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한 감사
옥 용 주
강남차병원 양악수술클리닉 조교수
언젠가부터 혼잣말처럼 늘 감사하다는 말을 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아침에 눈을 떠서 건강히 하루를 시작해도 감사하고, 전날 과음으로 머리가 띵해도 애써먹은 안주를 토하지 않았기에 감사하다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아침에 수영장에서 자유형을 할 때는 ‘음~파’하는 호흡법 대신 속으로 ‘사랑한다~감사하다’라고 주문을 외우는 습관도 최근에 늘었습니다. 같이 일하는 분들이 저를 믿어주어 기쁘고 사랑하는 가족들이 지켜보아 주어서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제 일터인 수술장에서는 환자가 삽관이 완료되어 무사히 수술을 시작하게 되면 감사하고 수술 중에 안정된 생징후를 보여주어 고맙습니다. 좋은 동료이자 집도하시는 선배님이 수술을 잘 끝내주셔서 감사하고 적은 봉급으로 따라와 주는 직원들에게 늘 고마운 마음입니다. 감사함의 리스트는 정말 감사하게도 줄지 않는 옹달샘마냥 계속해서 샘솟습니다.
제가 이런 습관을 가지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습니다. 중학교때 천상병 시인의 시 구절중에서 ‘인생이 잠깐 다녀가는 소풍’이라고 하는 말을 인상깊게 읽은 영향도 있을 것이고, 살면서 가까운 사람을 잃게 되는 소중한 경험을 하고 나서일 수도 있습니다. 수련시 주치의로서 저를 믿고 따라와 주었으나 결국 돌아가셨던 구강암 환자분들을 통해서 배운 것일 수도 있고, 낙하산 부대에서 훈련받을 때 무사히 땅에 착지한 이후로 이런 생각들이 더 강화된 것 같기도 합니다.
삶의 자질구레한 단상들이 모두 감사함으로 바뀌게 되는 것은 개인적으로 놀라운 경험입니다. 늘 행복할 수 있고 도전할 수 있으며 노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쉽게 지치지 않고 좌절하지 않으며 주위 사람들을 포용할 수 있도록 마음의 크기를 넓혀 줍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적게 주면서 배려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모든 일들이 전부 저에게 다시 에너지가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점에서 저는 가장 이기적인 사람이라고도 생각해 봅니다.
최근에는 성형외과에서 양악수술 등의 악교정 수술을 하겠다고 대대적인 광고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해보지 않고 체계적으로 배우지 않은 수술임에도 환자들이 찾아오기에 대대적으로 광고를 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감사함이 아닌 그들에 대한 미움과 분노가 먼저 싹을 틔었습니다. 하지만 환자를 가지고 실습하면 안 된다는 논리로 그들을 미워할수록 오히려 제 마음은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았습니다. 이렇게 계속되면 내 밥그릇이 위태롭구나 하는 생존의식이 무의식에서 자라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들에게도 감사의 마법을 적용해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더욱 열심히 할 수 있도록 자극을 준 분들이고 노력하지 않으면 빼앗길 수 있다는 현실의 시장논리를 가르쳐 준 소중한 분들입니다. 더 좋은 결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홍보를 통해서 알리고 브랜드를 키우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는 마케팅 원칙을 깨우치게 해 주었다는 점도 제 감사함의 리스트에 넣어야 하겠습니다. 그분들이 있음으로 해서 제 마음속 포용의 호수가 조금 더 깊어졌기에 감사합니다.
이 글을 정리하고 곧 수술장에 내려갑니다. 수술 시간에 맞추어 원고를 쓰게 해준 저 자신에게 감사하고, 진부한 내용의 글을 끝까지 읽어주실 동료 치과의사분들께도 진심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