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한 의사가 인턴 일기라는 책을 출간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과연 인턴은 어떤 생활을 하는가 궁금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인턴 시기를 보냈을까 하는 것도 알고 싶어 그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 책을 읽고나니 나도 인턴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차곡이 써서 모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글이 실릴 때면 이제 인턴이라는 위치에서 일을 하게 된지도 어느덧 한 달 여의 시간이 지난 즈음이 될 것이다. 언제까지나 마냥 학생일 것만 같았던 6년의 학창시절은 순식간에 머나먼 옛 이야기처럼 멀게만 느껴지고, 어느새 한 사람의 사회인이자 직장인, 그리고 치과의사로서 한 걸음 내딛었다는 것이 뭔가 대단하기도 하지만 또 막상 아직 크게 실감은 잘 안 나는 요즈음이다.
인턴을 지원하기 전에 선배님들이 “모를 때 한 번은 하겠지만 알고서 두 번은 못 한다”는 말을 하셨던 기억이 떠올라 걱정스런 마음을 안고 원서를 썼다. 예전에 유행했던 ‘코끼리를 냉장고에 넣는 방법’에 대한 유머도 생각이 났다. 재료공학과는 고무로 냉장고를 만들어 넣고, 수학과는 코끼리를 미분하여 냉장고에 넣는다는 등의 학과별 특색이 있는 유머였는데, 그렇다면 병원에서는 어떻게 할까? 정답은 ‘인턴에게 시킨다’이다. 우스갯소리지만 사실 또 전혀 근거가 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어쨌거나 인턴은 주어지는 모든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가장 낮은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병원 피라미드 서열의 가장 아래에 있는 인턴이라, 눈치 보지 않고 무엇 하나 마음대로 하기 어려운데다 거의 진료실이나 의국 내에서 생활하다 보니 몇 평 공간 안에서 생활하게 되는 치과의사의 삶이 벌써 시작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진료가 끝나고 의국으로 올라오는 길에는 옥상에서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태양을 바라보면서 ‘이렇게 또 금방 하루가 흘러 가버리는구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고, 이렇게 작은 공간 안에서만 살고 있으니 기회가 될 때마다 넓은 녹색 필드를 찾으시는 치과의사 선배님의 마음도 어느정도 이해가 될 법 했다.
인턴끼리도 같은 층에 있지만 서로 얼굴도 잘 마주치지 못하다가, 인턴 모임으로 모이기만 하면 어느 과가 힘들었다느니 나는 어떤 일도 해야 했다느니 하는 넋두리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떠들어 대기 바쁘다. 턴이 바뀔 때는 전혀 새로운 환경으로 다시 들어가게 되는지라 여기저기서 인턴을 찾을 때면 당황하기 일쑤였다.
응급 당직을 혼자 서면서 환자가 통증을 호소하여 새벽에 응급실로 내원했는데 미숙하게 치료한 것 같아서 다음날 환자가 재내원했을 때 레지던트 선생님들께서 실망하지는 않을까 조마조마했던 일, 응급 처치를 하자 환자의 통증이 금방 없어져서 환자가 기뻐하면서 “역시 대학병원은 달라”하면서 돌아갔던 일, 술에 잔뜩 취한 환자가 와서 치료해 달라고 떼쓰면서 가지도 않고 행패를 부리다가 병원 복도에다 잔뜩 토하고 가서 혼자 치워야 했던 일 등. 지금뿐만 아니라 한참 세월이 지난 후에도 추억의 한 자락으로 간직할만한 어렵고도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인턴 생활을 시작하여 지낸 시간보다 이제 해야 될 시간이 더 많이 남았다. 긴 시간동안 힘든 일도 많이 겪고 어려운 일도 많이 겪겠지만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는 말을 항상 가슴에 담고 생활한다면, 고생은 그만큼 사람을 성숙하게 만들므로 나도 한층 더 성숙한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대학병원 인턴으로서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처음 시작하게 되어서 보다 전문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자세나 지식 등을 깊이 배울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이라는 설레임, 배우고자 하는 열망을 계속 잊지 않고 한명의 치과의사로 거듭나기 위해 하루하루 더 노력하는 수련의가 되도록 항상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