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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수필(844)>
방글라데시에 보내진 사랑의 손길
이정아 / 전남대학교 치과대학 3학년

어린 소년은 심하게 떨고 있다. 경련이라도 일으키듯 손과 다리가, 그리고 온 몸이 심하게 흔들린다. 그럴만도 하지. 생전 처음보는 사람들이 처음 들었을, 알아듣지 못할 말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수술대위에 혼자 누워있는데다 입과 코에 사정없이 주사를 맞았으니... 소공 아래로 까만 눈이 보인다. 안연고를 바른데다 눈물까지 흐르는 것 같아서 눈이 촉촉하다 못해 맑은 늪과 같다. 안연고를 발라 잘 보이지도 않을텐데 그 까만 눈동자를 이리저리 가만히 움직이다 고정한다. 꼭 내눈을 응시하는 것만 같다. 수술대 옆에 서있던 나의 손에 소년의 손가락이 살짝 닿는다. 불안한 듯 움직이는 손가락이 차마 먼저 꼭 잡지는 못하고 내 손에 가만히 기대져 온다. 마음이 찡해온다.....소년의 손을 한 손으로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떨리는 다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것밖에... 2월 10일부터 13일까지 3박 4일간 구강외과 오희균 교수님과 레지던트 황 웅 선생님, 나를 포함한 치과대학 학생 두명과 그 외 세계로 선교회의 봉사팀이 방글라데시로 구순열 환자 수술을 위한 의료봉사활동을 다녀왔다. 보조자인 내가 의료봉사를 다녀왔다고 하기가 참 민망하지만 말이다... 수술은 방글라데시의 수도인 다카에 있는 한 병원에서 이루어졌는데 병원은 창고나 별반 다를게 없었다. 형광등도 몇 개 없는데다가 그 불빛이 정육점의 빨간 불빛 보다도 더 어두워 시차적응보다 불빛에 적응하는 것이 더 힘이 들었다. 그나마 그것조차도 전기가 자주 나가는 탓에 꺼지가 일쑤고 그래서 pen light 하나에 의지해 수술을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또한 철저하게 무균수술을 배워온 학생으로써의 나에게는 간호사, 환자 보호자, 때로는 친구들까지 수술 구경을 하러 수술실에 들어오는 상황이 어이없기도 하고 웃음이 나오기도 하였다.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기구며 시설이 부족하기도 하였지만 그래서 더욱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돈 받고 해주는 수술이 아니어서 무엇인가 마음이 덜 쓰였던 것은 아닌지... 고마워해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이렇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내가 그만큼 무심해서가 아니었을까. 방글라데시에는 수많은 구순구개열환자가 있다. 수술하기 위한 돈도 없거니와 수술을 위한 시설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많은 구순열, 구개열 환자들이 어쩌지도 못하고 그대로 살고 있다고 한다. 수술에 대한 홍보를 하자 많은 환자들이 왔지만 시간도 한정되어있었고 수술가능한 범위도 한정되어 있어서 많은 사람들을 그냥 돌려보내야만 했다. 기대를 하며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다음번에 꼭 수술해준다며 돌려보내기가 수차례...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하는 작은 아이, 심장박동수도 이상이 있다하여 수술을 하지 못한다고 어머니에게 말씀드리자 우리 아이 안아프다고 기침도 안한다며 거짓말 하는 어머니가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아무것도 해줄수 없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수많은 환자들 중에 수술가능한 10명의 구순열 환자를 수술했다. 국소마취를 시행할 때 많이 아파들하였고 수술중 시간이 지남에 따라 마취가 풀려 아파하는 환자들도 있었다. 그럴때마다 수술대 옆에 서있는 나의 손을 꼭 잡는 환자도 있었고 혼자서 주먹을 꼭 쥐며 아픔을 참는 환자도 있었다. 한결같이 소공 아래로 안연고로 가득한 젖은 불안한 눈동자로 그래도 무엇인가를 보려고 눈동자를 움직이는 것이 안타까웠다. 환자들이 아파할 때마다 나도 덩달아 얼굴이 찌뿌려졌지만 벌어졌던 입술이 이쁘게 붙게되자 그저 바라보기만 한 나도 가슴이 뿌듯해졌다. 그러나 수술 다음날 어두운 입원실에 누워서 아파하는 그들을 보자 다시 마음이 어두워졌다. 진통제도 별로 없고 제대로 드레싱 할 수 있는 인력도 없는데 상처가 아물때까지 앞으로 얼마를 더 아파하며 보내야 할까라는 생각을 하니 답답했다. 당장 붙은 입술만 바라보며 즐거워한 내가 너무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료봉사를 가기전에 생각했었다. 봉사를 하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준비되어야 한다고. 의료봉사를 가서 제대로된 진료를 행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의학적 지식과 기술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환자들에게 많은 것을 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꼭 필요한 것들이고 의료봉사를 하려면 당연히 갖춰져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벌어진 입술을 붙이는 것이 봉사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아파하는 환자들을 어루만져주고 마음을 따뜻하게 하여 온기를 통하게 할 수 있는 것은 미소와 따뜻한 손길이다. 하얀가운을 입은 의사선생님이 만져주는 것 하나만으로도 마음의 위로를 얻는 환자들... 먼 곳에서 오셨지만 수술이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하자 오히려 괜찮다며 웃음을 지어보이던 사람, 그래서 더 내 마음을 찡하게 만들었던 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