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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4)마음까지 살찌우는 밥상/이충규

H 원장 결혼식 때 특급 호텔에서 11코스의 정찬을 먹고 향기 좋은 와인을 한 병이나 마셔서 배는 부르고 취기도 적당히 오르는데 뭔가 허전하고 덜 채운 듯 한 느낌은 뭘까?
방배동 유명한 일식집에서 싱싱한 회와 여러 가지 음식 그리고 매운탕에 소주를 한 병이나 마셔도 역시나 배는 불록하고 목구멍까지 음식이 가득한데 아직 뭔가가 그리운 건 내안에 걸신이라도 살아서 인지.


훼밀리 레스토랑에서 여러 가지 음식을 시켜 배불리 나눠 먹고 맥주를 1000CC 정도 마셔도 아직은 뭔가가 그립다. 많이 먹어서 불유쾌한 느낌만 들고 몸에 좋게 잘 먹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저 위장만 혹사시켜 고단한 연동운동만 가중시켰다는 죄책감마저 든다.
외식을 많이 할수록 수명이 짧아진다는 어느 영양 학자의 말이 공감이 간다. 좋지 않는 식자재, 너무 많이 사용하는 조미료도 문제지만 더욱 중요한건  이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정성 결여라 할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음식을 만들었지 사람을 살지게 하기 위해서 만들진 않았으리라.


모처럼 한가한 휴일오후에 나를 위한 식사를 차려봤다.
가장 중요한건 밥이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찰기 좋은 밥만 보면 나는 군침이 돌고 먹고 싶어서 정신이 다 아득하다.
쌀은 일단 비싼 햅쌀이 맛있다. 봉투만 바꿔치기하는 가짜 쌀도 있다지만 대형 마트를 믿고 비싼 쌀을 사면 손해 보진 않는다.


압력솥에 밥을 할 때도 꼭 쌀은 물에 불려야 한다. 쌀을 씻고 마지막 헹구는 물은 국을 끓이기 위해서 쌀 뜬 물을 받아 놓는다.  한 30분 정도 불린 다음 대나무 소쿠리에 건져내고  한 시간 쯤 지나서 솥에 쌀을 넣고 물을 부은 다음 밥을 하는데 된밥을 좋아 하느냐 진밥을 좋아하느냐에 따라서 물 양이 달라진다. 이건 계량컵으로 얼마를 부어야 하는 게 아니라  밥 짓는 사람의 눈대중이 중요하다. 여러 번 해봐야 그 양을 알 수 있다. 많이 해보는 수밖엔 없는 것이다. 쌀을 불렸기 때문에 손등보다 물이 넘치면 안 된다. 쌀 높이보다 2센티미터 이하면 밥이 되고 3센티미터 이상이면 진밥이 된다. 압력솥에 따라서 방법이 천차만별이겠지만 중요한 게 꼭 뜸을 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밥이 다 됐다고 바로 불을 끄지 말고 5~10분정도 제일 약한 불에  솥을 더 놔둔 다음 불을 꺼야 한다. 밥이 잘 되어서 식구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으리란 믿음과 함께 기다린다.


미역국을 끓이기로 했다. 미역을 차가운 물에 30분 정도 불린 다음 소고기를 소금 넣고 참기름에 달달 볶고 다음에 미역을 넣고 볶은 다음 쌀 씻을 때 준비해 놓은 쌀 뜬 물을 부어서 한소끔 끓인다. 마늘을 칼 손잡이로 찧어서 넣고 전체적인 간은 소금으로 하고 마지막 간은 간장으로 마무리하면 된다.   


김을 준비한다. 시중에 파는 조미 김은 싫고 파래가 들어있는 김을 굽기로 한다.
연탄불에 구워야 제 맛인데 가스 불에 구우면 쉬 타버리니 프라이팬을 달궈서 구우면 된다.
양념장은 조선간장과 시중에서 판매하는 양조간장을 3:7로 섞어서 여기에 파를 가늘게 썰고 참깨를 듬뿍 넣고 마지막으로 참기름을 넣으면 양념장 완성이다.
총각김치가 익어서 맛있다. 핫도그만한 무는 사등분하고 이파리는 따로 잘라서 먹기 좋게 말아서 접시에 둔다.


압력솥에 김이 빠지면 뚜껑을 연다. 와! 환상적인 밥 냄새! 여름 태풍을 이겨내고 가을 햇살을 가득 담은 쌀이 꽃을 솥 안에 기름지게 피어낸다
뜨거운 밥을 김에 싸고 양념장 바르고 입에 넣고 하하 호호 후후 뜨거운 김 빼면서 오물조물 씹으면 밥의 구수함과 김의 향기와 양념장의 절묘한 조화, 여기에 잘 익은 총각김치를 한 입 깨물면 아! 들녘의 풍요와 바다의 평화가 느껴진다.
곁들여 미역국을 고기와 국물과 미역을 가득 떠서 먹으면 내 몸이 살아나고 내 위장도 기뻐 미소 짓는 것 같다.


마지막 입가심은 누룽지다. 미역국 끓이고 남은 쌀 뜬 물을 살짝 밥이 누른 솥에 넣는다. 많이 넣지 말고 누룽지 바닥에서 3센티미터 정도만 물을 부으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