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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6)행복한 외도(外道)


신문과 방송을 접하는 게 두려운 세상입니다. 즐겁고 희망찬 기사는 거의 보기 힘들고 마음을 무겁게 하는 내용들 뿐입니다. 지난해는 두말할 나위도 없고 올해 들어서도 용산철거민참사를 비롯하여 경기침체와 천정부지로 치솟는 환율은 우리를 무겁게 합니다.


치과계 역시 전세계적인 불황의 늪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환자가 줄었다느니, 수입이 감소했다느니 하는 정도는 양호한 푸념이 되었고, 문닫을 위기에 놓인 치과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인데 어차피 좋은 시절 있으면 힘든 시기도 있기 마련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살벌해졌습니다.

 

현재의 한국 경제 시스템으로 볼 때 올 한 해 가장 타격을 입게 될 대상은 자영업자들이라고 합니다. 물론 치과의사같은 전문직 자영업자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영세한 가게나 식당 등 소규모 자영업자들이라는 것이지요.


‘88만원세대’라는 책을 읽고 절망했습니다. 우리 자녀들의 세대가 이토록 절망적이고 참담하고 세대내 경쟁만이 아니라 세대간 경쟁까지 겹쳐진 이 상황에서 한국사회에서 경제인구에 편입되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인지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하게 됩니다.

 

그래도 희망이 있으니 세상은 살만합니다. 얼마전 김수환 추기경님의 선종과 추모행렬을 보면서 이 세대는 그래도 희망이 있고 갈망이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종교를 떠나 많은 국민들이 더 낮은 곳으로 임하시고자 평생을 사셨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해 고뇌하신  분을 추모하는 행렬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경제위기와 사회갈등에도 불구하고 우리들 마음속에 강하게 남아있는 정의와 사랑의 갈망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프랑스의 성자라 불리는 삐에르 신부님은 “이웃의 가난은 나의 수치입니다”고 고백했습니다. 그가 성자로 불리는 이유는 나눔을 최고의 미덕으로 알고 사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선종하신 김수환 추기경님의 조문행렬이 그치지 않는 것도 그가 이 시대의 아픔을 가장 열심히 고뇌하셨고 나눔의 철학을 몸소 실천하시려 평생 노력하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치과의사들은 다른 어떤 집단보다도 유난히 외도(?)가 많은 집단입니다. 음악, 미술, 연극, 스포츠 등 상당히 다양한 분야에서 취미 정도가 아니라 프로 수준으로 활동하시는 치과의사들이 참 많습니다. 지역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지역사회의 중요한 역할을 하시는 분들을 정말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참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욕심을 좀 더 낸다면 더 즐거운 외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 즐거움은 이웃과 나눌 때 얻어집니다. 자신에 대한 만족감과 성취감도 남을 통해, 남과의 관계에서 이루어질 때가 가장 강하게 드러납니다.


내가 힘들면 남은 더 힘듭니다. 지금처럼 전 지구적으로, 전 국가적으로, 지역적으로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비록 우리도 힘들지만 그래도 남들보다는 조금 더 가진 집단으로서 우리의 재능과 기술과 가진 것들을 이웃과 나누려 노력하는 ‘나눔의 바이러스’를 실천하는 것이 지금 이 시기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행복한 외도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