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마음에 들려주는
토마스 연주의 ‘재클린의 눈물’
김주현
부산대치과병원 보철과 전공의
문득 음악은 위대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음악은 절망에 빠진 사람에게 한 줄기의 희망을 주고 상처받은 사람을 치유하고 슬퍼하는 사람을 위로 한다. 인간의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음악이라는 치료제를 통해 마음의 안정을 얻는 것이다. 나에게도 힘들고 지칠 때 위로가 되어주는 음악이 있다. 이제는 많이 들어서 내성이 생길법도 한데 들을 때 마다 늘 다른 말로 위로 해주는 것 같아 더욱 찾게 되는 곡이다.
‘재클린의 눈물’(Les larmes de Jacqueline).
원래 이 곡은 오펜바흐의 미발표 첼로 곡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첼리스트 베르너 토마스가 재클린 뒤 프레를 기리고자 ‘재클린의 눈물’이란 제목을 붙여 재탄생 된 곡이다. 사연인 즉, 당대 최고의 아름다운 소리를 자랑했던 첼리스트 재클린은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인 바렌보임과 결혼을 한다. 그 두 사람은 삶의 동반자이자 음악의 동반자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그들이 알지못한 어둠이 다가오고 있었으니….
재클린의 몸에 이상 변화가 온 것이다.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아 보니 다발성경화증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이 병은 점점 그녀의 몸을 마비시켜갔고 첼로를 연주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 재클린은 날마다 힘들게 병마와 싸웠고, 이와는 반대로 바렌보임은 세계 최고의 음악가로 승승장구하는 길을 가고 있었다. 그녀를 찾는 횟수는 날이 갈수록 줄고 재클린은 아무도 없는 밤에 혼자 절망감에 떨며 자기를 찾아와 달라고 절규를 하지만, 바렌보임은 결국 다른 피아니스트와 동거를 시작해 그녀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 놓는다. 그녀의 유일한 위안은 전성기의 자신의 연주를 듣는 것이었다. 가슴속에 한이 가득 차 있는데도 마비되어 있는 몸 때문에 눈물조차 마음껏 흘릴 수 없었던 재클린….
“어떻게 하면 삶을 견딜 수 있을까요?”
그녀가 세상에 던진 물음은 그 어떤 고통의 몸짓보다 더 절절하고 슬프다. 사실 토마스가 이런 제목을 붙이지 않았다면 이곡은 재클린과 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음악을 들을 때마다 사연을 생각하면 한 소절 한 소절이 가슴 깊은 곳까지 스며든다. 그러면서 서로 위로를 주고 받은 듯이 마음이 후련해지는 느낌이다. 아마 이곡을 들으면 아하~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래서 더욱 같이 공유하고 싶은 곡이기도 하다. 당신도 지금 마음의 치료제가 필요하다면 비운의 첼리스트 재클린 뒤 플레를 통해 위안의 멜로디에서 느껴지는 평안함을 느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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