)이 지난달 26일 대한민국 해외 봉사상 시상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시상식 다음날인 27일 다미앙 신부의 혼이 살아 숨쉬는 하와이 몰로카이 군도로 순례여행을 떠날 예정이라는 그를 지난달 23일 만났다.


그는 대통령 표창 수상 보단 여행에 대한 기대로 더욱 들떠 있는 모습이었다.
“꼭 가보고 싶은 곳이었어요. 벌써 몇달전부터 예약을 해 놓고 손 꼽아 기다려 왔는데 저의 정신적 지주이며 인생의 안내자였던 다미앙 신부님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몰로카이 섬을 돌아보는 이번 여행은 40여 년간 봉사활동을 뒤돌아보는 의미 있는 여정이 될 것 같아요”
비록 순례여행 차원의 출국이긴 하지만 이번까지 하면 올해만 11번째 출국인 셈이다.
그는 수년째 필리핀, 태국,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카자흐스탄, 아프리카, 중국 등 해외 오지를 누비며 나환자들과 소외계층을 위한 치과의료봉사 및 빈민지역 교육사업을 해오고 있다. 
그가 이처럼 치과의료봉사에 매진하게 된 것은 지난 1969년 서울치대병원 수련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한국구라봉사회 일원으로 시작한 국립 소록도나병원에서의 치과의료봉사가 국내의 30여 한센병 환자 및 가족 정착촌으로 확대됐다. 이후 지난 1981년부터는 필리핀, 태국, 몽골, 베트남, 캄보디아, 카자흐스탄, 아프리카, 중국 등 해외 후진국 및 개발도상국의 나병원 및 나환자 정착촌 등 해외오지로 봉사 영역을 넓혀왔다. 
특히 지난 2005년에는 해외 의료진료·구호사업과 국내 외국근로자들의 복지사업을 위해  ‘영원한  빛과 사랑의 샘’ 이라는 뜻의 ‘Well International’이라는 국제구호 NGO를 만들어 해외구호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의약 기술 발달로 사실상 국내에는 나환자들이 거의 사라졌어요. 단지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찾았을 뿐이예요. 어렵고 못살던 시절 우리가 받았던 도움을 이제는 갚아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그가 해외로 눈을 돌린 이유는 이외로 간단했다.
나병으로 손과 발을 절단한 불편한 몸을 이끌고도 “의수를 끼고 뜨개질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 던 필리핀 할머니의 ‘미소’, 나병으로 두눈을 잃고서도 “틀니만은 예쁘게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던 베트남 할머니의 ‘작은 바람’,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아이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 등.


40여 년간 봉사를 멈출 수 없도록 그를 붙든 것은 언제나 ‘사람’이었다.
“단지 지구촌 곳곳 손길을 기다리는 사람들 곁으로 가서 그들의 친구가 되고 싶었을 뿐이예요. 나누고 봉사하는 대상이 없는 사람들이야 말로 불행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요. 아주 작은 도움의 손길이 많은 사람들의 삶을 크게 바꾸어 놓지요. 치과의사들이 작은 사랑을 전하는 일에 더욱 더 앞장섰으면 합니다”
지금쯤 그의 정신적 멘토인 다미앙 신부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몰로카이 섬 순례를 마치고 돌아 왔을 그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강은정 기자 huma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