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역에서 8시에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팔당댐과 양수리, 양평을 지날 때는 거의 환상의 절정이었습니다.
지난 1월 27일 일요일 태백으로 눈꽃축제를 기차여행으로 다녀왔습니다.
아이들 셋을 데리고 그렇게 먼길을 당일로 자동차로 다녀올 수는 없는 노릇이고, 모처럼 기차여행을 해보자는 계획으로 3주전 여행사를 통해 예약하였는데 예약 후 갑자기 날씨가 따뜻해져 눈 조각들이 녹는다는 뉴스를 듣고 내심 걱정하기도 하였습니다.
다행히 출발전날 밤에 눈이 내려 우리의 눈꽃 기차여행은 환상의 여행이 되었습니다.
청량리역에서 8시에 출발하는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팔당댐과 양수리, 양평을 지날 때는 거의 환상의 절정이었습니다.
산마다 흰눈으로 덮여 탄성을 자아냈고 나뭇가지들은 밤새 내린 눈으로 가지가지마다 하얀 눈꽃을 너무나 눈부시게 피어냈습니다.
아이들은 수시로 지나다니는 홍익회 아자씨의 수레에 더 관심을 보이고... 과자, 음료수, 삶은 계란 등 끊임없이 사먹으며 4시간 30분이 걸려 태백역에 도착하였습니다.
곧장 버스로 갈아타고 태백산 입구까지 이동하였는데 얼마나 차가 밀리던지 평소 20여분 이라는 거리가 1시간 30여분만에 도착하였습니다. 예정된 식당에 들러 맛없는 비빔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이제부터 자유시간 ...
먼저 얼음 조각을 구경하였습니다. 얼음 공룡과 여러 가지 조각들을 배경으로 정신없이 구경하고 사진찍고...
이글루 까페 안에 들어가 얼음 테이블에 앉아도 보고. 비료푸대를 타고 얼음 미끄럼도 타고. (비료푸대는 주최측에서 다 준비를 하고 빌려주더라구요)
다음은 동양최대의 석탄박물관. 1940년대부터 1970, 80년대까지의 광산의 삶을 너무도 자세히 재현해 놓았구요.
각종 광물들도 다양하게 전시해 놓았더라구요. 현재는 331여개의 광산이 문을 닫았구요. 11개만 남아있다고 하더라구요.
석탄의 채취과정부터 갱도내의 작업현장, 시커먼 구공탄, 19공탄 등 연탄도 전시되어있구요.
지금은 보기힘든 연탄난로 연탄집게 등등...
우리집 큰애에게(4학년짜리) 아빠 엄마는 저렇게 살았단다. 너가 태어난 집에서도 연탄으로 난방을 했었지 등등 옛날얘기도 해주고요.
전시관을 빠져 나오면 4층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트를 타게되는데 지하에는 정말 지하 갱도를 재현해 놓았더라구요.
사람이 지나가면 메케한 연기까지 나게 해놓고 현장의 긴박한 소리도 녹음해서 들려주고... 온통 새카만 석탄의 세상이었지요.
시간에 맞추어 나와서 이번엔 눈썰매를 타기로 하였다가 사람들이 너무 많아 얼음에서 지치는 전통썰매로 종목을 바꾸었지요.
아이들은 너무 신기해하며 서로 밀어주기도 하고 끌어주기도 하며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요.
기차시간에 늦지않게 태백산을 출발하여 태백시내에서 황지연못을 들렀지요.
황지연못은 낙동강의 발원지랍니다. 하루 3000여톤의 물이 그냥 땅속에서 솟아나는데 그게 시내 한복판에 있다는게 신기하더라구요.
어디서 흘러오는 물이 아니고 땅에서 펑펑 솟아나 샘이 되고 연못이 되어 넘쳐흐르며 강의 시작이 된다 하고 강의 발원지를 눈으로 직접 보는게 참으로 감회가 새롭더라구요.
참 한강의 발원지인 검단소도 태백에 있다는군요.
태백역으로 돌아오는 버스에서 4학년 짜리 큰애가 내게 신기한 듯 말했습니다.
“아빠 나 조금 전에 분홍색 연탄도 봤다.”
“뭐??!!” 잠깐의 생각 후 난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우리아이가 본 것은 시내 주택가에 쌓여 버려진 연탄재였습니다.
그렇게 즐거운 태백 겨울 눈꽃 여행을 마치고 올 때는 새마을호를 타고 식당칸에서 도시락도 사먹고 하면서 서울로 의정부로 왔습니다.
오늘 새벽에 출발하여 돌아왔건만 한 몇일이 지난 느낌이었습니다.
둘째아이는(1학년 여자애) 밤에 자기전 “아빠 고맙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라고 인사하더군요.
가끔 자동차를 버리고 가족과 함께 하는 기차여행도 아주 즐겁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