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7 (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1450)마술 공연 도전과 기쁨/김유준

마술  공연  도전과  기쁨


생각해보면 어릴 적의 난 수줍음이 많은 아이였다. 사람들 앞에 나가서 무엇을 해야 한다는 것은 나에겐 큰 두려움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턴가 그런 내 모습이 싫었던 것 같다. 그 후로는 떨리는 마음을 꾹 참고 노래도 하고 발표도 했다. 그리고 기왕 할거면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 이후에 돌아오는 박수와 칭찬의 보상을 즐기게 되었다.


20살 대학생이 된 후에 제일 처음 빠졌던 것은 춤이었다. 중고등학생시절 율동도 해본 적이 없던 나였기에 춤추는게 어색한 것이 당연했다. 그렇지만 무대에서 관중들의 시선을 받으며 춤을 추고 박수를 받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나도 그렇게 되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연습했다. 무엇을 하든 내가 하는 일은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만큼 잘해야 직성이 풀리는 내 성격 때문이다.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난 공부보다는 잡기에 더 소질이 있다고 스스로 생각하니까~~) 어느순간 난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그들 가운데에 있었다.


난 내 직업이 아닌 이상에는 굳이 그것의 전문가만큼 잘하고 싶은 욕심은 없다. 취미일 뿐인 잡기이므로 그냥 내 스스로 만족할 만큼 이루고 나면 흥미가 다소 사라진다. 춤도 그랬고, 기타, 볼링, 스키, 보드, 마술 등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마술에 처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21살 때였다. 친한 선배가 보여주는 동전과 카드 마술이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그것을 몇 개 배워 신나했지만 그 때는 내가 마술을 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러다 4년 전 본과 3학년이 되면서 다시 마술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인터넷을 찾아보고 책을 사서 공부하고 강의를 들으러 다니기도 했다. 재미있었다. 마술의 비밀들이 공공연히 TV나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고 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신기해하고 즐거워했다. 주변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것이 좋아서 난 또 새로운 마술을 연구했다. 1분을 보여주기 위해선 10시간을 연습해야 하는 경우가 다반사 이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마술은 많지 않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그 앞에서 보여주는 close-up magic과 무대 위에서 하는 stage magic으로 나눌 수 있다. 처음에는 당연히 간단한 것부터 시작하지만 이게 익숙해지자 난 무대에서 마술을 해보고픈 욕심이 생겼다. 그 때 기회가 찾아왔다. 졸업여행에서 마술공연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과대표가 제의를 해왔다. 난 당연히 승낙했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열심히 준비했다. 관객이 대부분 나의 동기들이었기에 부담 없이 즐겁게 공연할 수 있었다. 공연은 나 스스로 만족할 만큼 잘 진행되었고, 그것을 계기로 두 번의 공연을 더 하게 되었다. 1년을 이렇게 보내고 나니 마술에 대한 욕심이 한풀 꺾였다. 그리고 한동안 마술도구들은 손에 잡지 않았다.


그러다 얼마 전 또 한번 기회(?)가 찾아왔다. 소아치과학회 창립 50주년 학술대회라는 큰 자리에서 마술 공연을 해보면 어떻겠냐는 교수님의 건의를 받게 되었다. 한동안 쉬어서 손도 굳었고 또 전공의 1년차 인지라 할 일도 너무 많았기에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또 욕심이 자라고 있었다. 내 몸이 힘들어도 이런 큰 무대의 기회는 다시 오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에 해보겠다고 말씀 드리고 준비를 시작했다. 교수님께서는 기존에 하던 대로만 편하게 하라고 하셨지만 난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illusion magic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이것은 stage magic의 한 분야로 사람이 사라지고 칼로 찌르고 하는 등의 마술을 일컫는다.) 당연히 준비할 것도 많아지고 도와줄 사람들도 필요했다. 다행히 교수님들께서 적극 후원해주시고 동기들이 나서서 많은 도움을 주었다. 글로써 다 쓰기에는 부족한 난관이 많았지만 여러 사람들의 도움 덕에 무사히 공연을 할 수 있었다. 공연 후 며칠을 감기에 시달려야 했지만, 얻은 것이 너무나 많은 공연이었기에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다.


마술로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은 많이 이루었기에 이제 난 아마 또 다른 무언가에 도전할 것이다. 다음은 무엇이 될지 모르지만 하고 싶은 것, 또 잘 하고 싶은 것이 아직 너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