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같은 아름다운 자연경관 자랑
아름드리 소나무 높은 담장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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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에 들면 정면이 사랑채다. 이 건물 역시 안채와 비슷한 工(H)자 형태다. 지금은 전통찻집으로 활용하고 있다. 넓은 마당에는 산수유와 오래된 소나무 정원수가 운치있게 자리하고 있고 군데군데 야생화가 꽃을 피운다. 대나무와 감나무도 적절하게 서 있어 고택의 기품을 더해 준다. 널직한 사랑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위선최락(爲善最樂)’이라는 명문가 가풍이 현판에 걸려 있다.
현재는 막혀 있으나 과거에는 사랑채를 바라보며 우측에 33칸의 관선정으로 사람들이 드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출입은 관선정으로 가기 전에 우측으로 난 길을 통해 안채로도 출입이 가능하고 관선정을 돌아 사당채를 통해 안채의 후문으로 통한다. 과거 서당으로 활용됐던 관선정은 안채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33칸 규모로 서 있다. 과거 이곳에서 인재를 길렀듯이 현재도 보성 선씨 영홍공파 21대 종손인 선민혁선생과 종부인 김정옥여사가 10여명의 고시생들을 뒷바라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고택들이 사라져가고 있는 때에 아직도 종손과 종부가 그 전통을 이으며 가문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점은 참으로 아름다워 보인다. 선씨 가문의 종부인 김정옥여사 역시 명문가의 음식솜씨를 이어오고 있음을 큰 자부심으로 여기고 있다. 서향을 하고 있는 안채는 구례 운조루를 모방해서 지은 것처럼 난간이 높고 지붕의 선이 유려하다. 안채 중앙에도 사랑채와 마찬가지로 ‘위선최락(爲善最樂)’의 현판이 걸려 ‘선행을 최고의 즐거움으로 삼는다’는 선씨종가의 가풍을 엿보게 한다.
수백년이 되지 않았지만 선병국고택은 수백년의 명문가의 가풍을 이어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그 가치가 인정돼 1984년 1월 국가중요민속자료 제134호로 지정됐다. 집의 고풍스러움 뿐만 아니라 그 가문의 전통이 고스란히 전해질 수 있게 된 점은 참으로 다행스럽다.
선병국선생 고택에서 하룻밤은 특별하다. 가로등이 없어 밤이 되면 암흑으로 변해 별이 총총 뜨는 날은 은하수를 감상할 수도 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툇마루에 앉으면 사방으로 둘러쳐져 있는 솔바람 소리가 개천의 물소리와 어우러져 장엄한 오케스트라를 연주한다. 돌아오는 길에는 명문가의 장맛을 볼 수 있는 선물을 덤으로 얻을 수 있어 선병국선생 고택에서의 하룻밤은 아주 긴 여운을 남기는 여행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여태동
불교신문 기자 / 고택스테이 저자
#주변 볼거리
선병국선생 고택에서 승용차로 15분여 거리에 천년고찰 법주사가 있다. 이곳에는 국보 55호 팔상전을 비롯해 수많은 불교문화재가 즐비하다. 입구에는 정일품 소나무도 빼놓지 말자. 선병국선생 고택 바로 인근에는 선씨종가의 인척인 충북 문화재자료 제5호 선병우선생 고택과 충북 문화재자료 4호인 선병묵선생 고택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