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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84번째) 신라왕들을 알현하다!(하) / 손 창 인

신라왕들을 알현하다!(하)


손 창 인
손창인치과의원 원장


<지난호에 이어>

둘째날은  그 높은 토함산을 넘어 문무왕을 보러가야 한다. 추령재! 너무 높아 구름도 발길을 멈춘다는 그 고개를 생각하니 잠이 오지 않는다. 아내도 걱정인 모양이다. 수년간 단련된 몸이 해결해 줄 것이라고 아내를 위로했다.
자는둥 마는둥 새벽 6시 우리는 필승의 각오로 이번 여행의 최대 난코스 추령에 도전한다. 지옥을 거치지 않고 천국에 갈 수 있나! 아무도 없는 보문단지 새벽의 공기를 자전거가 가른다. 페달밟는 발길이 경쾌하다.


보문 호수를 벗어나자마자 오르막이 시작된다. 4도의 가파른 경사, 5도 6도… 경사각이 상승한다. 저 멀리 덕동호가 보인다. 숨이 턱에 찬다. 덕동호에서 숨을 고른다.
다시 출발 뱀같이 구불거리는 추령길, 산을 돌아 내리막 오르막을 반복. 황룡교에서 다시 페달을 멈춘다. 바짝 솟은 업힐, 문무왕 보기가 이렇게 어렵나?


흐르는 땀 주체 못하고 다리에는 마비가 온다. 오직 자전거 바퀴만 보고 오른다. 멀리 구름낀 추령재 정상이 보일듯 말듯 마지막 안간힘을 다한다.
안개낀 추령터널 이정표가…, 그곳에 조그만 칡찻집! 우리는 그곳에서 쉬어가기로 했다. 토함산 자연칡차 한잔에 피로는 물러나고 마지막 정상도전! 옛길 추령길로 오른다.
초입 12도의 살인적인 경사! 세월가듯 천천히 구름속으로 우리는 들어간다. 멀리 백년찻집이 보인다. 구름인지 안개인지 새벽의 백련찻집이 우리를 맞는다.


하늘아래 아무것도 없는 듯이… 여기가 정상! 고도 400m가 넘는 10km의 업힐. 도전의 두려움은 가시고 저 멀리 동해가 우리를 손짓한다. 정상에서의 기쁨도 잠시, 우리는 다운힐에 도전한다.
오른만큼의 내리막경사, 또 10km 위험하다. 속도 35km로 줄인다. 순식간에 기림사 3거리까지로 향한다. 기림사 일주문지나 천왕문 사천왕께 인사드리고 약수터에서 꿀맛같은 감로수 한잔 마시니 여기가 천국.


기림사 대적광전 천수천안 관음전을 거쳐, 자갈깔린 기림사 경내 벤치에서 피로를 푼다. 시간이 없다. 기림사를 나와 신문왕의 감은사지로 달린다. 차들이 옆으로 쌩쌩.
위험을 무릅쓰고 내달아 감은사지석탑을 보며 냉수 한모금, 다시 페달을 밟는다. 내려쪼이는 태양! 짠 바닷내음이 코를 스친다. 동해 7번국도에 올라선다.


동해바다다! 바닷가 저 멀리 문무대왕암이 파란바다에 떠있고 파도치는 해변이 우리를 오라한다. 해변가 대왕암앞 식당에서 회 한 접시로 허기를 달래며 삼국통일을 이룬 문무왕을 알현한다. 흰 파도 부서지는 대왕암은 그렇게 역사를 얘기하고 있었다.

 

셋째날 아침! 아내가 경주교회에 가고 나는 라이딩 준비를 한다. 11시 돌아온 아내와 요즘 인기드라마의 주인공 선덕여왕이 잠든 낭산 여왕릉을 알현하기로 했다. 보문언덕을 다시넘어 분황사 네거리에서 남쪽으로 달린다. 경주시내는 자전거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 한결 수월하게 달릴 수 있었다.


구릉이 많아 업, 다운이 많은 편이다. 경주낭산! 신라중악이라 일컫는 얕은 100m 높이의 야산이지만 그 산세가 범상치 않아 역시 선덕여왕릉이 위치할 조건을 갖추었다. 입구 공사중인 사천왕사를 지나 산길로 접어든다.


몇몇 관광객이 있을 뿐 한가롭기 그지 없다. 자전거로 산길을 오르는 우리를 박수로 응원한다. 신이난다. 없던 힘도 솟는 듯 강하게 1-5로 페달을 밟는다. 우거진 안강소나무숲! 5대 한국 고유 소나무중 하나!
키가 작고 구불구불 제멋대로 자란 소나무! 마치, 여왕을 호위하는 신들이 술에 취해 춤추듯 엎어지고 자빠지듯 수많은 춤판이 벌어지는 듯 여왕을 호위한다. 잘나고 쭉뻗은 나무는 건축재료로 대접받아 가버리고 못난 이 소나무만 이곳에 군락을 이루고 있다.
안강소나무는 사방으로 춤추듯 늘어져 뭇사람들에게 그늘과  쉴 곳을 선사하고 있었다.
여왕릉을 떠나 포석정을 거쳐 박혁거세, 남해왕, 유리왕, 지마왕, 신문왕, 신무왕, 무열왕, 김유신묘를 거쳐 그 먼길을 달려나갔다.

 

넷째날 아침, 선덕여왕의 부왕 진평왕을 만나려 한다. 석탈해 왕릉을 지나 황복사지 석탑이 있는 넓은 들판, 안강소나무숲 속에 조용히 자리한 26대 진평왕릉!
재위 54년의 파란만장한 그의 삶을 지저귀는 산새와 구부러진 소나무가 얘기해주고 있었다.
4일의 라이딩에 지친 육체, 내리쬐는 불벼락에 타들어가지만 선덕여왕의 마지막 서사시 황룡사로 가야 한다. 끝이 없는 벌판, 어마어마한 주춧돌, 타고 없어진 80m의 9층목탑이 말해주듯 불교로 부국안민 하려던 왕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석양에 땅거미 지는 보문호수! 우리의 역사 라이딩은 어둠과 함께 이렇게 마감하고 있었다.
280km의 대장정! 함께한 아내와 애쓴 애마 무츠와라이트스피드에 감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