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잔하다
낯선 이들과 합석
호감갔으나
알고보니 유부남
이 가을에
어떤만남 꿈꾼다면
‘마포 최대포집’
한번 가 보시지요!
“실례지만 나이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저희는 결혼했구요, 저는 33, 이쪽은 32입니다."
역시 세상에 괜찮은 남자들은 다 결혼했다는 말이 틀리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대뜸 김 선생님 왈, “어유. 저희보다 한 살 어리시네요."
아니. 이런 능청이!
깜짝 놀라면서 그들의 얼굴에 한 순간 실망(?)의 표정이 지나간 듯.(?) 하지만, 뭐 속겠습니까. 저처럼 귀염성 있고 어린 서른 네살 보셨습니까?
“저희는 돼지띠에요." (절대 나이를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는 와중에 그 유부남들에게 전화가 오더군요.
“음음. 겨우 자리 잡았어. 어어. 안 와도 돼. 하하하. 그래 그래. 껄껄."
아마 일행이 오나 봅니다. 아니, 이 좁은 자리에 일행이 오면 어디 앉는답니까.
“저기요, 부탁이 있는데요, 조금 있다가 저희 일행이 오거든요. 그러면, 저희를 모르는 척 해주세요."
허 참. 별일이네요. 일행도 저희가 있는 걸 보면 좋아하지 않을까요? 아하~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멀쩡하게 생긴 서른 세살 유부남이 실토를 하는군요.
“조금 있다가 저희들 와이프가 오거든요."
아하! 아하! 아하!
“원래 한동네 살던 이웃인데 친구가 돼서요, 오늘 오랜만에 만나서 같이 저녁을 먹기로 했거든요. 여기는 연기가 많이 나서 애기한테 안 좋을 것 같아서 저녁은 따로 먹기로 했어요. 그래서 조금 있다 저녁 먹고 이리로 올 거에요."
능글맞게 생긴 서른 두 살 유부남이 얼굴을 찡그리며 하는 말...“아! 하필 오늘~!"
그런데...남자들은 다 그런 건가요? (부디, 아니라고 자신있게 대답해 주세요!) 임신한 와이프가 있는데, 젖먹이 아기가 있는데, 눈앞에 아리따운 아가씨들이 있다고 작업에 들어가다니요....
“이렇게 만났는데, 우리 맛집 기행 같은 거 같이 하죠. 다음에도 만나서..."
아이구. 벙쪄라
마포 최대포집에서 이렇게 낯선 이들과 합석해서 말튼 것까지는 신기하고 재미있었는데, 유부남들이 이렇게 나오시니 대실망(으~유부남도 아닌 남자친구는 어떻게 믿죠?)
그런 말은 일단 무시하고, 우리가 시킨 백세주랑 그쪽이 시킨 소주를 섞어 오십세주를 만들어 주거니받거니.
흐흐. 사실 오랜만에 기분좋게 취했습니다. 마포 최대포집 때문인지, 잘 생긴 유부남들 덕분인지?
김선생님, 재빠르기도 합니다. “아! 저기 오셨군요!!!"
배 불룩한 임산부와 애기 안은 미시가 들어오려다 저희를 발견하고 다시 나갑니다. 그래요, 저래도 기분 나쁘지요!
갑자기 긴장한 유부남들. 멀쩡한 킹카 유부남이 후다닥 달려나갑니다. 아~ 밖에서는 심각한 토론이 벌어지고 있군요. 아마 들어오라고 하고 싶어도 자리가 없어서 못 들어오지요. 게다가 젖먹이 안고, 그 연기 자욱한 대포집 안으로? 표정이 심각합니다.
그 와중에 뺀질이 유부남, 계속 작전중입니다. “밑에! 밑에!"
둔한 윤정이, 아니. 순진한 윤정이는 못 알아듣고 고기만 열심히 집어먹었지요. 으아. 정말 맛있다. 이건 돼지고기 스테이크야 하면서요. 김 선생님이 마구 웃더군요.
아하. 그 뺀질이 유부남이 테이블 밑으로 명함을 주며 계속 소리를 치더군요. “밑에!! 밑에!! 빨리!"
아니, 도대체 명함을 받아서 어쩌라는 겁니까? 킹카 유부남이 심각한 얼굴로 들어오자 이번에는 뺀질이 유부남이 달려나갑니다.
킹카 유부남, 긴장한 얼굴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이. 뭘 잘못하셨길래, 그대는 잘못이 없어요! 계속 사과문을 읊조리던 킹카 유부남, 결국은 웃도리를 집어들고 나가는군요.
아. 입구에서 와이프가 계산을 합니다.^^ 흐흐흐. 남은 고기랑 술은 다 우리거당! 이게 웬 횡재냐.
“김선생님. 우리 일주일에 한 번씩 여기 오자구요. 여기 증말 증말 좋당!"
이 가을에 예기치 않은 만남을 꿈꾸신다면 ‘마포 최대포집’으로 한 번 가보시지요! (단, 불륜을 꿈꾸신다면 이불이나 돌돌말고 주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