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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trum] 어느 치전원생의 넋두리

Spectrum

 

어느 치전원생의 넋두리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운 것 같다. 특히 55년 만의 2월 한파로 인한 매서운 바람과 영하 10도를 밑도는 온도가 추운 겨울을 더욱 더 길게 느껴지게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치솟는 물가, 불경기에 이런 추위까지 겹쳐 굳게 닫힌 마음을 열 여유조차 없을 것이다. 지금 내가 느끼는 추위는 내가 가진, 꽁꽁 얼어 누그러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비슷하다.


벌써 치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한지 3년이 지났다. 지난 3년간 다양한 행사와 모임에 참석했는데, 모임에 참석한 선배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고정 레퍼토리처럼 듣는 말이 있다.


“왜 전공을 바꿨어? 치전원에 왜 왔어? 치과가 얼마나 힘든데.”


치전원 입학 후 이런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옛날엔 이러지 않았는데, 갈수록 힘들어 진다는 말이 이제는 익숙해 질만도 한데, 막상 한해 위 선배들이 졸업을 해 사회로 나가고, 나 역시 일 년 후에는 학교의 품을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을 하니 이런 불안감이 더욱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나는 졸업 후 미래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두려움이 더 크다. 


사실 내가 장밋빛 미래를 꿈꾸며 공부를 시작하거나, 막연한 기대감에 부풀어 치전원생활을 시작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선택한 길에 확실한 믿음을 가지고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들리는 얘기는 “옛날과 너무 달라!”, “너희들은 쉽지 않을거야.” 이런 말이 대부분이다. 내가 새로운 진로를 택한 이유는 치과의사가 되면 내가 직접 치료계획을 세우고 거기에 따라 환자를 치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이 변했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치과의사로서의 미래를 보는 내 시각은 조금 달라졌다. 우습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제는 나조차도 친구들은 만나면 이렇게 얘기한다.


“치과의사는 너희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물론 이는 친구들 앞에서 나도 힘들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 자기방어랍시고 내뱉은 말일 수도 있다. 치전원 생활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더라도 치과의사로서의 생활을 해보기는커녕 면허증도 없는 풋내기가 도대체 뭘 알고 이렇게 단언할 수 있단 말인가? 선배님들의 그런 충고 때문일까? 물론 후배가 앞날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솔직한 조언을 한 것일 뿐이고,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내가 결정해야 한다.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 있더라도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길을 찾는 것 또한 내가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너무 자주 비관적인 말을 듣다보니 이 말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 보다는 당연한 현실처럼 받아들이게 된다. 큰 결단을 내리고 치의학으로 진로를 바꾼 우리 후배들에겐 너무나 가슴 아픈 말이다.


현실적인 조언은 우리가 치과의사로서 미래를 설계하는데 채찍과 같은 역할을 한다. 불안하고 쉽지 않은 현재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그에 맞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후배들의 입장에서는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는 당근 같은 조언도 필요하다. 먼저 사회에 입문하신 선배님들의 격려와 칭찬에서 우리는 따뜻함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 


신문기사와 뉴스도 마찬가지다. 불법 네트워크 치과문제, 불경기가 치과계에 미친 영향, 환자에게 고소를 당하고 상해를 당한 사건과 같은 내용이 대부분이다. 물론 이런 소식들이 화제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기사를 보면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문제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나쁜 얘기보다는 즐겁고 훈훈한 얘기가 긍정적인 생각과 살아갈 추진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인터넷에서는 치과의사를 치느님이라고 지칭하기도 한다. 막상 선배님들은 그렇게 느끼기 힘들겠지만 치과의사는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동경하는 직업이다. 직업에 대한 자긍심은 현실에 대한 비관적인 생각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하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한다. 자기보다 더 잘난 사람을 보며 자신을 채찍질하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나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을 보며 행복의 기준을 다시 생각해보고, 자신과 타인을 위해 열심히 살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 이것도 충분히 목표로 삼을 만한 가치있는 삶 아닐까?


몇 일전 비가 내렸다. 하지만 겨울비라고 느껴지기보다는 오히려 봄을 알리는 비같이 느껴져 너무 반가웠다. 따뜻한 날씨에 내린 비는 새싹이 피어나도록 땅을 녹이고 양분을 준다. 벌써 따뜻한 봄의 기운이 느껴진다. 이번 봄에는 굳게 닫힌 우리 마음이 활짝 열리길 기대해본다. 올 겨울은 55년만의 강추위가 왔지만 누가 또 알겠는가? 내년에는 100년만의 가장 따뜻한 겨울이 올지.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 경 수
부산대 치전원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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