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기획
치과계 파장몰고 올 ‘비급여수가 고지제’
" 상황따라 법 해석 다양… 위기 조장 경계
치협, 치과계 출혈 최소화… 대응책 마련
환자 유인알선 브로커 등장 우려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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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는 던져져, 고지제 악용 세력 있을 것
현 정부의 정책기조는 거의 모든 분야의 경쟁을 강조하고 있다. 주유소 기름값 공개가 대표적인 예다. 이 같은 정책기조는 보건복지가족부 관계자의 말을 통해서도 확인 가능하다.
복지부 의료자원과 관계자는 “비급여수가고시제의 가장 큰 목적은 비급여수가의 양성화에 있다”며 “이전에는 제약을 뒀던 인터넷을 통한 수가 정보 공유 등을 풀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국민의 알권리를 강조했다.
대부분 컨설팅업체들도 정부의 이같은 태도를 우려한다.
윤홍철 휴네스 대표는 “지금은 비급여수가를 고지만하면 되지만 여론에 따라 비급여수가가 단계적으로 공개되는 과정을 밟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근한 예가 정부의 휘발유 값 안정화를 위한 최근의 조치이다. 정부는 ▲정유사 공급 가격 공개 ▲대형마트에 주유소 허가 ▲공정위 조사대상에 주유소 포함 등 기름값을 잡기위한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어 치과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또 그동안 음성적으로 존재해 왔던 온라인 가격 비교사이트나 카페들이 합법적으로 양산될 우려가 있다.
특히 비급여수가 고지 제도가 시행되면 소비자ㆍ시민단체들은 개원가의 비급여수가를 하향평준화 시키려는 압력을 가할 가능성이 클 뿐만 아니라 병원마다 다른 비급여수가의 근거를 묻는 언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저렴한 수가를 미끼로 온라인상에서 환자들을 유인알선하는 브로커들이 활개 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치협, 개원가 혼란 우려, 다각도 대책 마련
현재 의료법 제45조의 ‘비급여 진료비용 등의 고지’ 항목을 보면 환자 또는 보호자가 쉽게 알 수 있도록 ‘고지’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면 고지라는 용어의 법률적ㆍ사전적 의미는 ‘일반적으로 상대편에 대하여 특정한 내용의 사실을 알린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 반면, 게시는 ‘여러 사람에게 알리기 위하여 내붙이거나 내걸어 두루 보게 함’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치협은 이처럼 고지는 상황에 따라 법적 해석이 모호해 질 수 있음을 지적, 과도한 위기의식 조장을 경계하고 있으며, 치과계 내부역량으로 이 위기를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치협은 시행령이 어떻게 발표되든 현재로서는 입장에 따라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어 어떤 전망도 내놓기 어려우며, 섣부른 예측은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 치협은 제증명수수료 게시의 경우 가격상한선만 있고 기준이 없어 환자들의 불만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이에 대해서도 고심중이다.
현재의 제증명수수료는 95년도에 정해진 것으로 현실과 맞지 않아 이번 기회에 내부 논의를 거쳐 현실에 맞게 수수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것.
지영철 치협 경영정책이사는 이와 관련 “비급여수가고시제가 처음 생길 때는 비급여수가, 제증명수수료 모두 게시로 해야 된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의료계의 반발로 법안의 수위가 다소 낮아져 시행령만을 남기고 있다”고 밝혔다.
즉, 치협은 정부 관계자들과의 협상력을 최대로 끌어올려 치과계의 출혈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시행령을 얻어내는데 더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컨설팅회사들, ‘가치’ 찾기에 부산
복지부 관계자는 오는 11월 고지제 시행령의 구체적인 윤곽을 정하고 늦어도 12월 초 쯤에는 최종 발표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가장 부산하게 움직이는 쪽은 경영컨설팅 회사들이다.
메디파트너스 관계자는 향후 개원가에는 전략적으로 진료서비스나 마케팅을 차별화한 다양한 병원들이 생겨날 것이며, 각각의 가치를 인정하고 공존해 나가는 방식으로 치과계가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경일 메디파트너스 수석컨설턴트는 “비급여수가를 양성화하려는 정부의 입장이 확고하고 치과의료시장이 변할 것은 자명하다. 그동안 치과 병의원들이 비슷한 비급여수가를 받는 수평적 관계였다면 고지제 이후에는 수직적 관계로 변할 공산이 크다”며 “각 치과 병의원의 가치에 맞는 스타일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과계가 뭉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윤홍철 휴네스 대표도 “그동안 치과는 재료위주, 행위위주의 치료를 해왔다. 그러다 보니 진료행위의 가치보다는 재료와 진료시간에 무게를 두고 수가를 가늠한다. 그러나 앞으로는 가치를 강조해야 한다”며 “환자가 가치터널을 통과한 후(내원해 진료를 받은 뒤) 병원의 진정한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치과운영 방식이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치과계 양보 통한 무한경쟁 조심
치협은 현재 복지부 관계자들과 활발한 논의를 벌이고 있다. 시행령 후에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충격파를 최소화하겠다는 복안이다.
치협의 한 관계자는 원래 비급여수가의 의무 게시에서 고지로 완화된 것도 의료계의 견제가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선뜻 시행령을 내놓지 못하는 복지부도 의료계의 눈치를 보며 합의점을 찾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복지부는 정책의 큰 흐름인 시장경쟁에 맞춰 비급여수가의 투명성을 제고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산적한 의료법개정 등에 의료계의 협조가 절실하기 때문에 치협의 입장을 무시한 채 고지제 문제를 정면돌파하기도 힘든 시점이다.
이런 점을 고려할때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지는 않을것이라는 전망이 다소 우세하다. 특히 치협은 고지제를 두고 분분한 치과계의 단합을 도모하려는 노력을 해야하고 각 병원들도 성급한 판단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고지제가 시행되면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기존의 인식을 버리고 자세히 설명하는 한편 전화 등을 통한 진료비 공개는 삼가는 등 개원가의 세심한 주의도 요구된다.
정일해 기자 jih@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