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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기획시리즈 4]불황없는 잘나가는 치과 그들만의 경영 비결은?

■ 탐방 기획시리즈 4

불황없는 잘나가는 치과  그들만의 경영 비결은?

 

서울 강북에서 단독 개원중인 A원장은 한 지역에서만 20여년이 넘게 성업 중인 여자 치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환자들 간의 입소문을 타고 연 매출 6억 이상을 거뜬히 올리는 이른바 잘 나가는 동네치과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기공소를 함께 운영하며 내실 있는 치과경영으로 수익을 극대화 한다는 A원장의 진료철칙은 두 가지. 우선 환자에게 필요한 최소한의 치료만을 권한다는 것과 친절하고 상냥한 응대로 공포증을 느끼는 환자의 마음을 최대한 편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처음 병원을 열었을 때부터 최소한의 치료가 최고의 진료라는 생각으로 환자들을 돌봤습니다. 그랬더니 환자들이 점점 늘더군요. 한때는 매일 같이 밤 9시를 넘겨서까지 진료를 했습니다.”

 


"카페같은 치과…환자들 아늑함 느껴
옆집 누나·아줌마 같이 부드러움 전달
기공실 자체 운영…완벽 보철물 제공도"

 

 

환자입장 고려 고가 진료 강권 안해

A원장은 우선 환자가 받을 수 있는 치료의 종류 및 치료에 드는 비용을 상세히 설명하고, 이중 최소의 치료비용으로 저작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진료만을 권한다. 심미성 등의 문제는 철저히 환자의 판단에 맡기는 A원장. 고가의 치료가 필요한 부분이라면 오히려 다른 병원과 충분히 비교한 후 선택하라고 조언한다. 특히 다른 병원에 가더라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는 것이 한결같은 A원장의 진료태도다.


이렇게 한번 A원장을 접한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가기는 커녕 가족과 친구들에게 소개하며 입소문을 내 왔다는 것이 스탭들의 전언이다.
또한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에게 때로는 친언니, 옆집 아주머니가 진료해 주는 것 같이 편안한 분위기를 느끼게 해 주는 것이 A원장의 환자응대 비법.


“어머, 미선이 예뻐졌네”

실제로 기자가 약속된 취재 시간보다 병원을 조금 일찍 방문해 환자들 틈에서 기다리는 동안 A원장은 진료실을 오가며 눈을 마주치는 환자들에게 “미선(가명)이는 지난번에 왔을 때 보다 더 예뻐졌네. 오늘은 어머니랑 같이 안 왔니?”, “어르신은 지난번에 치료 받은데 아프지 않으셨어요?”, “지연(가명)씨는 오늘 데이트 하러 가나보다. 너무 예쁘게 하고 오셨네” 등의 인사말을 빼놓지 않고 건넨다.


A원장의 편안함에 더욱 빛을 더하는 것은 마치 아늑한 커피숍이나 갤러리에 들어온 것 같은 병원 인테리어. 편안한 마루와 옐로우톤의 은은한 조명, 간단한 미술소품을 보며 한잔의 원두커피를 마실 수 있는 대기공간은 공사를 한지 10년이 넘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깊이를 더해가는 느낌이다.
“카페 같은 인테리어 때문에 병원에 들어선 환자가 잘못 들어온 줄 알고 나간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동선을 조금 포기하더라도 환자들에게 더욱 아늑한 느낌을 줘 치과공포를 최대한 줄이는데 신경을 썼습니다. 처음 시공을 할 때도 병원느낌을 주기 싫어 일부러 병원 인테리어를 해본 경험이 없는 업자에게 공사를 맡겼는데, 병원을 처음 들어섰을 때 차갑지 않은 느낌을 주도록 한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밖에도 특별한 수익창출 비법이 있느냐는 질문에 A원장은 그런 것이 어디 있겠느냐며,  다만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필요한 지출항목을 줄여 내실 있는 병원운영을 하는 것이 실수입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A원장이 지적하는 지출항목은 과다한 홍보비용. A원장은 각종 광고에 들어가는 비용은 물론, 홍보만을 위한 네트워크 가입이 결국에는 누구의 부담으로 돌아갈 것인지를 염려했다. A원장은 같은 치과의사로 활동 중인 친구의 예를 든다.
“평범한 개원의로 활동하던 친구가 네트워크에 가입을 했습니다. 그런데 네트워크의 경우 원장 개개인들의 수익률이 모두 체크된다고 하더군요. 환자에게 예전에는 권하지 않던 진료를 권하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한탄하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며 네트워크 가입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렇다고 A원장이 지출에 대한 부담을 두려워 해 네트워크 가입을 무조건 피하라고 권유하는 것은 아니다. 본인도 체계화된 직원교육 및 관리, 치과관련 정보 획득을 위해 네트워크 가입을 적극 생각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자신이 운영하는 치과의 문제점을 곰곰히 생각하고 기본에 충실해 환자를 대하고 있다면 소신대로 병원을 운영할 것을 권장한다고.


