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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침습

스펙트럼

상악 전치 돌출과 일치하지 않는 Midline을 가진 Class II Div I Case. 게다가 하악 전치는 선천적 결손으로 3-unit Maryland Bridge로 수복된 상태. 그것도 30년이 다 되어가 자연적 노화로 인해 변색된 인접 치아들과 shade matching이 안 되는 상태. 치경부 마모와 치은퇴축 양상도 꽤 여러 군데서 관찰됨.

50대 중반의 남자의 입안을 들여다 보고 발견한 것들이다. 그 남자는 바로 ‘나 자신’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입안에 대한 궁금증이 스물 스물 솟아 오르더니 급기야 욕실에 들어가 이곳 저곳을 자세히 살펴보고 얻은 환자(?)의 정보이다.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거울 속의 환자에게 치료계획을 설명한다.

먼저 최상의 심미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요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다는 성인교정에 대해 최대한 거부감 갖지 않도록 비교적 단기간의 치료기간과 최종적으로 얻을 수 있는 안모개선 효과를 약간의 과장을 곁들여 설명하고 이어서 오래된 Maryland Bridge는 이미 충분한 기간 동안 잘 사용하셨고 변색의 문제와 cement wash out의 가능성도 있으니 이 참에 제거하고 single implant를 고려해 보는 것이 어떨지 조심스럽게 의사를 타진해 본다. 물론 치경부 마모는 비록 증상이 없더라도 예방과 보호차원에서 컴퍼짓 레진으로 수복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기타 오래된 수복물들에 대해 꼼꼼히 검토한 뒤 변연누출이 있다면 재 수복 대상으로 리스트에 올려놓아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전문가미백을 통해 희고 밝은 치아를 만들어 멋진 미소의 주인공이 되면 좋겠다는 설명과 제안도 빼 놓지 않는다.

이 치료계획에 대해 불필요한 것을 과도하게 계획한 과잉진료라고 생각하는 치과의사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거울 속의 환자가 치료계획에 대해 다 듣고 난 뒤 보여준 태도이다. 한 손으로 턱을 쓰다듬더니 한 마디 한다 “그런데 선생님, 저 지금 이대로 살아도 큰 불편이 없는데 꼭 치료를 받아야 하나요?” ….

주변의 동료들을 보면서 자주 마음속에 떠오르는 의문점은 바로 “저 분이 명색이 치과의사라면서 왜 자기 치아가 저 모양인데 치료를 안 하지?” “더군다나 심미치료를 주로 한다고 하면서 심미적이지 않은 자신의 치아를 그대로 둔 채 도대체 환자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치료에 대한 동의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중이 자기 머리를 못 깎는다고는 하지만 아마도 이 세상에서 자신의 치아를 믿고 맡길 수 있는 최고(?)의 치과의사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상은 치과의사들이 자신들의 문제들을 소중하게(?) 간직한 채 살아가는 이유는 의외로 아주 단순하다. 적어도 내 생각에는 그렇다 즉 ‘침습’에 대한 거부감 혹은 두려움일 것이다. 자기 치아에 가해지는 비가역적침습이 가져다 주는 불안감은 이미 많은 환자들의 치험증례를 통해 그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이미지로 우리의 뇌를 가득 채우고 있는 지도 모른다. 이것은 본능적인 자기방어 기전일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꼭 치료해야 한다면 가능한 최대로 본래의 것을 보존하고 싶은 마음, 즉 최소침습에 대한 갈망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평소에 환자들을 상담하면서 힘주어 얘기했던 가족같이 아니 나 자신같이 여기고 치료하겠다는 다짐이 그저 최선을 다해 양심껏 잘 해야겠다는 것으로부터 또 다른 각도의 시각으로 나를 사로잡는다.

‘최소침습’
거울 속의 환자인 내가 거울 밖의 치과의사인 내게 꼭 부탁하고 다짐에 다짐을 거듭하면서 요구하고 싶은 치료철학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