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 과다부과 ‘제동’
대법원 “과징금 부과 형사처벌과 별개”
진료비 전액 아닌 허위청구 금액만 해당
허위청구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은 의료기관이라 해도 진료비 전액이 아닌 명백히 밝혀진 허위청구금액에 대해서만 과징금을 매겨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는 의료기관이 형사처벌을 받았다 해서 해당 진료비 전액을 환수하고 과징금을 매기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 제2부는 최근 허위청구로 진료비 전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했지만, 이에 대한 처분 취소소송에서 근로복지공단이 패소하자 제기한 상고심에서 의료기관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사건은 모 의료기관이 지난 2008년 4월부터 2009년 5월까지 입원료 등을 허위로 기재하는 방식으로 산재보험료 2억9237만원을 수령하자 근로복지공단이 허위청구로 의료기관을 검찰에 고소하는 한편, 진료비의 2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해당 의료기관이 2억9237만원의 진료비를 편취한 혐의는 인정하지만, 부과된 과징금에 대해서는 다른 판결을 내놨다.
재판부는 “비록 허위 청구에 대한 형사처벌이 내려졌다해도 이 진료비 전체가 허위 청구라는 증거가 없는 한 이를 토대로 과징금 액수를 정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에 따르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의료기관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진료비를 지급받은 경우 2배에 달하는 금액을 징수할 수 있다”며 “하지만 부당이득금의 징수 대상은 허위 청구 대상에 한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해당 의료기관이 입원료를 허위로 기재하는 방식으로 2억9237만원을 편취했고 이를 토대로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이 진료비 전부가 허위 청구로 받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건 환자들을 보면 사지마비나 반신마비 환자로 애초에 근로복지공단이 입원 치료를 승인한 환자이며, 실제 입원이나 치료가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살피지 않고 수사 결과만 가지고 진료비 전액을 부당이득금으로 정한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아울러 재판부는 “근로복지공단이 청구한 진료비 중 치료비는 15%에 불과하고 입원비가 85%를 차지하고 있어 명백한 허위 청구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대략적인 정도를 나타낸 것일뿐”이라며 근로복지공단의 상고를 기각했다.
결국 이번 판결에 따르면 과징금과 환수는 명백히 허위 청구로 인정된 사안에 대해서만 이뤄져야 하며,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다면 과징금 부과 자체를 취소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신경철 기자 skc0581@kd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