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임플란트 진화방향은?
“생물학적 표면처리 기술 대세”
외산 임플란트 업체 신제품 출시·마케팅 관심 고조
HA, RBM, SLA...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임플란트 표면처리 기술들이 십년 세월을 뛰어 넘은지 오래다. 기존 틀을 깨고 다음 세대 임플란트가 보여줄 진화방향은 무엇일까.
세계적인 임플란트 기업들이 내놓고 있는 신제품들을 살펴보면 우선 티타늄이란 기본조건을 바꿔보려는 움직임이 눈에 띈다.
짐머사가 지난해 말 미국 현지에서 출시해 화제가 된 제품은 골과의 접촉면이 넓은 픽스쳐 중간 바디를 탄탈륨이란 금속으로 처리, 표면디자인까지 해면골과 매우 유사하게 해 시각적 충격을 준다. 일명 Trabecular Metal Technology란 기술로 이미 정형외과 분야에서는 10여년 전부터 높은 생체친화력을 보이는 탄탈륨을 수술용 임플란트에 적용해 왔다.
다만 가격적인 면에서 미국 출시가가 500달러를 상회하는 등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는데, 해당 제품을 내년 하반기 국내 선보일 예정인 업체 관계자는 “수가가 떨어진 국내 임플란트 시장에서 VVIP를 만족시키는 프리미엄제품 중의 프리미엄제품으로 마케팅을 펼쳐보려 한다”고 말했다.
또 진보된 SLA표면처리 기술로 오리지널에 대한 자부심을 내세우고 있는 스트라우만의 경우도 최근 ‘록솔리드’라는 티타늄과 지르코늄의 합성물질로 된 제품을 내놔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이 경우는 표면처리기술보다는 재료의 강도를 높인 경우다.
스위스 본사에서는 현재 기존 SLA 표면처리를 뛰어넘는 골융합력을 보이는 새로운 재질의 임플란트가 개발됐다는 이야기가 새나오는데, 업체 관계자는 “비금속재료를 사용한 임플란트라는 정도만 공개할 수 있다. 이미 임상실험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어 유럽에서는 빠른 시일 내 출시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임플란트 연구자들은 궁극적으로 세계적인 임플란트 회사들이 다음 세대 제품에 적용하려는 기술은 단순히 표면 거칠기를 높이는 방법이 아니라 골형성 관련 단백질과 티타늄을 융합하는 생물학적 접근법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단백질을 구성하는 펩타이드를 티타늄 표면에 도포한 제품을 말하는 것인데, 이는 일명 4세대 임플란트로 앞서 Blasting·Etching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제품에 비해 골생성 및 골유착에 있어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이미 국내 대표업체들도 전 임상단계의 파일럿 제품 개발이 완료된 것으로 확인된다. 그러나 임상에서의 생식·유전적 문제 발생여부와 발암성 등 안전성에 대한 검증과정이 남아 있어 출시 시기가 미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 김광만 연세치대 치과생체재료공학교실 교수는 “안전성만 확보된다면 임플란트의 다음 진화방향은 생물학적 처리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어느 나라가 먼저 허가를 내줄지 서로 눈치를 보는 상황인데, 어떤 업체든 출시를 시작하면 다양한 제품이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표면처리 기술과 함께 디자인이 골유착율을 높이는 두 축이라 할 수 있는데,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외국기업에 비해 국내 기업들이 독특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앞선 측면이 있다. 이를 잘 살려 국내 업체의 경쟁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철 원장(리빙웰치과병원)은 “국내 업체들의 임플란트 연구·개발수준이 많이 향상됐지만 아직도 임상테스트의 어려움과 수익성 때문에 표면처리 기술에 대한 투자가 외국 기업에 뒤쳐지는 측면이 있다. 이는 산·학 협력연구 및 외국 연수 확대 등으로 극복해야 할 부분”이라며 “현 시장에 급급한 제품 출시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가진 투자와 제품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수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