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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치과 옆에 사무장치과가 있다”

<창간 48주년 특집>의료부조리 핵폭탄 사무장 병원- 5가지 유형 대표적…기업형 폐해 심각

비밀의 성’ 사무장치과
A원장은 옆 건물 B치과에 오늘 따라 경찰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것을 보고 이상하게 느꼈다. B치과 원장과는 눈인사만 하고 지내던 터라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건보공단 현지실사라면 모를까, 경찰에서 승합차를 타고 치과에 올 일이 있나?”라는 생각을 하고 여느 때처럼 진료를 이어갔다.

며칠 후 반 모임에 간 A원장은 어이없는 사실을 알게 됐다. B치과가 바로 사무장 치과라는 사실이었다. 며칠 전부터 경찰들이 오고 간 건 아마도 증거물 확보를 위해서라는 동료 C원장의 말에 몇 달 전 환자가 줄었던 부분까지 생각에 미치게 됐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B치과 때문이라고는 미처 생각을 못했는데… 내 치과 옆이 사무장 치과였다는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본인이 너무 둔한 게 아닌가 생각했다.


막장 치과의사 청출어람기
F원장은 서울에서 치대를 졸업해 나름 목 좋은 곳에서 치과를 개원하며 남들이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주식과 도박에만 빠지지 않았어도 평범하게 치과의사의 삶을 살 수 있었다.


3년 전 치과계와 치열하게 전쟁 중이라던 ○○치과에 들어왔다. 동문들은 ○○치과에 들어가는 F원장 뒤에서 수군거렸으며, 간혹 용기 있는 동문들은 잘못된 행동이라며 나무랐다.
“니들이 날 먹여 살려줄 거야? 그러지 않으면 닥치고들 있으라고!” F원장은 자기위안을 한다.


F원장은 보다 더 진화(?)되고 세련된 방법으로 소규모 네트워크 형식으로 치과를 운영하면 잡음도 없을 것 같았다.



○○치과에서 배운 거라고는 법에 걸리지 않고 편법으로 치과를 운영하는 것. F원장은 ○○치과에서 배운 경영노하우로 지방 중소도시에 자신이 직접 치과를 차리고 ○○치과와 같은 방법으로 바지원장들의 명의를 대여해 지점 3곳을 개원했다.

지방 소도시라 그런지 그다지 저항감은 없어 보인다. F원장은 속으로 “기업형으로 사무장치과를 운영하는 것보다 내실있게 소규모로 운영하는 게 부담도 안 되고 훨씬 낫지!”라고 생각한다.


부녀회 회장 의료생협 만들기

서울에 위치한 중대형 아파트 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G씨. 그녀가 관리하고 있는 아파트 세대수는 3000세대로, 입주민들의 신망이 매우 두터운 인물로 얼마 전 인근 아파트 부녀회장으로부터 의료생협이 입주민들의 동의를 받고 개원했다는 말을 듣고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자본금 3000만원에 최소 발기인 300명만 있으면 가능하다는 정보를 접했다. 관련 서류를 만드는 일도 상당히 쉬워 보인다.

그런 생각들이 구체화되자 입주민들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좋은 취지의 생각이 본인이 의료생협의 이사장을 맡고 관련 임원들을 친척들로 구성하면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으로 변질되기 시작한다.


몇 달이 지나고 아파트 단지 내 ‘○○아파트 입주민들을 위한 ○○의료생활협동조합 창립총회’가 열렸다.

겉으로 보이기는 정상적인 의료생협으로 보이지만 직원인사부터 심지어는 치료계획까지 병원 구석구석 G씨의 입김이 안 미치는 영역이 없다.

과도한 마케팅 수법을 사용했지만 넓은 인맥으로 다 무마시켰다. G씨는 더 큰 꿈이 있다. ○○의료생협 지점을 늘리는 일이다. 곧 ○○의료생협 한의원 2호 지점이 생길 예정이다. 생각지도 못한 의료생협 이사장 직함이 생긴 것이다.


