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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58번째) 매실을 담그며~ / 김동문

매실을 담그며~

 

김동문
포인트메디칼 부산경남영업소 차장


작년 이 맘 때쯤으로 기억한다.
한 지인의 호의로 매실을 잔뜩 얻었었다. 신경써서 챙겨주신 성의를 무시할 수 없어 넙죽 인사하며 받았다.
그 후 가을쯤 되었을까~
집사람이 매실 담근 게 다 익었다며 맛을 보란다.
평소 신걸 싫어하는 지라 싫다고 용을 쓰다 마지못해 한입!
‘어라, 이거 정말 매실이야?’ 그 맛에 감탄을 하며 열심히 먹다 보니 두 달 만에 동이 났다.
솔직히 섭섭했다. 맛이 제법이었으니깐~
그래서 내년엔 잔뜩 하리라 별렀다.
드디어 매실의 계절이 돌아와서 꽤 많은 양의 매실을 담기로 했다.


이번엔 집사람이 도와달랜다. 일이 많다나?
평소 집안 일을 잘 돕는 편이긴 해도 귀찮은 건 딱 질색인지라 이 핑계 저 핑계대면서 빠져나가다 결국 잔소리가 귀찮아서 실행을 했다.
하지만 이게 웬걸.
어찌 그리 잔손이 많이 가는지. 일일이 꼭지를 다 손질하면서 하려니 그 좋던 매실들이 아주 웬수처럼 보였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이 귀찮은 일들을 작년에 집사람 혼자서 했다 생각을 하니 문득 미안하고 한편으론 존경스럽기까지 하였다.
알고 보니 매실꼭지를 세심하게 다듬지 않으면 나중에 다 익고 나서 먹을 때 쓴맛이 받혀서 오히려 먹기가 불편하다고 한다.
이렇게 매실을 다듬는 동안 깜박하고 잊고 지냈던 생각이 났다.
‘디테일의 힘’, 예전에 모 회사에 근무 중 일때 당시 사장님한테서 선물 받았던 책이 생각났다. 이런 저런 내용이 있었지만 큰 줄기는 이러했다. ‘작은 일을 소홀히 하는 사람치고 큰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쩝~ 살다 보면 그럴 수 있지 않나?
중요하고 급하고 또 가치가 큰 일에 우선적으로 매달리다 보면 작고 귀찮고 사소한 일들엔 소홀해 지게 된다는 것.
또한 그런 걸 소홀히 한다고 해서 당장 크게 문제가 생기지는 않는다는 것 말이다.
하지만 나중에 시간이 흘러서 매실의 꼭지를 제대로 손질하지 않으면 끝맛이 시큼해지듯이 결국 우리의 삶도 그렇지 않을까?
무관심했었던 사소한 일들이 쌓이고 쌓여서 대의를 망치든지, 아님 인간관계에서 사소한 일이라 치부하여 조금씩 타인을 섭섭하게 했던 것이 나중에 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지는 않을까?
현재진행형을 살아가는 우리가 가끔씩은 과거완료형에서 내가 놓치고 가는 것은 없는 지, 그리고 바쁘게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더라도 가끔씩은 사소한 것에 필생의 노력을 기울여 보는 건 어떨까?

가을에 맛있는 매실즙을 즐기기 위해서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