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봉사·그림
“건강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다”
오전에 학교로 출근 11년째 진료
오후엔 늦깎이 미술학도 그림 삼매경
80세 불구 활동 왕성…10월 첫 개인전
우광균 인천연일학교 치과보건관리소장
"건강이 허락하는 한 치과진료봉사와 그림은 계속 하고 싶습니다.”
여든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진료봉사와 그림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우광균 인천연일학교 치과보건관리소장은 오전에는 인천에 있는 정신지체장애아동학교인 연일학교에서 진료를 하고 오후에는 곧장 미술학원에서 그림 삼매경에 빠진다.
지난 1999년 40년간이나 운영해온 정든 치과를 정리하고 치과 관련 기자재 전부를 연일학교에 기증했다. 우 소장은 몸소 소장을 맡으며 치과보건관리소를 개소, 11년째 진료봉사에 몸담아오고 있다. 지난 1997년에 개교한 공립 인천연일학교는 정신지체장애아동 특수학교로서 현재 유치부를 비롯해 초·중·고 및 전공과(전문대학) 등으로 구분해 총 36학급 250여명의 정신지체장애아동이 교육받고 있다.
“평소 이 사회에 입은 은혜를 늘 감사하면서 기회가 되면 사회에 환원했으면 하고 생각해 왔는데 마침 연일학교에서 나를 필요로 한다는 소식을 접하고서 하루라도 건강할 때 실천하자고 결심했죠.” 지금도 우 소장은 아이들을 치료하고 집으로 향할 때가 가장 즐겁단다.
그렇게 오전에 봉사진료를 하고 난후 오후 시간도 의미있게 보내자고 생각해 3년전 망설이다가 무작정 집 근처 미술학원을 찾아간 게 지금까지 그림을 그리게 됐다.
소년시절부터 그림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우 소장이기에 막상 학원 문턱을 넘고 나니 의욕도 넘치고 참 열심히 그림을 배웠다. 남보다 30분 먼저 가서 30분 늦게 집으로 오곤 했다. 학원 원장도 이런 우 소장을 열심히 지도해 줬고, 그만큼 우 소장의 그림도 나날이 늘어갔다.
“처음엔 몸이라도 상할까 아내의 만류도 있었지만 이제는 적극 응원해 주고 있다”며 우 소장은 웃어보였다. 실제 집 거실 중앙에 걸려있는 그림은 아내가 제일 좋아하는 그림이라고 자랑했다.
최근에는 집에 그림 작업실 공간도 만들고 그림 그리기에 더욱 흠뻑 빠져 살고 있다. 오는 10월에는 첫 개인전도 가질 참이다. 우 소장은 “그냥 농담으로 그림전시 한번 해볼까 하고 말한 것이 현실이 되고 말았다”며 “더 늦기전에 전시회를 열자는 주변의 권유도 많고 해서 하기로 했지만, 요즘 걱정도 되고 부끄럽기도 하다”고 전했다.
10월10일(토) 인천 연일학교 갤러리에서 그동안 우 소장이 정성껏 그린 작품 40여점이 전시될 예정이다.
우 소장이 그린 작품은 서양화 가운데 아클릭 물감을 활용한 풍경화와 정물화가 많다. “마음 같아서는 직접 길을 떠나면서 생생한 풍경들을 화폭에 담고 싶은데 여든 노인이다 보니 길을 떠나는 것 자체가 어려워 상당히 아쉬움이 큽니다.” 이에 우 소장은 과거 찍은 사진들을 주로 참고해 작품 소재로 삼고 있다.
3년전과 달리 요즘은 더욱 눈도 어둡고 손도 떨려 작은 그림 하나 완성하는데도 한 달 이상은 족히 걸린다고 했다. 그래도 허송세월 보내는 것보다는 훨씬 행복하다고.
우 소장은 “진료봉사도 그렇고 그림도 눈 감는 직전까지 손을 놓고 싶지 않다”며 “특히 그림의 경우 운명 직전까지 그린 작품이 가장 값어치 있다고 하지 않느냐”며 미소 지었다.
아울러 우 소장은 기회가 된다면 그림과 관련한 치과의사 동호인들과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도 덧붙였다.
신경철 기자 skc0581@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