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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시리즈 다문화 가족]“더불어 사는 이웃 함께하는 지구촌” 1. 한국이 낯설다

[기획시리즈  다문화 가족] “더불어 사는 이웃 함께하는 지구촌” 

1. 한국이 낯설다

 

나이는 많고 하루 벌어 생활
“저한테 시집와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고향에 데려가겠다” 어린신부와 약속에 한숨만
‘이’라도 아프면 ‘덜컥’ “치료비 부담에 그냥 참죠”

 

다문화가족에 대한 의식전환
의료지원·한국어 교육 등
실질적 정부대책 있어야

 

글 싣는 순서

1. 한국이 낯설다
2. 그들의 심각한 구강건강상태
3. 모범적인 다문화가족 돌보기 사례
4. 대구 남구보건소 봉사 현장
5. 전북지부-도청 MOU 봉사
6. 다양한 지원 치과계가 나서다
7. 더불어 사는 사회 치과계 솔선수범

 


다양한 국가의 다국적 신부들이 몰려오고 있다. 중국, 러시아, 베트남, 태국, 필리핀,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외국인 신부들이 더 이상은 낯설지 않은 시대. 오는 2020년이면 한국사회의 다섯 가구 중 한가구가 다문화 가족이 될 것이라는 통계가 보여주듯 한국사회는 이제 새로운 사회구성원을 내 이웃으로 받아들이는데 마음을 열어야 할 때다. 그러나 저개발국가에서 왔다는데 대한 무시와 편견의 시선, 부족한 복지혜택 속에 눈물짓고 있는 다문화 가족들이 늘고 있다. 더구나 비보험이 많은 치과치료 분야는 이들에게 올라서기 쉽지 않은 높은 산. 이들의 어려움을 생활속에서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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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서 차량으로 7시간을 이동해야 도착하는 작고 외진 마을. 마을사람들은 대부분 강가에서 잡히는 물고기에 수입을 의존하며 꿈도 희망도 없이 살아간다. 이 가난한 마을에서 꽃다운 처녀로 성장한 홍쿤티어 씨의 희망은 잘 사는 나라 한국으로 시집가 가난한 가족들 사이에서 입 하나 덜어주는 것이었다.


서울시 노원구의 한 빌라촌 지하 단칸방에 세 들어 살고 있는 서봉진(53세)·홍쿤티어(26세) 씨 부부는 이제 결혼한지 채 2년도 안된 신혼부부다.
이들 부부는 지난 3월 건강한 아들을 출산해 행복에 들떴지만 기쁨도 잠시, 일일 건설노동자로 일하는 서 씨의 벌이로는 아기에게 들어가는 육아비용이 벅차기만 하다.
비가 오는 장마철이나 일거리가 없는 겨울 한철에는 몇 달이고 벌이가 끊긴다는 서 씨는 내년에 캄보디아에 있는 고향에 데려가겠다고 호언장담한 어린신부와의 약속을 끝내 못 지킬 것 같아 벌써부터 한숨을 짓고 있었다.


“평생을 혼자 외롭게 살아오다가 가정이라는 것을 한번 꾸려 보고 싶었습니다. 한국에서는 누가 저같이 가진 것 없는 사람에게 시집오려 하나요. 저를 믿고 먼 나라로 시집 와준 아내를 고생시키고 싶지 않은데 쉽지가 않네요.”
홍쿤티어 씨는 나이차이가 많이 나는 남편을 어눌한 발음이지만 꼬박꼬박 “오빠”라고 부르며 잘 의지하고 따른다고. 그녀는 오히려 한국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서는 늘 긍정적이다.


홍쿤티어 씨는 어눌한 발음으로 “돈 없지 않아요. 오빠가 돈 주면 먹고 싶은 것도 사먹고 아기 병원도 갈 수 있어요. 홍쿤티어는 한국이 좋아요”라며 미소 짓는다. 그러나 캄보디아에 두고 온 가족이야기에는 금세 눈시울이 붉어졌다.
홍쿤티어 씨는 캄보디아에 부모님과 어린 여동생(8세), 남동생(4세)을 두고 온 게 마음에 걸린다며 자신이라도 빨리 가족을 떠나는 것이 가난한 집안 살림에 도움이 되는 선택이었다고 밝혔다.


