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상호간 ‘만남과 나눔’

정기호 비전트레이닝센터 소장
(대한성공회 노숙인 전문재활센터)

현대 사회복지분야에서는 민간의 역할이 다시금 중요시 되고 있습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많은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전통적인 가족공동체, 지역공동체가 해체되면서 개인들은 고립화 되는데, 이러한 사회문제를 정부나 정치조직만이 해결하기에는 너무도 광범위하고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도 근래에 들어 사회구조가 급격히 변화하고 다양한 사회문제가 발생되고 있어 민간의 참여가 더욱 더 절실해지고 있습니다. 이미 노인인구가 10%를 넘어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고, 10년 후에는 14%가 넘어 고령사회로 접어들 전망이어서 사회복지계의 화두가 되기도 하였으며 이혼율, 실업률이 증가하고 IMF 구제금융 이후 급격히 증가한 노숙인의 경우처럼 예상치 못한 사회문제들이 발생하곤 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우리사회의 복지제도나 사회 안전망의 인프라는 충분치 못한 상태여서 공공의 조직과 지원만으로 해결하는 것은 언제나 한계를 보여 왔던 것입니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민간참여의 대표적인 예가 자원봉사입니다. 아시다시피 Volunteer(자원봉사)는 Will, Desire를 나타내는 라틴어 Voluntas(자유의지)에서 기원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자원봉사는 자유의지에 따른 타인을 위한 활동이며 무보수적 활동, 비정치적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원봉사활동은 선진사회에서 공동체의 위기를 극복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위대한 힘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9·11테러 당시 미국이 사회적 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연인원 6천만 명에 달하는 자원봉사자들의 힘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사회에서 자원봉사 활동은 아직 매우 미약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자원봉사의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는 사람은 20%에 불과합니다. 50%가 넘는 선진국들에 비해 그 수가 매우 적을 뿐 아니라 내용적인 면에 있어서도 또 지속성의 측면에 있어서도, 더더욱 취약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열린치과의사회의 활동과 같은 치과의사 여러분들의 활동은 우리 사회의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조직적, 지속적 활동에 기반하고 있으며 탈북자, 북한주민, 노숙인, 노인 등 정치적인 이유로 또는 우리사회의 선입견으로 손길이 닿지 않는 이들에 대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원봉사를 받는 기관의 일원으로서 또 우리사회의 한 일원으로서 매우 감사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한 가지 바라는 점은 이러한 활동이 진정한 ‘만남과 나눔’이 되었으면 하는 것입니다. 자원봉사는 ‘봉사’라는 말로 인해 자선적 행위, 구제하는 행위로 생각하여 가진 자가 일방적으로 주는 행위로 인식되기 쉽습니다. 그러나 자원봉사는 주는 자와 받는 자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인간 상호간 ‘만남과 나눔’의 활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자원봉사자는 나의 아픔이 아니며, 내가 고민할 필요가 없을 지라도 그 대상자의 상황과 마음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일방적으로 주는 행위에서 벗어나 진정한 만남과 나눔의 활동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만남과 나눔’의 자원봉사활동은 흔히 나비효과에 비견됩니다. 물질적 도움 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생각과 정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작은 도움이 그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어려운 이웃들이 불행에서 벗어나면서 사회를 더욱 밝고 행복하게 만들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치과의사 선생님들의 이러한 행복한 발걸음이 지속되고 확대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