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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기획] 늘어나는 치과 양도 양수 분쟁 신뢰 ‘흔들’

“구두 합의 ‘금물’…서류에 내용 꼭 기재해야”
7월 기획 늘어나는 치과 양도 양수 분쟁 신뢰 ‘흔들’

 


최근 신규개원이 줄고 기존 치과를 넘겨받아 개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가운데 양도양수 관련 분쟁 또한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계약 시의 개인적 부주의 뿐 아니라 부동산이나 관련 업체가 이 과정에 관여,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는 사례가 잇달아 보고 되고 있어 개원가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무엇보다 이 같은 회원 간 분쟁은 실제 법적·도덕적 책임 공방을 거치면서 치과계라는 ‘커뮤니티’의 신뢰를 일시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한 대비책이 없어 신규 및 이전 개원을 고려하고 있는 치과의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최근 치협 회원고충처리위원회(위원장 한성희·이하 고충위)에는 이 같은 유형의 분쟁을 해결해 달라는 치과의사 회원들의 요청이 답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도 후 인근 지역 ‘재개원’

 

한 지방 중소도시에서 개원 중인 A 원장은 지난 2006년 7월 현재의 치과를 인수하면서 상가를 함께 샀다. 이전 원장과는 개인적으로 인연이 있었을 뿐 아니라 서울로 이전한다는 말에 별 다른 생각 없이 부족한 구입자금조로 매달 일정 금액을 송금키로 하고 계약을 진행했다.
그런데 이전 원장은 2년여가 지난 후 별도의 양해도 구하지 않고 A 원장 치과에서 2km도 안되는 거리에 위치한 대단위 아파트 단지 상가에 다시 개원했다. 설상가상으로 A 원장 치과의 스탭들을 좋은 조건으로 스카우트하기까지 했다.


여자 치과의사인 B 원장은 2억여 원의 권리금을 주고 기존 치과를 지난해 4월 인수했다. 계약 시 양도한 원장은 본인이 시술한 임플랜트 환자를 계속 관리하겠다고 주장, B 원장은 진료기록부를 복사해 가져가고 필요한 경우 진료기록부를 전송해 달라는 요구에도 동의했다. 그러나 이전 원장은 인접지역에 다시 개원, 일부 진료기록부의 원본을 임의로 가져갔다. 또 계약서상에는 표기하지 않은 기자재를 반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신이 운영하던 치과를 상당액의 권리금을 받아 양도하고 곧바로 혹은 유학 등을 다녀온 후 근방에서 다시 개원하는 형태가 최근 분쟁의 가장 보편적 사례다.
특히 서울 등 수도권 대도시의 경우 ‘환자 유동성’이 풍부한 반면 이들의 이동반경이 넓은 만큼 인근 지역 재개원 시 분쟁의 소지가 다분하고 중소도시의 경우 피해를 보더라도 지역 사회 특성상 고소고발 등의 법적 대응이 결코 용이하지 않다. A 원장의 사례에서도 주위에서는 강경한 조치를 권유하지만 A 원장은 좁은 지역 사회의 정서를 고려해 망설이고 있다.
특히 법적 절차를 밟거나 상황을 정리한 이후에도 인간적 배신감 등의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해 환자진료에 전념할 수 없게 되는 등 후유증이 적지 않다는 것이 피해 당사자들의 호소다.

 

운영치과 권리금 받고 양도 후 근처에 다시 개원
전문 부동산 기획사 적극 관여 피해 사례 늘어
분쟁 피해 개원의 “대처 방법이 없다” 하소연

 

 

# 부동산·업체 등 ‘작전세력’ 개입

 

최근에는 개인 간 양도양수 뿐 아니라 일부 업체나 전문 부동산 기획사가 이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면서 피해를 본 사례가 늘고 있다.
수도권에서 개원 중인 C 원장은 모 전문 컨설팅 업체에서 인수할 치과를 소개받았지만 채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이전 원장과의 갈등으로 인해 결국 1년여 만에 다른 곳으로 치과를 옮겨야 했다.