■ 사무장병원 유형도 가지가지

의료를 이용해 손쉽게 고수입을 올리겠다는 욕망의 결정체인 사무장병원이 뿌리를 뽑을 수 없는 암세포처럼 보건의료계를 좀먹고 있다. 

이들 사무장병원은 단순 의료인 명의대여 병원운영 형태에서 벗어나 법인이나 의료생협 명의대여를 통한 병원 운영, 의료인 1인이 복수의 병원 운영 등 다양한 형태로 법망을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사무장병원’이란 의료법상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해 의료인 또는 비영리법인의 명의로 개설해 운영하는 의료기관을 말한다.


의료법 제33조2항에서는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조산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의료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 ▲민법이나 특별법에 따라 설립된 비영리법인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준정부기관,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방의료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법에 따른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등만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지 않는 비의료인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으며, 이를 위반해 적발 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요양급여비용 환수 조치가 진행된다.


이들 사무장에게 면허를 대여해준 의료인은 300만원 이하의 벌금, 자격정지 3월의 처분과 함께 사무장과 연대책임으로 요양급여비용 환수 조치가 이뤄진다. 단, 사무장병원에 고용된 의사가 자진 신고할 경우에는 의사면허 자격정지 기간은 2/3 범위에서 감경 조치해 준다.


이 외에 의료인이 의료인을 고용한 형태도 의료법 제33조8항과 제4조2항에 따라 사무장병원으로 볼 수 있다.


일명 ‘의료인 1인 1개소법’이라고도 불리는 의료법 제33조8항에서는 의료인은 어떠한 명목으로도 둘 이상의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의료법 제4조2항에서는 의료인은 다른 의료인의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거나 운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 최근엔 의료생협이 “활개”

사무장병원의 유형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를 대여하는 경우 ▲사단법인의 명의를 대여하는 경우 ▲생활협동조합의 명의를 대여하는 경우 ▲투자자를 모아 여러 개의 기관을 설립하는 기업형 사무장병원의 경우 ▲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를 대여해 복수의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경우 등 다섯 가지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의료인의 명의를 대여해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형태로 의료기관 근무 경험자나 의료기사 등 의료체계를 잘 아는 자가 개설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진료가 힘든 고령의사나 개인적 사정으로 병원개원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의사 등의 명의를 빌려 병원을 개설하고 고용의사에게 월급을 주는 형태로 병원을 운영한다. 이러한 사무장병원은 환자 본인부담금 면제, 교통지원 등 다양한 환자 유인책을 쓰는 경우가 많다.


사단법인의 명의를 이용하는 경우는 비영리사단법인이 필요한 범위 내에서 수익사업을 할 수 있다는 규정을 악용해 비의료인이 법인을 편법으로 설립, 법인의 명의로 요양기관을 개설하는 경우다.

또는 비의료인이 기존 설립 법인에 특별기여금 형태로 일정액을 지원하고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생활협동조합의 명의를 대여하는 경우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의 개설요건이 비교적 쉽다는 점을 악용해 전문 브로커를 통해 허위의 조합원을 구성, 의료생협을 설립하는 경우다. 의료생협 설립 요건은 조합원 300명 이상, 출자금 3000만원 이상 등 비교적 까다롭지 않아 사무장병원 개설 통로로 많이 이용되고 있다. 


기업형 사무장병원은 비의료인이 투자자를 모집해 여러 개의 요양기관을 개설, 그룹처럼 만들어 관리하는 경우를 말한다. 전문브로커가 사무장병원으로 운영되는 요양기관에 의료인을 연결해 주는 등 조직적으로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관리해 나간다. 


의료인이 의료인의 명의를 대여해 복수의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경우는 의료법 제33조8항과 제4조2항을 위반한 경우다. 자신 명의의 의료기관을 운영하며 명의대여 의사를 또 고용해 복수의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하며, 규모가 커질 경우 기업형 사무장병원의 형태가 된다. 최근 치과계가 홍역을 앓고 있는 기업형 사무장치과의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