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7 (화)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인터뷰]치과의사 출신 유영아 대구 남구보건소장

인터뷰 치과의사 출신 유영아  대구 남구보건소장

“다문화가족이 건강해야 우리사회도 건강”

 

“매주 보건소 진료 등 봉사 동참 치의에 감사”

“다문화가족 결혼이주여성도 이제 엄연한 우리나라 국민입니다. 한국에 와서 너무 고통을 받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이들 엄마가 바로 서야 자식들도 바로 서고 이들이 건강해야 우리 사회가 건강해지죠.”


지난 1999년 1월 9일 치과의사로는 최초로 보건소장에 취임한 유영아 대구 남구보건소 소장은 “보건소에 찾아 오는 결혼이주여성들이 갈수록 늘어가는데 얼굴 표정이 모두 우울하고 건강해 보이지가 않았다. 이들을 위해 보건소가 할 일이 무엇일까를 생각하다 치과진료 서비스를 해주기로 마음먹었다”며 남구보건소에서 ‘다문화가족 치아돌보미사업’을 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유 소장은 “송근배 교수님이 이들을 위한 구강검진을 위해 선뜻 적극 나서겠다고 말하고 대구지부 임원들도 보철치료까지 지원해주겠다는 말에 용기를 갖고 시작했다”며 “또한 치아가 건강해야 몸이 건강하고 모든게 좋아질 수 있기 때문에 이 사업을 운영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유 소장은 “다문화가족을 위해 매주마다 보건소에 나와 진료하는 치과의사 세분은 7년을 한결같이 봉사를 실천하고 있는 천사 중의 천사”라면서 “또한 치아상태가 좋지 않은 이들에게 무료로 보철까지 해주는 동료치과의사들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유 소장은 “결혼이주여성 중 상당수가 1천만원정도를 주고 매매혼으로 시집온 경우다. 이들의 구강상태도 엉망인데다 남편이 장애인이거나 가정 형편이 매우 힘든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등록돼 있는 사람은 그나마 가족으로 인정된 사람이며, 도망갈까 봐 집에 감금돼 구타를 당하는 이들도 많다”고 안타까워 했다.


또한 유 소장은 “이들 여성들 대부분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잘 먹지 못해 배가 아프거나 대부분 위가 좋지 않다”며 “남편과 시어머니 사이에서 인종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취약계층 중에서도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이라며 관심을 촉구했다.
유 소장은 “명진치과병원에서 무료로 치료를 받고 온 여성이 ‘자기나라에서 이런 치료를 받아보지 못했다. 치과에 갈수 있는 형편과 처지가 아닌데도 남구보건소 덕분에 치과치료까지 무료로 받게 됐다’며 한없이 울며 고마워하는 이도 있었다”고 사례를 소개했다.


“이 사업을 하면서 검진뿐 아니라 교육을 통해 이들이 스스로 관리할 수 있게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했다”는 유 소장은 “대구과학대학의 협조를 얻어 직접 쿠키를 만들어 본 뒤 집에 갖고 갈 수 있도록 했더니 다들 좋아했다”고 말했다.


유 소장은 “구강만 보다 건강상태가 너무 좋지 않은 것 같아 체성분 검사를 해보니 몸은 비만이고 아프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인 경우도 있고 대부분 자기 혈액형을 잘 모르고 있었다”며 이들에게 건강검진까지 해주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친분이 있는 한국의학연구소 소장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더니 100명에게 무료로 건강검진을 해주기로 했다”며 “검진결과 문제가 있는 경우 초등학교 동창인 대구시의사회장에게 동참을 호소했더니 희망기관을 접수받아 무료진료를 해주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유 소장은 “이들의 자녀들도 정서적으로 불안해하고 말을 잘 못해 IQ도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이들을 방치할 경우 우리 사회에 아주 위협적인 폭탄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이들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업을 전개하면서 (자신도) 다문화가족의 실태를 뼈속 깊이 알게된 것이 다행”이라는 유 소장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해 이들이 행복한 삶을 누리고 자녀들이 우리나라 국민들로 나라에 기여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에서 모범적인 다문화가족 돌보기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유 소장은 “우리는 다른 보건소와 사고가 다르다. 두발 더 앞서서 생각한다”면서 “작년과 재작년 전국 보건소 건강증진사업 평가에서 2년 연속 1등급을 받은 곳은 딱 두곳 밖에 없다. 서울 뿐만 아니라 전국의 보건소장들이 이를 다 잘 알고 있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이윤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