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탐방 기획시리즈 3
불황없는 잘나가는 치과 그들만의 경영 비결은?
기공실 운영 ‘신속·정확 보철물’환자 만족 극대화
지방 대도시에서 10여년 동안 개원하고 있는 P치과의원은 전반적인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이 끊이질 않는다고 소문이 났다.
P치과의원의 L원장은 습관적으로 내원한 환자들에게 대화를 자주 시도한다. 굳이 구강질환과 치료에 대한 얘기가 아니어도 좋다. 처음엔 쑥쓰러워 하거나 부끄러워하던 환자들도 어느 순간 가족처럼 대화가 오고가게 된다. 실제 치료에 들어가기 전에 환자와의 신뢰는 이미 두텁게 쌓여가고 있었다.
환자와의 잦은 대화 신뢰 ‘쑥쑥’
L원장은 치료에 대한 치과의사의 의견을 전달하기에 앞서 환자가 궁금해 하고 하고픈 이야기들을 하도록 유도한다. 자연스런 대화가 이뤄지는 자체부터 치료는 시작되는 것이라고 L원장은 굳게 믿고 있다. 물론 잦은 대화로 인해 더 많은 환자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환자들의 발길이 꾸준하다는 것을 L원장은 알고 있다.
“대다수의 환자들은 자기의 궁금증을 먼저 해소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충분히 들어주고 나서 궁금해 하는 포인트 위주로 설명해 주면 환자의 이해도도 높아지고 치료에 대한 결과도 좋아집니다.”
일반적으로 진료 시간을 줄이기 위해 적지 않은 치과의사들이 환자 상태를 중심으로 진단하고, 그 상태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환자에게 쏟아내는 형식으로 대화하는 것과는 분명 차이를 보였다. 환자가 이해하기도 힘든 전문적이고 일방적인 대화와는 달랐다.
실제로 L원장은 혼자서 하루에 평균 20~25명 정도의 환자를 진료하고 있으며, 많아도 35명을 넘지 않는다. 직원에 따르면 L원장의 진료스타일을 잘 아는 환자들은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동안 궁금한 사항들을 미리 체크해 진료실로 들어간다고 귀띔했다.
“환자들에게 대기시간이 길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고 치료도 중요하지만, 진료실에서의 환자의 눈높이에 맞는 설명으로 궁금증을 해소시켜주는 것이 진정 환자들이 원하는 게 아닐까요?”
L원장 치과에 내원하는 환자의 30%는 실제 해당도시 외 지역에서 거주하는 이들이며, 이들 중에는 해당도시와 거리가 상당히 먼 타 지역에서 방문하는 환자도 일부 포함돼 있다고 했다. 기존 환자들의 소개를 받고 오는 경우도 상당수다.
진료과정 상당수 원장이 직접 처리
또한 L원장은 최대한 환자에게 의사의 손길이 많이 닿을 수 있도록 신경쓰고 있었다. L원장도 치과위생사 등 보조인력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긴 하지만, 이왕이면 직접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최대한 본인이 처리했다.
대합치 인상채득을 비롯해 코드 삽입, 아말감 카빙, 임시치아 제작 등을 환자가 보는 앞에서 최대한 L원장이 직접 해오고 있다. 그만큼 환자들의 진료에 대한 신뢰감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L원장은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이 치과도 첫인상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환자가 의사에게 진료 받으러 온 만큼 의사의 손길을 많이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공실 운영 통해 10% 비용 감소
그런데 잘 되는 치과라고 보기에는 L원장의 치과는 고가 의료장비와 고급 인테리어와는 거리가 먼 편이다. 꼭 필요한 장비와 소품만 갖추고 대신 치과 내 기공실을 두고 실질적으로 환자에게 필요한 서비스 확대에 더 투자하고 있었다.