‘좋은 보철물, 환자만족 두배’

또 하나 A원장이 내실 있는 수입구조에 일조하는 것으로 내세운 것은 치과의원과 함께 운영 중인 기공소.
“기공소를 운영하며 신속하고 정확한 보철물의 제작이 가능했습니다. 또한 어려운 케이스의 환자의 경우 기공소장과 함께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논의해 보철물을 제작하기 때문에 한번에 만족할만한 보철물을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시스템이 환자에게도 신뢰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A원장과 함께 일하는 B기공소장은 “A원장과 보철물을 제작하는 과정은 단순한 작업과정이 아니라 기공사로서는 한계가 있는 부분을 추가로 더 배우는 과정이다. 치과의사의 도움을 통해 치과기공사의 실력이 더욱 향상되고 이는 결국 환자 만족도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A원장은 ‘항상 환자를 위해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 자세가 우선’이라는 교과서적인 답과 함께 예상치도 못했던 병원입지가 치과의원의 수익증대에 한 몫을 했다는 흥미로운 말도 덧붙였다.

 


입주자 순환 빠른 지역이 치과입지 최고

“처음 개원했을 때만 해도 주변이 조용한 주택가였습니다. 그런데 의도하지 않게 아파트단지와 빌라촌이 들어서더군요. 개발됐다는 것을 말하려는게 아니라 입주자들의 유형이 바뀌고 환자가 늘었다는 점을 얘기해 주고 싶네요. 입주자들의 순환 주기가 빠른 주거지역, 무조건 큰 상권을 찾기보다는 신환자의 교체가 빨리 일어나는 지역을 찾아 개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번 진료에 만족을 한 환자는 멀리 이사를 가도 다시 찾아오거든요.”


즉 큰 상권만을 노리기보다 주거자의 순환주기가 빠른 지역을 찾아 병원입지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A원장의 치과가 위치한 지역은 원룸이나 작은 빌라, 오피스텔 등이 밀집해 있어 입주자의 순환이 빠른 지역이었으며 상당수의 치과가 밀집해 성업 중이었다.
A원장은 처음 개원할 당시만 해도 이 지역의 치과의원은 자신의 병원 하나였다며 점차 늘어난 치과의원들이 번화가는 아니더라도 꾸준히 환자가 늘어났음을 보여주는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A원장이 마지막으로 강조하는 것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을 내 사람으로 만들기. A원장은 스탭들에게 항상 환자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라는 잔소리를 멈추지 않으면서도, 한편으론 스탭들의 입장에서 직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한다. 


“스탭들에게 항상 스스로 비싼 진료비가 들 수도 있는 치과를 방문하는데 꼼꼼하게 따지지 않을 수 있느냐고 반문하곤 합니다. 다소 까다로운 환자가 오더라도 환자의 입장을 고려해 친절히 응하는데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입니다. 대신 고생하는 직원들을 위해 임금 외적으로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 노력합니다”


A원장은 기본 급여 외 스탭들의 건강을 위해 헬스나 수영 등의 활동비를 지원하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공부가 있다면 이 또한 적극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3명의 스탭들은 모두 10년 이상을 함께 한 베테랑들이다.
A원장은 후배 치과의사들에게 강조한다.
“병원을 경영하는 모든 원장들이 똑같은 교육을 받고 똑같은 지식을 갖고 있는 치과의사들입니다. 진료에 있어 최선을 다한다면 기술에 있어 얼마나 차이가 나겠어요. 환자입장에 서서 가족 같은 자세로 정성을 다해 진료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무리 어려운 시기라 해도, 그래도 치과의사들이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전수환 기자 parisie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