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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보험 천국 미국, 치과의료 참상 충격

신경치료 80만원…치료 못받아 죽음까지

 

 
 
■ 양쪽 아래위 어금니가 모두 썩은 6살 여자아이. 치료비만 총 400만 원이 든다. 우리나라의  5배 수준. 한창 클 나이에 이가 아파 잘 먹지 못하는 어린 자식을 위해 엄마가 해 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음식을 잘게 잘라 주는 것뿐. 부모는 아이가 치통으로 힘들어 할 때마다 약국에서 도포마취제를 사다 발라주고 소금물로 양치를 시킬 뿐 비싼 치료비 때문에 치과 치료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 돈 없는 사람들을 위한 무료치과. 4~5살 가량으로 보이는 어린소녀는 수면마취후 앞니를 포함해 썩은 이를 한꺼번에 다 뽑아내야 했다. 일찍 치료했더라면 살릴 수 있는 치아들이었다. 비싼 치료비를 감당하지 못해 치료를 미뤄왔던 부모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간다. 보험도 없고 돈이 없는 환자들은 무료치과를 전전할 수밖에 없다. 그곳에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발치뿐이다.


■ 충치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가 치주염이 뇌로 전이돼 죽음을 맞은 12살 흑인 소년의 사연은 가히 충격적이다. 소년은 저소득층으로 국가의료보험 대상자였지만 냄새가 나고 산만하단 이유로 치과에서 받아 주질 않아 결국 사망했다. 국가의료보험은 저소득층과 노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병원에 치료를 강제하고 있지는 않다. 병원에서 거부하면 그만이다.

 

최근 방영된 SBS 창사특집 대기획 ‘최후의 권력-금권천하’에서는 서민의 목을 옥죄는 미국 의료보험의 불합리한 실태가 심층적으로 조명됐다.

 

#3명 중 1명 치아 아파도 치료 못해
방송은 특히 치과진료 부분에 많은 비중을 두고 보도가 돼 더욱 관심을 모았다.


현재 미국의 국가의료보험(공공보험)은 저소득층과 노인만을 대상으로 하며 나머지는 민간보험으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민간보험료가 2배 가까이 오르면서 돈이 없는 서민들의 경우 보험 가입은 엄두도 못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에 치과보험이 없는 사람은 약 1억 명. 3명 중 1명은 아파도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


높아진 보험료만큼이나 의료비도 비쌀 수밖에 없다.


치과신경치료비 80만원, 치아를 때우는데 기본 30만원, 의사진료비 10만원, 파노라마 엑스레이비도 10만 원 선이다. 치아 하나를 치료하기 위해 드는 기본비용이 100만원을 훌쩍 넘는 셈이다.


이는 비단 치과 진료만의 문제가 아니다. ‘제왕절개’의 경우 한국은 191만원인데 반해 미국은 1996만원, ‘백내장 수술’은 한국 143만원, 미국 507만원, ‘맹장 수술’은 한국 221만원, 미국 1513만원으로 현격하게 차이가 난다. 


더욱이 병원들은 약병, 양말, 체중계, 환자복 등 갖가지 항목을 마음대로 책정해 의료비를 부풀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병원과 협상해서 의료비를 줄여주는 의료비용 전문변호인도 생겨나고 있다.

 

# 의료수가 철저한 시장 원리 도입 탓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방송은 미국의 경우 의료수가를 철저히 시장 원리에 맞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병원이 비용을 높이면 이에 맞춰 보험회사는 보험료를 올리는 악순환의 구조가 지속된다. 이것이 바로 5400만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보험료를 내지 못해 의료보험에 가입할 수 없는 이유다.


지난 100여 년간 프랜클린 루즈벨트, 존 F. 케네디, 빌 클린턴에 이어 현 오바마 대통령 정부에 이르기까지 민영화된 미국의 의료보험을 개혁하려는 수많은 시도가 있어 왔지만 한 번도 빛을 보지 못했다.

 

이유는 단순했다. 민간보험사들이 자신들의 이익에 걸림돌이 되는 공공보험이 도입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 제약, 의료 관련 대규모 기업들은 공공보험을 저지하기 위해 정치권을 비롯해 여러 조직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 부으며 로비를 하고 있다.


미국의 최대 보험사 임원으로 일하다 회의를 느껴 5년 전 퇴직한 모 인사는 “미국의 의료, 보험업계는 엄청난 비용을 로비스트에게 쓴다. 이것이 미국 의료보험이 비싼 이유다”라고 적나라하게 폭로하면서 의료가 철저하게 자본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미국 의료산업의 실태를 꼬집었다.

 

# 박근혜 정부 의료민영화 우리도 남일 아냐
이번 방송을 통해 미국의료의 뼈아픈 현실을 접한 네티즌들은 “충격을 넘어 절망적이다”, “막연히 알고는 있었지만 참담하다” 등의 반응을 쏟아냈다.


모 네티즌은 “돈이 없어 병원에 가지 못하고 죽는 사람이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은 후진국이다. 의료, 전기, 수도, 교통, 가스, 교육 등은 국가가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라며 “가장 잘 사는 나라가 가장 멍청한 짓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대자본인 보험회사들이 자신들의 배를 채우려는 이기적인 행동 때문에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참 어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과거 이명박 정부가 의료보험을 미국처럼 민영화 하겠다고 했던 것이 생각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박근혜 정부도 이 같은 의료 민영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어 걱정된다. 이러다 언젠가는 미국의 암울한 의료계 현실을 한국에서 마주할 지도 모르겠다. 극심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