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자 처벌 내용 조속히 공개하라”
안전 불감증·무허가 의료기기 유통 ‘철퇴’
GMP 등 임플란트 관리체계 부실 드러나
식약청 비멸균 의심 임플란트 조사결과 발표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무허가 임플란트 제품을 제조, 유통, 판매한 ㈜아이씨엠과 유디임플란트(주) 등이 결국 당국의 ‘철퇴’를 맞게 됐다.
특히 이들이 유통시킨 멸균 여부를 입증할 수 없는 임플란트들이 이미 600여명의 환자에게 시술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치협은 이와 관련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은 물론 시술 환자에 대한 장기 역학조사와 해당 업체 등에 대한 엄정한 처벌을 거듭 촉구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청장 이희성·이하 식약청)이 ‘비멸균 의심 치과용임플란트 제조·유통 조사결과’를 지난 21일 서울지방식약청 브리핑실에서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서 식약청은 문제가 된 비멸균 의심 임플란트와 관련 치과의료기관에서 사용한 제품은 총1만1147개며 이중 멸균 여부를 입증할 수 없는 제품이 모두 892개에 이른다고 밝혔다.
특히 식약청 추적 조사결과 이들 제품은 이미 38개 치과, 총 606명의 환자에게 시술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브리핑에서 서갑종 식약청 의료기기관리과 과장은 “시술 환자에 대한 전수 조사결과 현재까지 감염 등의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면서도 “비멸균으로 인한 부작용 등 안전관리를 위해 해당 치과에 시술환자에 대한 부작용 등 관리를 철저히 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식약청은 완제품 입·출고대장, 품질관리기록 등 제조업자 준수사항을 위반한 ㈜아이씨엠과 무허가 제품을 유통시킨 ㈜메디아트, 의료기기 판매업 신고를 하지 않고 제품을 판매한 유디임플란트(주) 등에 대해서도 위반사항에 따라 행정처분 또는 고발하는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취할 계획임을 밝혔다.
식약청은 “이 같은 유사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임플란트 제품에 대한 멸균여부 검사명령제를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하는 한편 향후 생산 단계부터 사용까지 신속한 추적관리를 위한 의료기기 고유식별코드(Unique Device Identification·UDI) 제도, 의료기기 품질책임자 지정제 등 안전관리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서류상 오류’ 앞에 GMP는 무용지물(?)
하지만 이날 식약청의 발표는 최초 논란이 된 멸균 여부 자체에만 초점을 맞춰 정작 불안한 제품으로 시술을 받은 환자 600여명에 대한 책임 있는 사후 조치는 사실상 외면했다.
식약청은 멸균여부를 입증할 수 없는 임플란트 제품으로 시술을 받은 환자가 후발증상을 호소하거나 제거 또는 환불 등을 요구할 때 어떤 조치를 할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 “해당 의료기관과 환자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날 발표 결과를 일부 인용, 유디치과 측이 오히려 “무균검사 결과 세균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주요 방송이나 신문 등을 통해 본질을 호도한 주장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식약청 역시 이 같은 상황 대처에 소극적이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문제는 인체 내에 식립되는 중요 의료기기인 임플란트 관리체계에 대한 부실이 이번 사태의 핵심 쟁점임에도 불구하고 비중 있게 부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서류상의 오류’라는 유디 측의 해명이 사실은 ‘멸균인증서의 부재’라는 심각한 국민 건강 위해 상황을 의미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허가와 멸균 과정 등 임플란트의 제조, 유통과 관련된 구조적 문제점에 대한 논의는 정작 뒷전으로 밀렸다는 지적이다.
치과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치과계 인사는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인증을 위해서는 멸균이나 유통 등과 관련한 전반적 계획서를 제출하도록 돼 있는데, 실제로 이번과 같이 무허가 임플란트 제품들이 버젓이 제조 및 유통, 판매된 것은 당국이 강력히 추진해 오고 있는 GMP 인증에 대한 사실상의 무력화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며 “식약청이 전문가 입회하에 해당 업체의 GMP 기록 등을 열람할 수 있도록 공개할 용의가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유디 측이 이번 사건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들이 얼마나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안이한 인식을 가지고 있는가를 방증하는 대목이라는 점에서 식약청 등 관계 당국의 책임 있는 후속 대책이 절실하다는 여론이 치과계 안팎에서 비등하다.
윤선영 기자 young@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