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년 집념으로 최근 ‘영한한 이치의학사전(英韓漢 李齒醫學事典)’을 발간한 이병태 대한치과의사학회 회장이 매주 한번 씩 ‘치의학 용어 나들목’ 칼럼을 집필한다.
이 회장은 칼럼을 통해 치의학과 관련된 역사는 물론 북한용어와의 비교 등을 자세히 소개할 예정이어서 독자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자장면 먹고 이빨 쑤신다.”
이 말에 짜장면과 이빨이 등장한다. 치과에서 흔히 듣는 말도 이빨이다.
“어디 아프니?”
“아휴. 아저씨 이 이빨이…”
어른마저 정신 차릴 수 없으면 ‘선생’이라거나 ‘치아’라는 말을 챙기지 못한다. 국어사전마다 이빨은 이齒의 낮은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일반의 인식은 왜 그럴까. 의견을 묻고 정리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동물에게만 쓰는 말 같다. 예: 개이빨, 말이빨, 쥐이빨, 사자이빨
-유령이나 귀신, 도깨비처럼 흉측한 얼굴에 등장한다. 예: 드라큐라 이빨
-어른에게 쓰면 불경스럽고 아래 사람에게는 어울린다.
-어감이 나쁘다.
-대신 애기 이빨은 귀엽고 예쁜 감정이 든다.
-잘 모르겠다.
이렇게 요약됐지만 뚜렷한 이유는 찾지 못하였다.
1981년, KBS 라디오 ‘오늘도 건강하게’(새벽 건강프로)에 출연할 때 울산에서 온 편지(지금도 가지고 있음)에 ‘이발’이라는 글로 문의한 것을 보고 의아스럽게 생각했었다.
1991년, 중국에 갔다가 지금도 연변조선족자치주에 사는 우리민족은 이발齒이라는 말을 하고 글에도 쓰고 있는 사실을 알고 크게 놀랐다. 2005년, 대북 진료사업을 하면서 그곳 구강의사가 ‘이발’이란 용어를 쓰고 있어 또 놀랐다
훈민정음에 ‘齒 니니라’ 하였다. ‘니’가 ‘이’로 변했는데 오늘도 어금니, 앞니, 송곳니, 틀니처럼 함께 쓰고 있다. 그런데 ‘니’는 ‘닐’에서 ‘ㄹ’받침이 없어져 생겼고 ‘닐’은 ‘눌 날’에서 변했다는 학설이 있다.
한편 잇발, 이발의 ‘발’은 원래 ‘받(pat)에서 유래했고, 지금도 평안도 사투리에 ‘닛받이’가 있어서 ‘받’이 변해서 ‘발’로 됐다는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이런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배알(창자의 낮은 말), 눈알, 입알(닙알), 여기서 알은 새알, 꿩알, 닭알(달걀)이라는 뜻과는 달리 사람의 장기(臟器)를 가리키고 있다.
필자가 내세운 ‘입알’은 소화기(消化器)인 구강(口腔, 입안)에 들어있는 장기이다. 그렇다면 다음과 같은 가정도 가능하다고 본다.
입알(닙알)→이발→잇발→이ㅽㅏㄹ →이빨
전국 11개 치과대학 강단, 개원가 임상에서 ‘이빨’이 외면당하고 있으나 필자는 모두가 쉽게 쓰는 ‘이빨’과 ‘이발’에 다정함과 호감을 가지게 됐다. 필생의 사업으로 펴낸 <李齒醫學事典>의 tooth에, ‘이빨’과 ‘이발〔北 및 中 延邊〕’을 함께 올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병태 영한한 이치의학 사전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