L원장의 치과에는 타 치과와 달리 색다른 안내문이 환자대기실에 걸려 있다. ‘우리 치과는 보다 정확한 치과보철물을 제공하고 싶어서 기공실을 직접 운영하고 있습니다’는 안내문이다.
기공실이 치과 내에 있다보니 아무래도 환자들의 보철물 제작 시스템이 잘 이뤄져 환자들의 호응이 높은 편이다. 외부 기공소와 거래할 때보다 신속하게 제작돼 환자들에게 보다 빨리 전달되는 한편 수시로 환자의 상태 및 점검이 이뤄져 보철물의 정확성도 높아져 갔다.
처음 온 환자들도 규모가 큰 치과병원도 아닌 개인 치과의원에서 기공실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에 호기심을 보이며 대부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가 하면,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도 훨씬 원활하게 이뤄지는 등 치과경영에도 적잖은 효자노릇을 하고 있었다.
L원장이 치과 내에 기공실을 갖추게 된 것은 7년 전 치과내부를 리모델링하면서 늘어나는 환자와 공간 활용에 대해 고심하다 평소 기공실을 두고 싶다는 생각을 과감히 실천에 옮기면서부터다. 7년 전 기공장비 등 투자한 비용은 3천만원 이상이 들었지만 투자한 것에 비하면 얻는 것이 많았다고 L원장은 전했다.
초기투자비용이 부담되긴 하지만 우선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환자가 매년 늘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과거 외부 기공소와 거래할 때보다 인건비 등을 감안해도 평균 10%이상 비용 감소효과도 보고 있다. 현재 지르코니아 등 특수보철물을 제외한 90% 정도를 내부 기공소에서 소화하고 있다.
L원장은 “고가 장비 등 외부에 보이는 조건들을 모두 갖추었다고 해서 수익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며 “그보다는 환자에게 필요한 실질적 서비스에 우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 칭찬은 곧 환자 불안 해소
또 L원장은 직원을 자주 칭찬한다. 잘 했을 때는 당연히 칭찬해야겠지만, 조금 미흡한 부분이 있다하더라도 칭찬과 격려를 아낌없이 준다.
특히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직원이 큰 실수를 해도 절대 큰 소리를 내지 않는다고 했다. 실수를 지적하기 보다는 격려하거나 오히려 그 직원의 평소 잘하는 부분을 칭찬한다. 유니트체어에서 그 소리를 들으며 누워있는 환자를 먼저 생각하기 때문이다.
L원장은 “만약 진료 중에 직원을 나무라거나 큰 소리를 낸다면 유니트체어에 누워서 진료받고 있는 환자는 얼마나 불안하겠느냐”며 “반대로 칭찬하는 소리를 들은 환자는 내가 제대로 된 치료를 받고 있구나 하는 안도감을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간단하지만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문자예약 서비스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문자 서비스는 환자 내원 날짜 및 시간을 다시 확인, 상기시키는 목적도 있지만 환자들의 대기시간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유용하게 이용하고 있었다. 아울러 환자에 따라 내원할 경우 이뤄지는 진료와 주의사항 등도 담아 보낸다.
직원 개발교육 적극 지원
L원장은 치의신보를 비롯해 치과정보지를 꼼꼼히 본다. 그 중에서도 진료와 관련된 신기술이나 서비스 분야는 빼놓지 않고 체크하는 편이다.
특히 치기공 분야와 서비스 분야 등에서 직원들에게 유익한 교육 프로그램이 있다면 반드시 습득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끝으로 L원장은 “환자들의 발길이 꾸준한 치과들의 경우 어떤 거창한 노하우가 있다기보다는 환자와의 원활한 소통을 통해 환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 그것을 잊지 않는 마음가짐과 실천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에 덧붙여 “환자를 많이 보는 것만이 잘되고 좋은 치과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의사를 진정으로 믿고 따르는 ‘매니아’ 환자층이 두터운 치과가 지금 같은 불황시대에는 더욱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경철 기자 skc0581@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