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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철중 칼럼
<전 치협 대의원총회 의장>
가장 편안한 자세
해군은 계급의 이름이(영어) 타군과 다른 만큼이나 장병간의 유대도 유별나다.
문자 그대로 한 배를 탔으니 근무도 사생활도 지극히 좁은 공간을 공유해야 한다.
벽에 달린 고리에 ‘해먹"을 걸고 각자 알아서 잠자던 수병들에게, 비록 3단일망정 고정된 침대를 쓰게 된 역사가 그리 길지 않다. 항상 서로 스치는 스킨십과 망망대해에서 서로 믿어야 산다는 마음으로 전우애가 쌓이는 것이다. 반대로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함장의 권위는 절대적이요, 비상시 즉결처분을 포함한 사법권까지 갖는다. 그래서 타군에서 대위인 ‘Captain"이 해군에서는 대령이요, 장병 수천 명의 슈퍼 항공모함 함장도 대령 이상은 없으며, 해군대령은 국제공항에서 장성급 예우를 받는 것이다. 원칙적으로 별 하나는 함대 편성을 위한 임시계급으로, 제독 보다는 전단사령관(Admiral Vs. Commodore)이라고 부른다.
오사마를 같은 오씨 성에 마자 돌림의 오바마가 해결했다 하여 ‘종중분쟁"이라는 우스개도 있지만, 아들 부시가 9·11 때 시작한 일을 마무리하려고 아버지 부시(항공모함)가 출동하는 것도 흥미롭다. 태평양전쟁의 영웅 오성(五星)제독의 이름을 딴 니미츠(십만 톤)급 조지 부시호의 전단사령관이 여성제독 타이슨인 것도 화제다(함장은 루터대령). 그중에도 우리의 눈길을 끄는 것은, 장병 6천명을 태운 모함에 치과군의관이 5명이나 탄다는 보도다. 물론 전 함대가 지원대상이지만, 한 치의 공간을 아껴야하는 항공모함에 그만한 치과장비의 배치 자체가 완벽한 의료지원체제를 웅변한다. 경기가 한창 호황이던 시절, 의료보장이 상대적으로 뒤떨어지는 미국에서 신입사원 모집할 때 내건 미끼(?)가, “우리 회사직원들에게는 ‘치과보험"의 혜택이 있습니다" 가 아니었던가?
세계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 노틸러스호는 냉전이 달아오르던 1955년에 진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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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핵전쟁이 일어나면, 대량보복(mass retaliation)으로 피차 공멸한다는 전략이 오히려 핵전쟁을 억제한다는 개념에서 미·소는 핵탄두와 ICBM을 경쟁적으로 늘렸다. 그 위에 만약 미국이 허를 찔려 보복에 실패할 경우, 마지막 반격 카드인 핵전쟁의 종결자로서(Doomsday Machine), 16기의 핵탄두를 장착한 핵잠수함을 개발한 것이다. 적의 추적을 피하여 사령부에 답신도 끊은 채 두 달을 잠수 대기하고, 승무원은 6개월 마다 전원 교체되는 좁고 열악한 조건에서, 통상 간단한 치과치료법을 단기교육 받은 단 한 사람의 외과군의관이 탄다.
Alistair MacLean의 소설에 나오는 어느 함장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그는 항상 외롭다. 24시간 긴장상태로 대기하고, 깡통(?) 속에 갇힌 수백 명 부하의 건강과 안정과 사기유지에 신경을 써야하며, 유사시에는 수백만의 인명을 살상할 핵미사일 발사 단추를 눌러야 한다는 중압감에 짓눌린다. 잠시나마 긴장을 풀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피난처(haven)는 어딜까? 바로 의무실 치과치료의자(dental chair)이었다. 치과의자는 인체공학적으로 ‘가장 편안한 자세"를 제공하도록 진화한 의료장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앉기를 주저하고 두려워한다. 치과가족 모두가 chair-seating에 좀 더 신경을 쓰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덤으로 얹어, 몸의 고통과 함께 잠시나마 지친 마음까지 달랠 수 있도록 배려함이 어떨까? 아니 어린 시절부터 따뜻하고 편안한 치과분위기에 익숙하면 이는 곧 개업가의 성공으로 이어지고, 뒷날 요양시설에 몸을 담은 할머니, 할아버지가 틀니도 손보고 휴식도 찾으려고 친절한 치과진료실을 찾는, ‘Dentist Friendly Mind" 만들기의 첫걸음이 아닐까? 그리하여 치과진료는 의료복지의 완성에 종결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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