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결렬 … 최초로 건정심”
치협 “수용 못해” 입장 단호 … 공단과 수가협상 불발
공단 무리한 요구·예의 벗어난 협상태도 비난 자초
치협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3년도 수가 협상이 결렬됐다. 지난 2008년 유형별 수가협상제도가 도입된 뒤 치과병·의원의 수가협상이 불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상 결렬에 따라 내년도 치과병·의원의 건강보험 수가는 18일 재정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된 뒤 이달 중 열리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에서 결정되게 된다.
치협과 공단은 지난 8일 첫번째 협상을 시작으로 최종 마감시한인 17일까지 총 5차에 걸친 협상을 진행했으나 끝내 서로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협상이 결렬됐다. 의사협회도 치협과 마찬가지로 협상이 최종 결렬됐으며, 한의협 2.7%, 약사회 2.9%, 병원협회가 2.2% 인상하는 것으로 협상이 타결됐다.
치협 협상단 대표인 마경화 부회장은 이날 저녁 9시 30분경 5차 협상을 마치고 나오며 대기중인 기자들에게 “공단의 협상안을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워 결렬을 선언하고 나왔다. 치협은 건정심에 간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마 부회장은 “치과의 특수성을 전혀 이해하지 않는 공단의 태도에 그동안 쌓여온 불만이 표출된 것이다. 더 이상 이런 식으로 갈 수 없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고민을 많이 했지만 0.1%를 더 준다고 어떻게 받겠나? 보장성 강화 방안을 공동연구를 하게되면 자칫하면 지난해 모형연구와는 달리 비급여 항목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공단 협상안에 대한 거부 배경을 설명했다.
공단은 이번 협상에서 처음에는 지난해 인상률인 2.6%보다 낮은 2.5%의 인상안을 제시하다 지불제도 개편과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위한 공동연구라는 2가지 부대조건 수용을 전제로 2.8%까지 인상하는 안을 제시하는 등 계속해서 부대조건을 수용할 것을 요구했으나 치협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치협 협상대표로 참여한 최대영 서울지부 부회장은 “0.1% 인상에 따른 재정은 20억원정도지만 1개 치과에서 월 6만7000원 수준”이라며 “0.1~2%에 신경쓰는 것보다 치협의 강경한 입장을 보여줌으로써 치과계의 자존심과 명분을 지키는 것이 중요했다. 이번 협상 거부는 잘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이번 협상에서 공단 협상단은 치협을 무시하듯 예의에 어긋나는 아마추어적 협상 태도를 보여 ‘협상결렬’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최대영 부회장은 “치협은 그동안 원가보존에 한참 못 미치는 수가에도 대승적 차원에서 협조해왔으나 이번 협상에서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수가를 제시해 그동안 누적된 불만을 표출하게 했다”면서 “특히, 공단의 협상단 중 한명은 개인적인 감정까지 드러내며 예우에 어긋나는 행동을 보여 매우 불쾌했다”고 공단의 협상태도를 비판했다.
박경희 보험이사는 “공단측이 첫 협상에서부터 기분 나쁠 정도로 선심쓰듯 말했다”며 “협상이 안되면 얼마든지 결렬될 수 있음에도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고 공단의 태도를 성토했다.
이번 수가협상에 대해 공단은 “수가를 당사자간 합의의 원칙이라는 협상제도로 운영하는 취지에 따라 전체 유형의 합의로 이끌어 내지 못한 결과에 대해 아쉽다”고 밝혔다.
이윤복 기자 bok@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