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 사랑과 마우스가드 전도사(하)
<지난호에 이어 계속>
그러던 몇 년 전, 지인들과 ATV를 타려고 집을 나선 날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친구가 이번엔 사륜바이크 대신 승마장을 가보자고 한 것이다. 승마라? 조금은 불안했지만 재미있을거 같아 선뜻 경로를 바꿨다. 다행히 그 친구가 전화번호를 알아와 길을 물어 찾아간 곳은 9월의 중순이라 단풍에 물든 한국의 가을은 가는 길 내내 감탄을 참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고 있었다. 그렇게 길을 물어물어 돌아돌아 찾아간 곳은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자연과 접한 곳이었다. 마치 승마장이 산 속에 놀이터처럼 자리잡고 있었기에 동심으로 돌아간 듯 마냥 설레었다.
처음엔 제주도에서와 같은 빠른 체험승마를 예상하고 갔지만, 실제 생초보인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약간의 이론 강습과 느린 걸음의 평보, 달리는 듯한 느리면서도 경쾌한 걸음걸이(알고 보니 중급자 이상에서 즐겨 하는 좌속보)연습이 전부였다. 특히 애초엔 빠르게 달려나가는 ATV를 타고 가을 산책로를 누빌 것을 상상하고 갔었기에 이날의 경험은 다소 아쉬움으로 남았고, 이후에도 한동안 승마가 이렇게 느린 속도로만 진행되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더군다나 처음 승마하러 간 날 내가 입은 옷은 다름 아닌 종아리를 채 덮지 못하는 소위 7부 반바지였으니, 이렇게 가벼운 승마 후에도 내 다리 안쪽은 마찰에 의해, 찰과상을 입은 상황이라 그 날의 복장에 대해 수백 번은 후회를 했다.
그리고 승마의 실력이 늘면서 보다 더 난이도 있는 기술을 익힐 때마다 느낀 것은 말에 오르면 이를 악문다는 점이었다. 그러고 보니 운전을 할 때도 윈드서핑이나 스노보드를 탈 때도 어김없이 이를 악물고 하는 것이었다. 골프에서 드라이브 샷을 휘두르고 나면 턱에 통증이 올 정도였다. 아무래도 잘해야겠다는 욕심에 긴장을 한 탓이기도 하겠지만, 실제로 일본에서는 골프선수들이 치과의사를 찾아 근력 및 드라이빙 결과 등을 기록하면서 마우스가드의 적절한 디자인을 찾는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나는 치과의사이다. 가끔은 모 방송국의 아나운서로 활동하기도 하고 가능한 많은 일을 해보려고 도전하지만, 치과의사로서 운동을 즐기는 사람에게 갖가지 도사리는 위험을 예방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가! 그래서 무슨 운동이든 시작하면 내가 먼저 나서서 안전장비부터 마련했다. 스노보드를 탈 때는 헬멧이며 엉덩이보호대, 손목보호대, 척추보호대까지… 멀리서 보면 마치 운동선수인양 모든 장비를 갖춘 상태다. 당연히 승마를 할 때도 여름에도 안전조끼에 헬멧, 장갑, 엉덩이보호대… 한 승마동호회의 중요 운영진이 돼서도 언제나 이 모든 것을 갖추고 타다 보니 주변의 분들도 이러한 안전장비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듯했다. 승마에 대한 칼럼을 쓰면서 계속 강조한 것이 안전 장비였다.
그리고 최근 내가 시작한 것은 단순히 운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운동을 할 때 반드시 마우스가드를 스스로 착용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내가 거래하는 기공소와 논의하여, 가능한 운동할 때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작고 어금니 위주로 치아를 보호하는 마우스가드를 디자인했다. 그리고는 어떤 운동을 하던지 착용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마우스가드를 착용하면 불편하지 않느냐고. 당연히 처음에는 불편하다. 하지만 불편함도 머지않아 사라지고 마우스가드가 없는 날은 오히려 더 불안해진다. 특히 운동을 하다 보면 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는데, 이 때는 마우스가드를 알리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우스갯소리로 발음연습 중이라고 할 수도 있다. 하하! 그러던 중, 얼마 전 스노보드 대회에 출전했다가 앞니가 부러져 임플랜트를 식립 후 보철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분이 내 마우스가드를 보더니, 자기 것도 제작을 해달라고 한다. 치과의사로서 스스로 마우스가드를 착용함으로써, 환자를 창출하기도 하고 착용 전후의 차이점을 보다 자세히 설명하게 되니 환자의 입장에 보다 더 다가가지 않았을까? 지난주 일요일에는 비로소 오랜 공을 들인 수상레저 1종 조정면허시험에 합격했다. 이제 앞으로 땅에서 뿐만 아니라, 수상에서도 여러 가지 운동을 할 기회가 늘 텐데 어김없이 하나 더 챙길 것은 나의 스포츠마우스가드일 것이다.
생각해보면 치과의사이기 때문에 받는 혜택이 많다. 같은 운동을 할 때도 치과의사인 내가 조금만 잘해도, “어머! 치과의사인데 이것도 잘하시네요” 라고 한번 더 칭찬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교관은 없는 시간을 쪼개서 운동을 배운다고 생각하시는건지 짧은 시간에 하나라도 더 가르쳐 주려고 한다. 치과의사로서 받은 혜택을 되돌려 주는 일은 부러지거나 이상이 생긴 치아를 잘 치료해주는 것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마우스가드 등을 통해 치아를 가능한 부러지지 않게 예방해 줄 방안을 먼저 알려주는 것이 좋지 않을까?
홀연히 병원 창가에 서서 밖을 내다보니 오늘은 유난히도 하늘이 높다.
정 유 미
TMK압구정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