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다문화 가족
“더불어 사는 이웃 함께하는 지구촌”
■ 본지 게재 캄보디아 신부 가족 무료진료 나선 최병기원장
“외국인 신부·가족 희망 안겨 주고 싶었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문화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에 관심을 갖고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치과의사를 찾기란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다.
다문화가족 기획시리즈 제1탄 ‘한국이 낯설다’편(본지 7월 27일자 8면 참조)을 통해 소개된 캄보디아 신부 홍쿤티어 씨가 최근 노원구에 위치한 ‘좋은얼굴 최병기치과의원(원장 최병기)’에서 무료치과진료를 받고 있다.
최병기 원장은 서봉진(53세)·홍쿤티어(26세) 부부의 어려운 사연을 전해 듣고 “타국의 어린신부가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도 힘들 텐데 아픈 치아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것을 주변지역에 있는 치과의사로서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두 부부의 치과치료를 선뜻 수락하고 나섰다.
“안타까운 사연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서봉진·홍쿤티어 부부 치료 진행
봉사활동은 하는 사람 더 값진 경험”
현재 일용직 건설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서봉진 씨의 치료는 일단 일거리가 없는 시기로 늦춘 상황이며, 우선 부인인 홍쿤티어 씨부터 먼저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치료를 시작한 홍쿤티어 씨의 치아건강상태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최병기 원장은 “아직 젊은 신부라 그런지 충치 외에는 구강건강상태가 좋은 것 같다. 사랑니 발치까지 포함해 4회 정도 병원을 방문하면 치료가 끝날 것 같다”며 “오히려 남편의 치아건강이 염려되는데 생계때문에 병원을 찾을 시간이 없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홍쿤티어 씨가 받고 있는 치료는 충치치료와 사랑니 발치, 스케일링 등으로 총 치료비만 90여 만원에 달한다.
홍쿤티어 씨는 “이번 기회가 아니었다면 아마 이가 많이 아플 때까지 더 기다렸을 것이다. 치료를 해주신 최병기 선생님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번 치료를 맡은 최병기 원장은 열린의사회 명예회장으로서 평소에도 매년 태국, 몽골 등 빈국을 찾아 치과진료봉사를 펼치고 있는 봉사활동 전도사로서, 노원구치과의사회 명예회장, 조선치대 재경동문회장 등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활동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최 원장은 “봉사활동은 봉사를 받는 사람에게도 좋지만 봉사를 하는 사람에게 더 값진 경험을 하게 한다”며 “우리나라도 어려운 시절에 주변국들로부터 얼마나 큰 도움을 받았는지 잊지 말고, 우리나라에 새로운 가정을 꾸리러 온 외국인 신부와 그 가족들에게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만간 일정을 잡고 최 원장을 방문하겠다는 서봉진 씨는 “아내가 스케일링을 받고 와서는 너무 무서웠다며 눈물을 글썽이는 것을 보고 한참을 웃었다”며 “이렇게 무료로 치료까지 받게 될 줄 몰랐다. 감사한 마음을 어찌 전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봉진·홍쿤티어 부부의 치료과정을 함께 진행하고 있는 나혜숙 사회복지사(노원구 북부종합사회복지관)는 “사실 치료과정까지 쉽게 연결될 수 있을지 한편으론 걱정이 되기도 했는데, 병원을 들어선 순간부터 따뜻하게 홍쿤티어 씨를 맞아주는 치과의사 선생님과 스탭분들에게 감동했다”며 “주위의 따뜻한 관심이 다문화가족은 물론 우리와 같은 사회복지사업 관계자들에게도 큰 희망을 갖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첫날 치료가 끝나고 최병기 원장으로부터 한아름의 칫솔을 선물 받은 홍쿤티어 씨는 “이제는 더 이상 한국이 낯설지 않은 내 나라가 된 것 같다”며 환하게 웃음 지었다.
전수환 기자 parisien@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