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이제 나이 54살에야 누구나 힘든 일을 예기치 못하게 겪을 수 있다는 걸, 또 인생이 내 뜻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 어떤 어려움 중 건강을 잃는 것이 제일 큰 것임을 깨달았지요.
저는 연세치대 1회 졸업생으로 모교에서 수련을 마치고 몇 년 Pay Doctor를 한 후 지금부터 22년 전 강남구에서 개원하여 정말 열심히 진료하며 치과의사를 천직으로 알고 늘 즐겁게, 힘차게, 자랑스럽게, 자신있게 살았죠.
약사이셨던 아버님께서 의사보다 치과의사가 여자의 직업으로는 훨씬 유리하다며 그 당시 연세대에 처음 생긴 치과대학을 강력 추천하시어 의대를 가려던 제 뜻을 꺾고 아버님의 말씀을 따른 것이 얼마나 잘했는지를 대학을 가서부터 지금까지도 생각하곤 한답니다.
이제 두 자녀도 잘 자라주었고 앞으로는 좀 쉬어가며 골프도 치고 여행도 다니려고 마음 먹었는데….
작년 여름 교통사고를 당한 후 건강이 회복되지 않아 몇 달 동안 이 병원, 저 병원 다니며 별별 검사, 치료 등을 받으면서 환자의 입장에서 본 여러 의사의 모습들이 제 자신을 돌아보게 하더군요.
그동안 너무 환자 위주가 아닌 치과의사의 권위와 편의만 내세웠고 자상하게, 그리고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고 거만했고…. 너무 후회가 되고 부끄러워지더군요. 그래서 열심히 치료받아서 낳으면 진정 환자를 위한 치과의사로 다시 시작하려고 다짐했었답니다.
지금 은퇴하기엔 이르지만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으니까 용단을 냈어요. 그동안 제 뜻대로 너무 교만하게 살았나봐요. 이제 겸손하게 살겠어요. 그리고 건강이 회복되면 정말 존경받을 수 있는 치과의사로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예전 미국에 있을 때 70이 거의 다된 세 분의 치과의사가 일주일에 이틀씩 진료하시며 즐겁고 건강하게 사시는 모습이 아름다워 보였거든요.
전 이제 나이 54살에야 누구나 힘든 일을 예기치 못하게 겪을 수 있다는 걸, 또 인생이 내 뜻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고, 어떤 어려움 중 건강을 잃는 것이 제일 큰 것임을 깨달았지요.
모든 동료님 제 경험으로 조언을 드립니다. 건강 잃지 않도록 꼭 미리미리 챙기세요. 저도 교통사고 안 났으면 병이 더 깊어질 때까지 몰랐을 거예요. 또 미래를 조금 앞서 준비하거나 마음으로 계획을 세우세요. 그럼 저처럼 갑자기 당해 당황하지 않을 거구요. 다 아는 얘기지만 쉽지 않을 거예요. 그러나 꼭 깊이 생각해 보세요.
또한 후배님들을 치과 양도관계로 많이 만났는데 개원하는 후배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모두들 돈 많이 벌려고 개업하지 말고 환자를 치료해 주려고 개업하세요. 그동안 배운 모든 기술과 지식으로 최선을 다하고 성심으로, 그리고 자상하게 환자를 보면 자연히 부도 명예도 따라올 거예요. 돈보다 중요한 것이 우리 치과의사로서의 마음가짐이란걸 부탁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