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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수필(861)>
난 네가 대포집에서 한 일을 알고 있다(上)
이윤정 / 양천구 아름다운 치과

꿀꿀한 날 돼지고기 소주 생각날땐 "마포 최대포집" 에피소드 떠올라 목말라 따른 것이 기름장이라니... 실수 연발에 얼굴화끈 비가 올 듯 말듯, 바람은 스산하고... 오늘은 왠지 기분을 차악~ 가라앉히는 날씨였습니다. 게다가 환자는 쉴 새 없이 들이닥치지, 마음먹었던 일은 하나도 못 했지... 진료 시간이 끝날 무렵, 물에 젖은 솜뭉치처럼 늘어질 수밖에 없었지요. 같이 있는 동료 김선생님도 저와 다르지 않은 모양입니다. 늘 평온한 얼굴에, 오늘따라 끼인 그늘. 얼토당토 안 되는 핑계를 대어 술 한잔 하자고 그녀를 유혹했습니다. 둘 다 그리 술을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이 대목에서 비웃지 마세요. 지금은 정말 잘 못합니다.) 아무리 술을 잘 못하는 사람이라도 술이 땡길 때는 있는 법이니까요. 독일식 흑맥주를 마실 수 있는 신촌의 ‘프로스트’를 갈 것인가, 이런 꿀꿀한 날에 어울리게 돼지고기에 소주를 마실 수 있는 ‘마포 최대포집’에 갈 것인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제가 아직도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마포 최대포집’에 가보기로 했지요. 물론 이 결정에는 얼마 전 케이블 TV에 ‘마포 최대포집’이 등장한 것이 큰 힘을 했지요. 산 넘고 물 건너라고 했던가요. 왕 터프하게 운전하시는 좌석 버스를 타고 어딘지 모르는 5호선 역 찾아 헤매다 지하 깊숙이 내려가고 또 내려가 지하철을 타고, 또 다시 냄새에 혹해 걸어 한시간여만에 ‘마포 최대포집’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양옆으로 비슷한 고깃집들이 자리잡고 있었지만, 옆집의 한가한 야외 테이블과는 대조적으로 차곡차곡 사람머리를 쟁여놓은 듯한 그 고깃집은 어떻게든 들어가야겠다는 의욕을 불살랐지요. 야외테이블을 꿈꾸며 갔지만 20분쯤 줄서서 기다리면서는 그런 ‘꿈’ 따위는 버리고, 그저 배고픈 배나 채웠으면 하는 맘으로 바뀌었습니다. 드디어 자리가 났습니다. 구석에서 두 명이 일어나길래 신이 나서 그리로 달려갔습니다. 웬걸요? 빈 테이블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저씨 두 명이 여전히 앉아서 술잔을 기울이고 계셨지요. 저희를 보시면서 아저씨들이 하시는 말씀 “ 아가씨들이랑 더 마시고 갈래 (거의 꼬장 수준~!)" 하지만, 고깃집 주인 아줌마의 혼쭐에 재빨리 일어나시더군요. 이렇게 붐비는 고깃집에서는 불판을 ‘나누어’ 쓰는 합석은 아무렇지도 않은 일인가 봅니다. 저희가 한쪽에 자리잡고, 다른 한 쪽에는 남정네 두 분이 자리를 잡고... 요따만한 불판을 어떻게 나누어 쓰는 걸까? 아줌마 왈 “다 알아서 해드려요." 그 아저씨들, 소금구이 2인분에 껍데기 1인분, 소주 한 병. 저희들은 소금구이 2인분에 백세주 한 병. 허허...알아서 해주시기는요. 그냥 소금구이 4인분을 한꺼번에 불판에 떠억 올려놓으시더군요. 이걸 어떻게 먹어야 하나? 여기서는 소주를 마시는 일이 ‘당연’한 일인가 봅니다. 저희는 백세주를 시키려고 마음먹고 있는데, 시키지도 않은 참이슬을 떠억 갖다 놓으시는 것을 보면. 백세주로 바꾸어달라고 하고 기다리는 동안 목이 말라 패트 병에 든 누런색의 액체를 소주잔에 따랐습니다. 그 순간 앞에 계신 아저씨 왈 “아니 뭐 하십니까? 그건 기름입니다." 뜨아. 민망! 기름이 여기 왜 있는 걸까? 애기 주먹만한 소금구이 덩어리들이 불판에서 지글지글 익어가고, 저희는 그 고기들이 아저씨들 것인지 우리들 것인지 구별도 못한 채, 먹어도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 판단이 안 되어 앞에 놓인 양파랑 마늘만 부지런히 구워먹었지요. 아저씨들 왈 (사실, 저희보다 젊어 보였습니다. 어쩌면 ‘킹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 “이거 드십시오. 혹시 나중에 더 나오면 저희가 그거 먹지요." 그 쪽에 놓은 접시랑 저희 쪽에 놓인 접시들을 비교해보니, 저희 쪽에는 소스가 없더군요. “아줌마 저희도 간장 주세요?" 또 아저씨 한 분이 딴지를 걸더군요. “간장이요? 아유 서투른 티 내시네. 간장이 아니고 소스에요." 깨갱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그 소스... 틀림없이 간장이 들어갔을 겝니다. 억울해! 괜히 기죽었네. 이제 이쪽 고기, 저쪽 고기 없습니다. 그냥 막 먹습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