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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수필(837)>
산다는 것
김지숙 / 부산 광안치과원장

어느 점쟁이가 억세게 운 나쁜 팔자를 타고났다며 남자관계는 포기하라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용하다는 점집마다 찾아다니지만 매번 똑같은 말만 들어왔다. ‘당신은 남자를 밀어내는 사주입니다’ 간혹 나 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지금 이생은 전생이고 다음 생이 남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 어느 순간 고개를 돌리면 모든게 꿈이였고, 뒤돌아서면 다른 현실로 돌아올 수 있는 느낌 같은 것이 들 때도 있지 않았는가? H.는 2번의 이혼 경력을 가진 여자다. 남들은 한 번도 못 써본 면사포를 두 번이나 써봤지만 두 번다 실패했다. 어느 점쟁이가 억세게 운 나쁜 팔자를 타고났다며 남자관계는 포기하라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용하다는 점집마다 찾아다니지만 매번 똑같은 말만 들어왔다. ‘당신은 남자를 밀어내는 사주입니다’ 위자료에 부모가 물려준 재산에 경제적으로 궁핍하진 않아 낮엔 문화센터에 가서 선물 포장도 배우고 밤엔 영어회화도 들으러 다닌다. 그래도 견딜 수 없는 외로움에 수시로 줄담배를 피워대고 밤이면 가끔 훌쩍 훌쩍 울기도 한다.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지겹고 따분한 그녀의 유일한 낙은 자신의 처지를 이해하는 친구들을 만나는 것이다. 그것도 남들이 꿈나라에 가 있을 시간에..... 다들 그녀가 인생을 다시 시작하기에는 상처가 너무 깊다고 말한다. 또한 이혼을 여자 쪽 책임으로만 돌리는 사회고정관념상 점차 고립될 수 밖에 없다고 한다. J.는 유부남을 사귀고 있다. 처녀인 그녀가 유부남에게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그 남자의 타고난 바람기도 문제이겠지만 무엇보다 그녀가 정에 굶주리고 살았다는 점이다. 그녀에겐 이혼하지는 않았지만 별거하다시피 사는 냉랭한 부모가 있고 정 없는 형제들이 있다. 그 틈에서 그녀는 소리소문 없이 오늘에까지 왔다. 그녀의 부모는 그녀에게 좋은 학교도 보내주었고 공부도 시켜주었고 굶지 않게 먹여도 주었지만 정작 따뜻한 사랑은 베풀지 않았다. 남 아닌 남으로 사는 부모를 보며 그녀가 어릴 때부터 생각해온 결혼이란 제도는 무의미한것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애써 외면해 왔었다. 그러나 그녀도 누군가 그녀만을 위해주고 그녀가 힘들 때 옆에 있어 주길 바랬다. 그녀 인생 최대의 목표인 죽도록 사랑하고 사랑받을 대상이 생긴 것이다. 비록 유부남인줄 알지만 그녀가 그에게 매달리는 것은 같이 있으면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유부남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그녀를 점차 사랑의 노예로 만드는 중이다. 그와 같이 있고 보낸 시간에 그녀는 행복해 하지만 문제는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그녀는 또다시 외롭고 힘들다. D.는 결혼 7년차의 주부다. 남편은 전문직이라 안정되고 편안한 직장에 수입도 괜찮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고 시댁과도 별 문제없이 그저 평온하고 단조로운 일상의 반복이다. 그녀는 평범하게 학교를 다녔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자 당연히 직장은 그만 뒀다. 유명한 패션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는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지만 미련은 없었다. 어머니처럼 살기 싫었다. 그녀 어머닌 자수성가해서 지금은 빌딩 임대업을 하는데 그녀가 어릴 적 집에 오면 집은 언제나 텅 비어 있었다. 혼자 열쇠를 따고 들어갈 때 텅하고 열리는 문소리와 싸늘하게 다가오는 기운을 그녀는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래서 그녀는 남편과 아이들에게 늘 곁에 있는 아내와 엄마가 되고 싶었다. 그녀 어머닌 늘 그녀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여자란 남편그늘 밑에서 아이들 뒷바라지하며 사는 게 최고다. 여자가 벌면 얼마나 벌고 성공하면 얼마나 한다고 아서라’ 그런데 어느 날 동창회에서 잘 나가는 B.를 봤다. 학교 때 분명 D.보다 의욕도 실력도 없었는데 부럽고 질투도 났다. 그 이후 그녀는 까닭 없는 신경질이 부쩍 늘었다. 그리고 설거지 하다가 밀린 빨랫감을 세탁기에 넣다가 문득 문득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과연 행복한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삶의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친구들이 눈에 띈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르다고 말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그리고 해결 방법 또한 각자가 가지고 있기에 묵묵히 들어만 줄뿐이다. 작년에 치료했던 초등학생 소년이 키가 훌쩍 큰 중학생이 되어 돌아왔다. 비록 부정교합 3급 경향으로 상악전치에 한 Laminate Veneer를 깨왔지만 기분이 좋다. 나는 평범한 치과 의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