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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0번째) 진정한 의료에 대한 물음표와 느낌표를 갖고 오다

Relay Essay

제1490번째


진정한 의료에 대한
물음표와 느낌표를 갖고 오다

 

김 태 운
서울대 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2년차

 

지난 1월 말, 캄보디아 진료 봉사에 관해 듣게 되었다. 며칠간 곰곰이 생각하다가 참가하기로 마음먹었다. 구강악안면외과가 맡게 될 수술팀의 경우 지난 해 구순구개열 환자 위주로 수술이 진행되었던 선례를 이미 알고 있었고 또 가난한 나라에서의 진료봉사라는 것이 어떤 것일지 궁금하기도 했다.


2월부터 4월 중순까지 두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많은 분들과 함께 준비를 했다. 수술 및 진료 기구, 그 외의 기타 물품 등 필요한 것을 준비하다 보니 생각 외로 신경 쓸 것이 많았다. 무엇보다도 현지의 통신 사정상 캄보디아와 이메일을 주고 받으며 세부적인 내용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4월 18일, 수술 팀 중 선발대가 먼저 캄보디아로 출국했다. 그 날 밤 늦게서야 프놈펜의 숙소에 도착했고 다음날 있을 예진을 준비했다. 다음날 아침 진료 장소인 크메르 소비에트 병원으로 가서 예진을 시작했다. 예상은 했었지만 그 곳 날씨는 매우 더웠고 병원처럼 냉방시설이 갖추어진 곳을 제외하고는 어느 곳이나 폭염이 심했다. 그리고 우리가 도착하기 바로 전 주가 캄보디아의 설 연휴라 예진 환자가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얼굴 왼쪽 위턱 부위에 생긴 커다란 종양으로 얼굴 형태가 심하게 변형된 것은 물론 왼쪽 눈까지 심하게 밀려있는 어린 여자아이를 본 순간 이번 진료봉사의 여정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다른 병원에서 CT를 찍고 결과에 대해 교수님들께서 논의하시며 수술 계획을 세우셨는데 그 내용을 듣고는 우리 모두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외에도 얼굴에 생긴 혈관종, 구순구개열 환자 등 작년에 비해 다양한 환자들이 많이 찾아왔다.


20일 첫 수술을 시작하였다. 수술방이라고 해야 너무 오래 사용하지 않아 여기저기 먼지도 많이 쌓여 있었고(작년에 우리 팀이 다녀간 이래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 같았다) 헛간을 연상케 할 정도로 상황은 열악했다. 몇 시간 동안 수술방 세팅을 한 후에야 비로소 수술을 시작할 수 있었다.


다음날, 드디어 그 여자 어린이의 수술이 시작되었다. 종양제거 뿐 만 아니라 수술 중 예상치 못한 출혈 역시 매우 큰 문제라 봉사 단원 중 무려 7명이 헌혈을 하고 환자에게 수혈할 혈액을 준비했다. 아침에 시작된 수술은 오후 5시가 넘어서야 끝이 났고 다행히 환자 상태는 양호해 보였다. 종양 덩어리는 거의 제거됐고 얼굴이 함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얼굴 안 쪽에 금속판을 덧대주었다. 내년 쯤 금속판 제거와 골이식을 시행하면 된다고 교수님께서 설명하셨다. 그 때까지 잘 치료받고 나아야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턱관절이 부러진 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입을 전혀 벌릴 수 없는 환자의 수술이 있었다. 이 수술 역시 부족한 수술 장비와 열악한 환경, 그리고 출혈 위험 등의 여러 요인들로 인해 7시간이 넘게 진행되어 매우 힘들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큰 문제없이 수술은 잘 끝났고 무엇보다도 수술 후 환자의 입이 많이 벌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분만큼은 매우 좋았다. 이후에도 구순구개열 수술 및 턱관절 유착 환자의 수술이 이어졌고 결과 역시 만족스러웠다.


24일 수술 일정이 마무리되고 그간 수술했던 환자들에 대한 마무리 진료와 함께 현지 의료진에게 인수인계를 진행하며 의료봉사 전체의 마무리가 이루어졌다. 작년에 비해 환자 군이 다양해졌기에 몇 몇 환자의 경우, 수술 후 관리에 있어서 특별한 주의사항과 치료 방법이 요구되어 현지 의료진과 환자에게 작은 점 하나하나까지도 모두 알려주려고 노력했다. 특히 턱관절 환자의 경우 수술 후 관리가 잘 되지 않으면 다시 입이 벌어지지 않을 수 있기에 특히나 많이 신경이 쓰였다.


날씨도 덥고(5월부터 우기가 시작된다고 했다) 위생 상태가 좋지 않는 점 또한 수술 후 감염을 일으키지는 않을 지, 또 영양 섭취는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수술부위를 다치치는 않을 지 등등 걱정되는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지만 캄보디아 현지 의료진들을 믿고 맡기는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진료봉사 기간 내내 적극적으로 우리를 도와준 것으로 보아 마지막까지 환자들을 잘 돌보아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다소나마 안도가 되었다.


봉사기간 동안 힘든 일도 많았지만 얼마 후면 밝은 모습으로 즐겁게 생활할 수술 환자들을 생각하면 그 모든 것들을 잊을 수 있을 만큼 의미있는 1주일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서울이라는 좋은 환경에서의 전공의 생활에 익숙해져있던 나에게 진정한 의료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깊게 생각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사정상, 진료봉사 기간 중 수술을 받지 못하고 그냥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현지 환자 분들께 미안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