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블랙아웃’ 또다시?
불볕더위로 전력 수급 비상 … 동네치과들 불안감 고조
치과계에 다시 한 번 ‘블랙아웃’의 공포가 찾아올 것인가.
불볕더위로 전력 수급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지난해 9월 발생한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가 올해 재현될 것인지를 놓고 치과 개원가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올해 기록적인 폭염으로 전력 사용량이 크게 늘면서 지난 6일부터 9일 사이 예비전력량이 300만kW/h 아래로 떨어지는 등 한 때 대규모 정전 위기 상황까지 몰리기도 했다. 서울 강서 등 일부 지역에서는 수 시간 동안 전력 공급이 중단되는 소규모 정전사태가 속출했으며, 19일에는 100만㎾급 신월성 1호기가 고장으로 정지되는 사고가 발생, 당국을 긴장시켰다.
이에 따라 대형병원을 비롯한 수술 시스템을 갖춘 의료기관에서는 일제히 정전에 대비한 사전 점검에 들어갔다. 비상발전기 가동, UPS전원공급, 최종 복구 등의 과정에 대한 확인을 통해 2중 3중으로 안정성을 담보하자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최근 발표한 ‘의료기관 정전대비 표준매뉴얼’에서는 부분정전, 일시정전, 전체정전 등에 따른 대응요령과 행동기준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이 매뉴얼은 201개 치과의료기관 등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및 수술실을 보유하고 있는 의원 등 7047개 의료기관에 적용된다.
#동네치과, 대책 없어 ‘불안’
치과계의 경우 지난해 상당한 혼란을 겪었던 경험이 있는 만큼 긴장도는 더했지만, 예방을 놓고는 규모별로 ‘온도차’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자가발전 시스템을 갖춘 치과대학병원 등은 실제 지난해 9·15 정전사태 당시에도 큰 어려움을 겪지 않은 만큼 일상적인 대응 외에 별 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또 무정전전원시스템(UPS)을 갖춘 일부 치과 역시 통상 1시간 내외의 일시적 정전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UPS의 노후 여부나 축전지 용량, 사용연한 등은 미리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일반 건물에 위치한 의원급 치과들의 경우 대규모 정전 시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데 있다. 지난해 9·15 정전사태 당시에도 ‘동네치과’에서는 진료 중단 및 환자 예약 취소 등의 ‘사건사고’가 속출했다.
특히 수도권 지역 한 치과에서는 충치 치료를 하던 중 정전이 되면서, 환자 진료가 일시 중단됐으며, 일부에서는 손전등을 켠 채 진료를 끝마치는 ‘해프닝’도 있었다.
또 치료를 기다리던 환자들이 정전이 길어지자, 치료를 포기하고 귀가하는 사례가 많았다. 치과 내 컴퓨터 전원이 끊기면서 예약환자 관리에도 큰 차질을 빚었으며 고층에 위치한 치과의 경우 엘리베이터의 운행이 중단되면서, 환자들의 발길이 뚝 끊기기도 했다.
방사선촬영 장치 등 치과장비나 에어컨 센서 등 일반 기계의 오류 및 고장으로 인한 피해 역시 적지 않았다.
지난해 정전 당시 큰 손해를 봤다는 서울 지역 A 치과의원 관계자는 “의료기관인 치과의 경우 전력 공급이 예고도 없이 중단될 경우 환자와 치과의사 모두 큰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정부의 전력 공급량 예측과 사고 대비가 바로 동네치과를 찾은 환자들의 안전 및 건강과도 직결된다는 점을 명심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선영 기자 young@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