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다문화 가족
“더불어 사는 이웃 함께하는 지구촌” 4. 대구지부 회원 봉사 현장
7월 24일 오전 10시 대구 남구보건소 2층 구강진료센터. 이곳 대기실에는 베트남, 중국, 몽골,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시집온 결혼이주여성 10여명이 치과치료를 위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옆 사람과 반가운 얼굴로 담소를 나누는 표정들이 마냥 행복해 보였다.
보철까지 ‘무료’… “우린 행복합니다”
치과의사 3명 7년 넘게
매주 남구보건소서 봉사
글 싣는 순서
1. 한국이 낯설다
2. 그들의 심각한 구강건강상태
3. 모범적인 다문화가족 돌보기 사례
4. 대구지부 회원 봉사 현장
5. 전북지부-도청 MOU 봉사
6. 다양한 지원 치과계가 나서다
7. 더불어 사는 사회 치과계 솔선수범
보철지원 요청에 대구지부 회원들 ‘선뜻’
개인 치과 등 치료 다문화가족 100명 넘어
외국인 근로자 무료진료센터 개설해 봉사
대구 남구보건소(소장 유영아)가 전개하고 있는 ‘다문화가족 치아돌보미 사업’이 전국적인 모델이 되고 있는데는 대구지부(회장 김양락) 임원들과 회원들의 동참이 있어 가능하다.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진료가 이뤄지고 있는 남구보건소에는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마다 이기호 한마음 연합치과의원 원장, 김경환 미르치과병원 원장, 조창식 윌치과병원 원장이 자기 병원의 스탭들과 함께 하루에 15명 정도의 다문화 가족을 위해 진료봉사를 하고 있다. 이 원장과 조 원장은 화요일 오전에, 김 원장은 금요일 오전진료를 맡고 있다. 특히 조 원장은 장애인들을 전담해 치료하고 있다.
경북치대 대학동기인 이들은 장애인 치과진료를 시작으로 7년이 넘게 남구보건소에서 치과진료봉사를 벌이고 있는, 유영아 소장의 말대로 ‘천사중의 천사’다.
기자가 보건소를 찾은 이날은 김경환 원장이 스탭 4명과 함께 오전 9시 15분부터 12시가 다 돼서야 진료를 마쳤다. 이들은 진료를 끝내자마자 숨돌릴 틈도 없이 옷을 갈아입고 오후 진료를 위해 자신의 병원으로 바쁘게 걸음을 재촉했다.
이들 3명의 자원봉사자 뿐만 아니라 대구지부 회원들이 다문화 가족의 치과진료를 위해 헌신적으로 나서고 있다.
김양락 대구지부 회장이 병원장인 명진치과병원을 비롯해 다다연합치과(정철 부회장), 우명수 치과(총무이사), 손희용 치과, 해와달연합치과, FM치과병원 등 대구지부 임원과 킴스치과, 덕영치과병원, 이현 치과, 민들레치과, 정치과 의원 등 14개 치과에서 보건소에서 하기 어려운 치료와 보철치료까지 전액 무료로 해주고 있다. 대구시치과기공사회에서도 강병균 회장을 비롯해 13명의 치과기공사들이 보철기공을 위해 동참했다.
지난달 24일까지 보건소 뿐만 아니라 개인치과에서 보철치료 등을 받은 다문화가족이 100명을 넘어섰다. 앞으로 11월말까지 대구광역시에 있는 다문화가족들이 상당한 비용의 치과치료를 무료로 받게될 예정이다.
대구지부는 치과의사인 유영아 소장으로부터 다문화 가족들에게 틀니까지 무료로 해주자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 들여 임원들이 앞장서 동참하고 전 회원에게 협조공문을 통해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대구지부는 이곳 뿐만 아니라 임원들과 자원봉사 치과의사들이 외국인노동자를 대상으로 대구적십자병원 2층에서 3년째 진료봉사를 계속 하고 있다. 또한 임원들은 성보재활원에서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진료를 해주는 등 활발한 진료봉사를 펼쳐오고 있다.
진료봉사에 동참하고 있는 김석순 킴스치과의원 원장은 베트남에서 시집온 루투이홍(33세) 씨와 중국에서 온 장영애(48세) 씨에게 1천2백만원에 달하는 충치치료와 보철치료를 해주었다.
덕영치과병원에서는 필리핀에서 온 레이첼(19세) 씨와 베트남 출신 다오탄땀(23세) 씨에게 1천5백만원 상당의 충치치료와 보철을 무료로 해줬다.
김양락 대구지부 회장은 “유영아 소장으로부터 다문화가족에게 보철치료가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고 지부차원에서 동참하기로 했다”며 “어려운 진료환경에서 기꺼이 동참해준 회원들이 말로 못할 정도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유영아 소장은 “대구시치과의사회가 보철치료까지 무료로 치료해주겠다는 말에 용기를 갖고 이 사업을 시작했다”며 “자원봉사 치과에서 치료를 받은 다문화가족이 눈물을 흘리며 고마워하고 있다”면서 동료치과의들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시집온 지 2년 반이 됐다는 호티베하이(24살) 씨는 “치과치료를 받으려면 돈을 많이 내야하는데 이런 프로그램이 있어 너무 좋다”며 “너무 고맙다. 아는 친구에게 소개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1차 진료를 마치고 미르치과병원에서 턱교정 수술을 하기로한 왕해영(중국 하얼빈 출신) 씨는 “그동안 많이 아프고 좋지 않아 단단한 음식을 먹지 못했다”며 “보건소 위치를 몰라 40분 동안 헤맸지만 너무 좋다”고 만족해 했다.
중국 베이징에서 온 썬야(34살) 씨는 “원장님이 상담도 잘 해주고 검진도 잘 해주셨다. 다음 진료도 약속했다”며 “(한국의약연구소)건강검진도 약속해 놨다”고 자랑했다.
8살 딸아이의 충치치료를 위해 보건소를 찾은 토야(몽골, 한국명 김선영) 씨는 “그동안 비싸 치료받을 엄두가 안났다”며 “인천에서 살다 대구로 온지 1년 됐는데 보건소에서 검진과 무료 치료까지 해주니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날 보건소에서 자녀를 포함해 15명의 다문화가족을 치료한 김경환 원장은 “오늘이 상반기 마지막 진료”라며 “치아건강이 아주 좋지 않은 다문화가족을 위해 진료를 하고 있다는데 큰 보람을 느낀다”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이날 진료에서 김 원장과 봉사팀은 치료가 무섭다며 치료를 안받겠다고 울며 불며 자지러지는 8살 여자아이를 달래느라 15분정도 실랑이를 벌이는 등 상당히 애를 먹기도 했다.
이윤복 기자 bok@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