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과 대상 연예인 초상권 배상 요구 ‘비상등’
입소문 ‘바이럴 마케팅’ 시도했다 오히려 ‘멍에만’
고충위, 부작용·배상 상담 사례 급증
치과를 대상으로 한 연예인 초상권 관련 배상 요구가 최근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개원가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특히 그 동안 일부 마케팅 업체가 무작위로 이 같은 방식을 활용해 왔고, 해당 법무법인들이 전면에 나선 만큼 피해 사례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치협 회원고충처리위원회(위원장 조대희·이하 고충위)에 따르면 최근 이 같은 마케팅 부작용 및 배상 관련 상담 사례들이 잇달아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수도권 지역 치과들을 대상으로 한 이번 배상 요구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근 연예인 등 유명인에 대한 초상권 침해 배상액이 늘고 있는 추세고, 사회적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는 실정인 만큼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연예인 사진 썼으면 2천만 원(?)
경기지역에서 개원하고 있는 A 원장은 인터넷 블로그 등에 연예인 사진을 무단으로 활용한 행위에 대한 배상을 요구하는 통지서를 최근 모 법무법인으로부터 받았다. A 원장이 해당 연예인들의 ‘퍼블리시티권’(right of publicity)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퍼블리시티권’이란 유명인이 자신의 성명이나 초상을 상품 등의 선전에 이용하는 것을 허락하는 배타적 권리다.
A 원장은 이에 대해 “2011년에 6개월간 마케팅 업체와 계약한 바는 있지만 그 이후에는 업체와 연락을 한 적도 없고 포털 사이트 카페에 들어간 적도 거의 없다”고 황당해 했다.
B 원장 역시 최근 한 법률사무소 명의의 지급명령 신청서를 받았다. 이미 5개월 전에 폐업을 한 치과의 블로그에 여자 연예인의 사진을 올린 적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법률사무소 측은 다른 치과는 1천만 원 등으로 합의를 했는데, B 원장의 경우 합의를 하지 않은 만큼 2천만 원의 배상액에 대한 지급명령을 신청했다는 입장이다.
B 원장은 “블로그 등을 검색해 보니 여러 명의 치과의사가 이런 배상 관련 민사소송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단 이의신청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 본질 버린 마케팅, 논란의 ‘불씨’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은 이른바 ‘바이럴 마케팅’(viral marketing) 방식에 있다.
입소문, 사용 후기 등의 내용을 블로그나 카페 등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하는 이 마케팅은 업계에서는 흔히 사용하는 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A 원장과 단기 계약을 한 바이럴 마케팅 업체 역시 남녀 연예인들의 사진과 동정을 해당 치과의 이름으로 개설된 블로그 등에 무작위로 노출시켜 왔다. 예를 들면 ‘한류스타 탤런트가 현지에서 인기를 얻었다’거나 ‘인기 걸 그룹이 최고 수준의 가수로 선정됐다’ 등 치과 및 진료와 전혀 무관한 내용을 여러 건 게재한 것이다.
이와 같은 마케팅 방식은 최근 S엔터테인먼트, J엔터테인먼트 등 유명 연예인들이 소속된 연예 기획사들이 초상권, 성명권, 저작권 등의 관리를 법무법인 측에 위탁하면서 논란이 본격화 됐다.
특히 법무법인 측에서는 이 같은 마케팅에 대해 연예인의 초상권 등을 이용, 치과 및 의료행위를 광고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관련 증거도 이미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A 원장의 입장에서는 이 같은 마케팅의 대가로 3백〜4백만 원이라는 거금을 지불했지만 효과는 미미한 반면 오히려 더 큰 ‘멍에’를 짊어지게 된 셈이다.
물론 단순히 인기 연예인의 사진 및 소식을 게재한데 대해 피블리시티권 배상을 요구하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는 반론도 있다.
하지만 마케팅을 진행한 업체 측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결국 책임은 고스란히 해당 원장의 몫으로 남게 됐다는 점에서 보수적 접근, 현명한 판단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윤선영 기자 young@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