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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5번째) 햇살의 떨림을 느끼며... / 유인숙

햇살의 떨림을 느끼며…

 

유인숙
연우치과의원 원장

 

 

여러분에게 희망의 증거는 무엇입니까?  
희망은 있기도 하다가, 잊기도 하고, 없는가 싶으면, 어느 틈엔가 나타나고…….
이렇게 불안한 것을 희망이라 이름붙일 수 있을까요?
여태껏 내가 품었었던 희망들을 떠올려 봅니다.
학생이었을 땐 좋은 성적 받아 좋은 대학 가는 것 이었고, 졸업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아 기르면서는 나의 아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라는 것이었고, 개업을 해서는 빚 갚고, 집 사고, 아이들 교육시키고, 여유로운 노후를 잘 준비하는 것이었습니다.
갑자기 내가 불쌍하게 생각되는군요.


여러분들은 다르시겠지요? 
그러나 저와 같은 것을 희망삼아 오늘을 살고 계신 분들은 저의 글을 끝까지 읽어봐 주시길….
저는  희망했던 것들을 대부분 이루었습니다. 그러나 잊고 사는 희망들도 있었나 봅니다.
때론 마음이 아프고, 때론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하니까요.


아니 어쩌면 내가 희망이라 여겼던 모든 것이 가짜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는 많은 생각들을 하고 그 생각들을 말로 글로 쏟아 냅니다. 행복했으면 좋겠다 생각하고, 행복해지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합니다. 생각해낸 방법대로 열심히 살아갑니다.
작은 희망을 품고, 또 이루어 가며 쉼 없이 살다보니 행복하냐는 질문에 맥이 빠집니다.
정작 행복이 무엇인지는 생각지 않고 여기까지 왔나봅니다.


그러면 우리에게 희망은 없는 걸까요?
‘희망의 이유’에서 제인 구달은 이렇게 말합니다. ‘말을 버렸을 때 다가오는 새로운 깨달음을 말로 묘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말은 경험을 풍부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또한 많은 것을 빼앗아 버리기도 한다. 말은 합리적인 자아의 일부일 뿐, 잠시 동안 그것을 포기하면 직관적인 자아가 좀 더 자유롭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우리 안의 ‘선한 본성’ ‘선한 의지’ ‘사랑의 유전자’가 바로 희망의 이유라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희망의 증거를 가진 우리들 자신이 바로 희망이어야 합니다.
괜히 엉뚱한 것에 희망을 걸었었나 봅니다.


잠시 말도 생각도 버리고, 눈을 감고 햇살을 맞아 봅니다. 여러 가지 감각들이 살아납니다.
생각으로 햇살을 떠올릴 때와 많이 다릅니다. 얼굴이 간질거립니다. 부드러운 바람처럼 나를 감싸는가 싶더니, 내 얼굴이 거품이 되어 한 방울씩 하늘로 올라갑니다. 내가 햇살인지 햇살이 나인지 구별할 수가 없습니다. 지구에서 태양까지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도 알것 같습니다. 과학 책에서 배울 때 정말 멀구나 생각했던 건 전부 엉터리였습니다.
잠시 말도 생각도 잊고 내안의 희망의 증거를 들여다 봅니다.
잘 안보입니다. 자주 보지 못 했던 거라, 시간이 걸리겠지요.
그리하여, 내가 ‘희망’이 되는 날.
그때 다시 묻고 싶습니다.  행복하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