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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지 기자가 본 치과계 김상훈 동아일보 기자/의료계도 ‘글로벌 숲’을 보자

 

 

올해 설 명절은 유독 추웠다. 길은 온통 빙판길이었고, 도로는 주차장이었다. 연휴가 짧은 터라 그 어느 때보다 귀성전쟁이 ‘격렬’했다. 필자도 그 와중에 몸살을 앓기도 했다.
뒤늦게 다 지난 설 연휴 타령을 하는 이유가 있다.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설 연휴가 시작되기 하루 전인 1월 23일 보건복지가족부 출입기자들에게 한 보도 자료가 배포됐다. 그 보도 자료를 열어보는 순간 적지 않은 기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그들의 표정에는 ‘어이없다’는 감정도 살짝 엿보였다. 그 보도 자료는 국내의 대표적인 의료단체인 대한의사협회가 보낸 것이었다.


보도 자료는 설 연휴 기간 중 특집으로 편성된 방송 프로그램 중 한방 건강프로그램을 취소하라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의협은 “검증되지 않은 정보 제공으로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크다”며 해당 방송사측에 방송 취소를 공식 요구했다.
의협이 문제 삼은 프로그램은 KBS 1TV의 ‘몸, 음식으로 다스린다’, MBC 라디오의 ‘아침을 달린다’였다. 의협은 나아가 “이 프로그램에서 의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은 한방 건강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방송의 공공성을 해치고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는 내용의 항의공문까지 전달했다.
기왕 이야기를 꺼낸 김에 의협의 주장을 좀 더 들어보자.


의협은 “한방요법 중 상당 부분이 아직까지 의학적, 과학적으로 명확히 검증되지 못했고 오히려 인체에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는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또 “문제의 프로그램이 방송된다면 국민의 혼란만 가중되고 결국 국민건강에 치명적인 위해와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의협은 나아가 “방송을 강행할 경우 가능한 모든 조취를 취할 것이다”고 강경대응 의사까지 밝혔다.


이쯤 되면 대한한의사협회의 반응도 궁금해진다. 한의협은 공식 대응할 경우 국민의 눈에 이전투구(泥田鬪狗)로 비칠 것이란 사실을 알았을까. 아직까지 공식적 입장은 밝히지 않고 있다. 다만 한의사들은 대체로 “의협의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억지일 뿐 아니라 한의사들의 의료행위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문제의 프로그램은 예정대로 방송됐다. 이제 의협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에 다시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의료계와 한의료계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필자 또한 그들의 갈등을 이미 수차례 기사화한 바 있다.
양쪽 모두 ‘국민’을 내세운다. 한쪽에서는 비의학적이고 검증되지 않은 의료행위(한방)로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오랜 세월 ‘국민’과 함께 하며 검증된 한방 의료행위를 인정하지 않는 양방 이기주의라고 반박한다. 그런데 왜 국민은 그들의 주장에 동조할 수 없는 것일까. 상당수의 국민은 그들의 싸움을 ‘밥그릇 싸움’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만 모르는 것 같다. 


최근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해외환자의 유치가 자유로워졌다. 필자는 지난해 해외 의료환경을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그 때 필자가 느낀 것은 “우리나라의 의료기술과 서비스 수준은 외국 어느 나라에 내놓아도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필자는 양방과 한방의 싸움을 ‘강 건너 불구경’의 심정으로 보고 싶지는 않다. 그들이 더 큰 숲을 봐주기를 기대한다. 지금은 국내에서 밥그릇을 다툴 게 아니라 글로벌 경쟁을 해야 할 때다.


양한방의 협진에, 치과진료까지 패키지로 엮어 해외환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막대한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다. 이 때문에 치의계도 해야 할 일이 많다. ‘진흙탕 싸움’에서 자유롭다고 멍하니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프런티어 정신’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