D 원장의 경우 한 치과기자재 업체의 지역소장에게 인수할 치과를 소개받았다. 업체 소장은 이 치과의 지역 내 평가가 좋다며 적극적으로 계약에 나섰고 양도 원장의 경우도 거짓이나 숨기는 사항이 있으면 계약을 무효화하자는 등의 이야기를 서슴없이 건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D 원장은 새 치과 인수 작업에 한창이던 중 이 치과가 사무장을 채용, 수입의 대부분을 환자 유인 및 진료비 할인을 통해 형성해 왔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


서울지역 개원의인 E 원장도 지난해 3월 부동산 중개업자를 통해 양도할 치과의사를 소개받았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폐업처리를 하던 중 상대측에서 계약취소를 통보하며 권리금 인하를 요구했다. 이에 E 원장이 권리금을 내려받는 대신 일정금액에 해당하는 진료를 진행한 후 이전키로 하는 내용을 구두로 전달했지만 실제로는 인수인계 기간을 못 채우고 폭언과 폭력에 시달리면서 쫓겨나듯 물러나야 했다.
이처럼 일부 업체나 부동산 관계자 등 제3자의 소개로 이전 개원에 접근한 경우 갈등이 심해져 조율에 실패하면 상황이 매우 복잡해진다. 이들이 계약할 때는 적극적이지만 반면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사태 해결에는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중개업자가 개입한 경우 권리금 산정을 두고 잡음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자산가치 평가 시 누가 요청했느냐에 따라 자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또 계약 체결 후 중개수수료로 미리 일정액을 가져가 버리기 때문에 문제 발생 시 이 때문에 계약금의 반환이 어려워지는 사례도 있다.
또 이들이 현장에서 중재가 아니라 정보의 왜곡 등을 통해 양자의 근본적 갈등을 부추긴다는 비난도 있다.
이 같은 시각에 대해 관련 업계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모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분쟁은 제3자 소개 등 개인적 차원에서 진행된 계약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 경우 권리금 등 모든 것을 결정한 상황에서 컨설팅을 하려고 하기 때문에 업체로서는 성공적 이전개원 혹은 양도양수에 대해 조언할 여지가 거의 없다”며 “오히려 처음부터 전문가와 상의해서 면밀히 진행할 경우 이 같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꼼꼼한 계약서 ‘필수’

 

문제는 현재 이 같은 상황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막상 개원의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을 안고 이전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관련 분쟁으로 피해를 입은 C 원장은 “실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주변의 후배 치과의사들 역시 신규개원 시 이런 어려움을 많이 겪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분쟁 당사자나 관련 전문가들은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상호간 계약서를 명확히 작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까운 지인이라는 점에서 안이하게 생각하거나 해당 업체의 ‘네임밸류’ 때문에 이를 맹신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이미 구두로 약속을 했다하더라도 계약서 작성 시 이를 명시하는 것은 필수다. 특히 ‘재개원 시 인근○Km 내에서는 개원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명확히 규정하면 분쟁이 생겼을 경우에도 정리가 빠르다는 것이다.
또 권리금 산정 시에도 조금 귀찮더라도 해당 원장의 양해를 얻어 실제 개원 입지나 여건, 치과기공소 거래내역, 진료 차트, 세무관계, 환자 미수금 여부 등을 꼼꼼히 검토해 문서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만약 전혀 낯선 곳으로의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면 주위의 선·후배 등 인맥을 통해 해당 치과의 평판을 들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양승욱 치협 고문변호사는 “이전 치과의 환자 치료 후 미수금 관계 등을 반드시 체크하고 계약서 작성 시 최소 같은 광역시 단위 내에서는 재개원 불가 합의를 하는 등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해당 치과에 대한 권리금 산출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충위, 회원 ‘체크리스트’ 등 준비

 

이 문제에 대해 최근 치협에서도 관련 분쟁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 회원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주의 환기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달 23일 열린 치협 고충위에서는 이 치과 양도양수 분쟁과 관련한 대책을 집중 논의하고 특히 중·장기적으로는 표준계약 내용 및 주의사항을 마련, 연구 검토해 차후 발간할 고충위 백서에 이를 포함하는 등 대회원 홍보에 주력하기로 했다.


이 내용에는 치과 양도양수 시 권리금 산출근거, 장기치료환자 승계 문제, 진료기록 및 기자재 이관 문제 등 관련 분쟁 해결을 위한 포괄적인 조언들이 포함될 전망이다.
한성희 고충위 위원장은 “양도양수 분쟁은 치과의사 회원 간 분쟁 중에서도 그 증가추세가 가파른 유형”이라며 “양도양수 시에는 그 치과에 대해 냉정하게 평가하는 한편 구두로 합의한 내용을 무작정 믿지 말고 확실히 서류상에 이 내용을 기재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윤선영 기자 young@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