작은 방에 살아도, 남편이 돈을 적게 벌어다 줘도 언제나 밝기만한 그녀지만 남편이 아플 때나 아기가 아플 때면 한국사회가 차갑기만 한 것 같아 겁난다고.
얼마 전 이가 아파 병원에 다녀 온 남편이 치료비가 비싸다며 다음에 치료하겠다는 말을 했을 땐, 밝기만한 그녀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아기 아파서 병원 갔어요. 돈 많이 들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 아프면 돈 많이 들어요. 홍쿤티어도 이 아픈데 참아요. 나중에 아기도 이 아프면 어떻게요.”
홍쿤티어 씨는 아픈 어금니를 가리키며, 아직은 많이 아프지 않다며 나중에 많이 아파질 때까지 참겠다고 말했다.
나혜숙 사회복지사(노원구 북부종합사회복지관)는 다문화 가족에서 감기와 같은 작은 병치레의 경우 건강보험제도가 발달돼 있어 크게 문제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보험이 많은 치과치료의 경우 대부분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문화 가족에 큰 부담으로 다가갈 수 있다고 밝혔다.


나혜숙 복지사는 “일반 의료부분에 있어서는 다문화 가족에게 지원되고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건강보험제도를 비롯해 정부 및 민간단체가 조성한 기금이 많이 마련돼 있습니다. 그러나 치과영역에 대한 지원은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치과치료는 보통의 일반 가정에서도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 경제적 취약계층인 다문화 가족에게는 더 큰 어려움이 되곤 합니다”라고 말했다.
나혜숙 복지사는 이와 함께 우리가 다문화 가정에 대해 갖고 있는 일반적인 상식을 깨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문화 가족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경제적인 문제보다 외국인 신부들을 대하는 한국 가족들의 태도에 의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서봉진·홍쿤티어 부부의 경우 남편의 배려와 아내의 긍정적인 성격으로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고부간의 갈등 및 남편의 폭력 문제가 다문화 가족 문제의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실제 홍쿤티어 씨와 함께 캄보디아에서 한국으로 시집온 A씨의 경우 한국 시댁이 풍족한 편이라 경제적 걱정은 없지만, 오히려 단칸방에 사는 홍쿤티어 씨 부부를 부러워 한다고.
A씨의 경우 심각한 고부갈등으로 인해 우울증에 빠졌다. 시어머니는 한국말을 못하는 외국인 며느리를 윽박지르기 일쑤였고, 이에 겁에 질린 며느리는 굶기를 밥먹 듯이 해 고향에 있을 때보다 더 체중이 줄어갔다.


한 사회복지 전문가는 “외국인 신부들의 경우 경제적인 부분에 있어서의 기대치는 그다지 높지 않다. 오히려 열심히 경제활동에 참여해 발전해 가는 과정을 중시한다. 다만 가정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이 이들의 정착을 방해 한다”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외국인 어머니에 대한 위축으로 인한 문제는 2세의 성장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한국가정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 외국인 신부들은 한국어 습득이 느리게 되고 이로 인해 2세들의 언어발달에도 문제가 생긴다.  


서봉진 씨는 “아직은 아이가 어려서 그런지 의료비용이나 교육문제에 있어서 큰 어려움을 못 느낍니다. 그러나 머지않아 우리 가족도 문제의 다문화 가족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입니다”라며 한숨 지었다.
치과치료를 포함한 체계적인 의료 지원체계 및 한국어 교육 프로그램, 외국인 신부들을 받아들이는 한국인 가정들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다문화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이 조직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간단체의 봉사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 주도 아래 보다 실질적인 정책들이 추진돼야 합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전수환 기자 parisie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