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포스포네이트 악골 괴사(BRONJ) 환자치료 요주의
모르고 치료했다 ‘큰 코 다친다’
약 복용 여부 반드시 확인 … 의료분쟁 위험성 커
서울 중구에 개원하고 있는 L 원장은 최근 골다공증 약을 복용하고 있는 50대 중반의 여성을 치료하고 나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경험을 했다. 평상시대로 문진표를 작성하고 크게 신경쓰지 않고 발치까지 하며 치료를 진행했지만 치료가 진행될수록 치조골이 더 약해져 처음 계획대로 치료가 이뤄지기 힘들었다. 다시 확인해 보니 이 환자는 골다공증 치료약으로 비스포스포네이트 치료약을 복용하고 있어 턱뼈 괴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발치 후 6개월간에 걸쳐 겨우 치료를 마치긴 했지만 ‘비스포스포네이트 복용 환자인지 모르고 치료했다가 의료분쟁에 휘말릴 수 있었겠다’는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L 원장은 “비스포스포네이트 약을 복용하는데 스테로이드를 쓰게 되면 뼈가 녹아내려 위험하다”며 “이를 모르고 발치를 하게 되면 치과의사가 법적인 책임을 질 수 있는 만큼 치료 전에 골다공증 약을 복용하는 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L원장과 같이 개원가에서 비스포스포네이트 악골 괴사((Bisphosphonate-related osteo-necrosis of the jaw·이하 BRONJ) 환자에 대한 치료 예후와 위험성 등을 아직 잘 모르는 경우가 상당수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L 원장은 “주변에 있는 한 선배가 아는 환자도 이 약을 복용하면서 모 대학병원에서 TMJ 치료를 받고 나서 악골 괴사가 심각해져 소송을 제기해 치과의사가 된통 뒤짚어 썼다는 말을 들었다”며 “개원가에서 치료 전에 문진표 등을 받고 꼼꼼히 체크하고 치료해야지 자칫 잘못하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BRONJ는 턱뼈 부위에 뼈가 노출돼 있으면서 적절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치료되지 않고 8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 비스포스포네이트를 과거에 복용하였거나 또는 현재 복용하고 있는 경우, 턱 부위에 방사선 치료를 받은 과거력이 없는 경우 등 이 3가지를 만족하는 경우에 해당된다.
국내 모 치과대학병원의 2009년 발표에 따르면 경구 제제로 인한 BRONJ의 발생빈도는 약 0.05~0.07%로 미국과 유럽, 일본의 발병률보다 높으며, 실제 발생빈도는 이보다 약간 더 높을 수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더욱이 치주나 치성 농양 등 염증성 치아질환 병력을 가진 환자의 경우 BRONJ가 발병할 위험이 7배나 증가된다는 연구보고도 나와 있다.
치과계에서도 임플란트를 비롯해 외과적인 치료가 늘어나면서 BRONJ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며, 임플란트 관련 학회와 이대임상치의학대학원 등에서 BRONJ를 주제로 한 심포지엄도 잇달아 열리고 있지만 아직 개원가의 관심과 위험성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은 실정이다.
BRONJ는 일단 발생하고 나면 그 치료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대한구강악안면외과학회, 대한내분기학회, 대한골대사학회, 대한골다공증학회가 공동으로 턱뼈 괴사의 발생 위험, 예방 및 처치 방법 등에 대한 최신지견을 적극 알리고 있다.
김선종 이대 임상치의학대학원 교수는 “BRONJ의 발병률이 경구 비스포스포네이트의 투여 2~3년에 증가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3년 이상 비스포스포네이트를 받은 병력은 BRONJ의 발병에 중요하다”면서 “외과적 치과치료 후 BRONJ가 발병할 수 있다는 위험을 환자에게 자세히 설명해야 하고 환자가 치과치료를 받고자 하는 경우 정보 동의를 사전에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BRONJ에 대해 잘 모르는 치과의사가 아직도 많고 대학에서도 이에 대한 강의가 없다”며 “외국에 비해 발생 빈도가 높은 만큼 경험이 많은 치과의사를 비롯해 젊은 치과의사들도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근 아주대 임상치의학대학원 교수도 “BRONJ는 비교적 드물지만 비스포스포네이트 치료의 심각한 부작용으로 나타나는 질환”이라며 “BRONJ 환자가 치과치료를 받으면 300명당 1명꼴로 발병률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를 투여받는 환자의 치과 치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접 의과와의 원활한 의사 소통”이라며 “노년에서의 골다공증은 골절로 이어지기 쉬워 특히, 골반이나 대퇴부 골절은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이유로 정형외과나 내과의사들은 골다공증 예방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윤복 기자 bok@k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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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포스포네이트는?
비스포스포네이트는 폐경 후 골다공증 치료시 일차 선택 약제로 경구투여제와 정맥주사제로 나눠진다. 투여주기에 따라 매일, 매주, 한달 간격의 경구투여제와 3달, 1년 간격의 정맥주사제로 나눠진다. 국내에서는 외국과는 달리 5종류의 비스포스포네이트 제제가 골다공증 치료의 적응증으로 사용이 허가됐으며, 지난 5년간 비호르몬 골다공증 제제의 73~85%를 차지하고 있다는 최근 보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