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의 즐거움’을 읽고-
그 많은 대중들 속에서도 나는 오직 하나뿐이기에 우리 자신이 인간으로 태어난 그 자체만으로도 축복 받은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 믿어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소중히 하고 당당한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위와 같은 생각을 갖기란 참으로 힘들다. 왜냐하면 자신만의 가치의 소중함을 깨닫기에는 다른 이들과 나의 삶을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아쉬운 점들만 떠올리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무엇이 평범한 한 학생의 생활을 그렇게 값지게 만드는 것일까? 그것은 일상적인 일들을 전에는 한 번도 시도해 본 적이 없는 방법으로 해보는 몰입이고, 거기에서 느끼는 몰입의 즐거움이 우리 삶을 능동적으로 바꿈으로써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것이다. 넉넉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가 기대할 수 있는 삶과 빈민가에서 태어난 아이가 기대할 수 있는 삶은 분명히 다르다.
이렇게 우리의 삶을 제약하는 환경이 다를지라도 개인이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함으로써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은 열려 있고, 그것이 바로 자신과 자신의 일에 대한 몰입이다. 파스칼의 유명한 잠언처럼,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칠십 평생이 우주를 경험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라고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인생이란 한 인간이 우주를 경험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간이고 사랑과 감사로 웃으면서만 살기에도 너무나 짧은 시간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일과 공부의 부담에 짓눌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혀 살아간다. 그 불안감을 떨쳐버리기 위하여 희열을 느끼는 심리적 메커니즘을 양질의 생산적 활동에 적용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단한 일까지도 즐거운 오락으로 바꾸어버리는 묘책을 만들면 몰입의 경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자신감이 생겨난다. 사람들이 쾌락에만 매달리게 되면 그 대가로 기술적 경제적 가난을 감수해야 한다는 게 상식이지만 이 같은 고정관념을 단번에 무너뜨려야 자신이 바라는 것을 얻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몰입은 어떤 활동을 할 때 잘 나타날까? 명확한 목표가 주어져 있고, 효과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으며, 과제의 난이도와 자신의 능력이 합치되는 활동을 할 때 우리는 몰입을 통해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 종교의식, 음악연주, 등산, 여러 종류의 게임 등이 이에 해당된다.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해서가 아니라 목표가 없으면 한 곳으로 정신집중하기가 어렵고 그만큼 산만해지기 때문이다. 목표에 합당한 일을 하는 동안 설령 몰입을 경험하지 못하더라도 마음은 개운해진다. "무엇을 원한다"는 사소한 마음의 움직임이 집중력을 높이고 의식을 명료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여가활용에서도 몰입이 중요하다. 소파에 기대앉아 시시껄렁한 소설을 읽고 허공을 쳐다보거나 TV를 보는 수동적 여가활동은 우리를 ‘심리적 혼돈’ 과 ‘무기력 상태’에 빠뜨리기 쉽다. 미국의 한 조사결과 운동이나 게임 등 능동적 여가활동은 수동적 여가활동보다 몰입의 빈도가 4배나 높았지만 사람들은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동적 여가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능동적 여가활동은 어느 정도의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동적 여가활동만 즐기다보면 인생이 허물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삶은 행동하고 느끼는 것, 다시 말해서 경험이다. 그리고 그 경험은 시간 속에서 이루어지므로 시간은 우리에게 무엇보다 소중한 자산이다.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할당하고 투자하느냐에 따라 삶이 결정된다. 즉, 같은 시간을 투자하여 공부하더라도 누구는 좋은 성적을 받고 누구는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현실을 덮고 있는 말들을 걷어내고 현실 자체에 과학적이고 구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단지, 삶을 사랑하라는 감미로운 교시로는 부족하다. 자기 자신을 긍정하라는 공허한 구호도 우리의 삶을 감당할 수는 없고 우리가 지금 하는 일에 몰입하라고 말하고 싶다. 아무리 하잘 것 없는 일이라 하더라도 그 일에 몰입할 수 있어야만 우리의 삶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다. 힘든 고3을 지내고 막상 대학에 들어와 보니 또한 고3의 힘든 생활이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하지만 진정 인생을 성공적으로 살기 위해선 한 가지 일에 깊이 빠져드는 ‘몰입(沒入)" 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삶을 훌륭하게 가꿔주는 것은 ‘몰입"이다. 산악인이 험준한 암벽을 타거나 음악가가 고난도의 작품을 연주할 때 행복을 느낄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지만 일이 마무리된 뒤 비로소 자신의 체험이 얼마나 값지고 소중했는지를 실감한다.
물론 몰입하지 않고도 행복을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