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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45)"예" 의료봉사단 화태도 진료일기/신정일

어제 아침 안개가 짙게 끼어 화태도에 갈 수 있을까 걱정했었는데 아파트 앞섬이 어렴풋하게 보인다. 아침 일찍 진료장비를 차에 싣고 애양원진료에 나섰는데 치료실에서 아침 일찍 우리 진료팀을 기다리는 낯익은 할머니 할아버지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 마주잡는 손길이 따사롭다.


애양원에서 진료를 마치고 소호동 요트계류장으로 향했는데 바람이 많이 불어 풍랑주의보가 발효돼서 바다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주의보가 해제되기를 기다리며 준비한 도시락으로 이른 점심을 해결하고, 일단 의료봉사호를 타고 돌산도 신기마을에 가서 객선으로 옮겨 타기로 했다.


화태도는  돌산도 바로 앞이니 그것이 빠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풍랑주의보가 내려진 바다는 초보 선장인 나에게는 만만치 않았다. 브릿지에서 바라보니 파도가 바람에 하얀거품을 내고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하지만 뒤에서 들리는 묵직한 저음의 디젤엔진소리는 나에게 힘이 되어주었고 그대로 파도를 가르며 신기로 향했다. 신기에 거의 다다랐을때 신기 오른쪽으로 보이는 화태도가 손에 잡히는 듯하다. 신기로 가는 것보다 화태도가 더 가까울 것 같다는 생각에 그대로 화태도로 향했다. 이러다 해양경찰에 혼나는 것은 아닌지 내심 초보선장인 난 걱정이 되었다.


화태도 앞바다는 항상 물살이 거친데 오늘따라 잔잔하다. 뱃전에 이장님이 환하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장님도 우리가 오지 못할까봐서 내심 걱정을 많이 했다고 한다. 진료를 마치고 집에서 음료수나 한잔하고 가라며 이장님께서 옷소매를 잡아끄신다. 작년에도 이장님집에서 점심을 얻어먹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지쳐있는 진료팀을 생각하니 그냥 못 이기는 척 이장님을 따라나섰다. 이징님 집에 들어서자 조그마한 개 한 마리가 우릴 반긴다. 이장님 사모님께서 상을 내오셨는데 정말 진수성찬이다. 요즘 새조개가 한창이라 정말 푸짐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소호동 계류장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그때까지 풍랑주의보는 해제되지 않았고 바다는 더 거칠어져 있었다. 브릿지에서 맞바람을 맞으며 앞으로 전진했다. 우리 진료팀들은 선실에서 곤히 잠들어있다. 이렇게 배가 흔들리는데도 다들 천하태평이다. 잠시 이렇게 고생하는 나를 몰라주고 얼굴 한번 내밀지 않고 잠만 자는 우리 직원들이 원망스러웠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잠시 배에 무언가가 쿵하고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급히 엔진을 정지하고 보니 통나무가 왼쪽 스크루를 날려버린 것이다. 엔진을 역회전, 전진, 후진 해보았지만 시꺼먼 연기만 내뿜고 움직이질 않는다. 이걸 어쩌나 초보선장이 일냈구나. 해양경찰에 구조요청도 못하겠고, 바람은 더욱 거세게 불어 파도는 높아가고,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려하는데, 하는 수 없이 한쪽 엔진만으로 앞으로 나아가기로 했다. 조심조심 조그만 부유물이라도 보일라치면 엔진을 정지하고 타력으로 앞으로 나가며 조심했다. 파도가 점점 거세져 배가 심하게 흔들린다. 핸들을 잡은 손에는 식은땀이 베어 나왔다. 교본에 나온대로 갈지자로 항로를 잡으며 어렵게 소호동에 닿았다. 정말 안전한 항구에 도착한 선장의 마음을 누가 알까. 도착하자 기지개를 켜고 나오는 우리직원들.
내가 “배가 이렇게 흔들렸는데도 걱정도 안됐어?”하니 섬이 집인 김성숙 코디가 하는말. “우리 동네에서는 이정도 파도는 파도도 아니에요”한다.
짐을 챙겨 치과에 돌아오니 벌써 컴컴하다. 풍랑주의보 때에는 바다에 나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