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18 (수)

  • 구름많음동두천 17.6℃
  • 맑음강릉 20.3℃
  • 구름많음서울 18.2℃
  • 맑음대전 18.5℃
  • 맑음대구 19.0℃
  • 맑음울산 20.0℃
  • 맑음광주 18.4℃
  • 맑음부산 19.1℃
  • 맑음고창 18.4℃
  • 맑음제주 21.3℃
  • 구름많음강화 15.3℃
  • 구름조금보은 17.3℃
  • 맑음금산 18.1℃
  • 맑음강진군 18.7℃
  • 구름조금경주시 20.7℃
  • 맑음거제 19.7℃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치과의사로서의 자부심

스펙트럼

1년전부터 인터넷과 SNS상에서 한참 이슈가 되었던 ‘양심적 치과의사’라는 글이 있다. 어느 방송프로그램의 내용을 캡쳐 한 것으로 직원 없이 접수부터 진료까지 혼자 치과를 운영하는 치과의사의 얘기를 다루고 있다. 다른 치과와의 수가를 비교하고, 비보험 진료는 마치 과잉 진료처럼 느끼게 하고, 심지어 적정수가를 맞추기 위해서는 모두 혼자 할 수밖에 없다는 치과의사의 얘기… 그 밑의 댓글들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치과가 많아야 한다고 하나같이 칭찬 일색의 댓글들을 단다. 글을 읽고 사람들의 반응을 보며 내 자신과 치과의사란 직업에 대해 한참을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었던 날이었다.

젊은 치과의사들을 만나면 나오는 얘기들은 항상 비슷하다. 첫째로 어려워진 개원 환경, 페이닥터로서의 어려움, 불법네트워크 치과 및 저수가에 대한 걱정 둘째로 이와 같이 항상 등장하는 이슈가 주변에서 치대를 가려고 하거나, 자기 자식이 치과의사를 하려고 한다면 다들 말릴 것이라는 내용이다. 바꿔말하면 치과의사의 직업적 만족도와 자부심이 매우 낮다는 슬픈 사실이다.

그 이유가 과연 무엇일까… 모든 치과의사가 원대한 사명을 띠고 의료인이 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의료인으로서 환자들의 신뢰와 전문적인 지식의 존재가 직업적인 만족도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는데 최근 그 관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 아마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언제부터인가 환자는 치과의사를 더 이상 믿지 않게 되었다. 환자들의 머릿속에 진료비 =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치과진료의 수가 (다양성 및 질적인 측면)’ 라는 것이 깨져버린지 오래인듯 하다. 진료비 = ‘치과의사의 양심’ 이라고 되어버린게 현실인 상황이다. 누가 그렇게 만들었을까? 혹시 무관심했던 우리 치과의사 스스로가 그렇게 만든 것은 아닐까?
 
최근 젊은 치과의사들이 SNS나 여러 인터넷 활동을 통해서 이러한 현실에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첫 진입한 치과의사들이 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죽어라 일해서 치열한 개원가 속에 자리를 잡아야 하고, 먹고 살기 바쁜 그들에게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발벗고 나서 행동하라는 것은 굶어죽으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해결책은 하나된 치과계가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 같이 행동해야 이러한 인식들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은 행동적 젊은 치과의사들과 혜안이 깊은 치과계 선배들의 경험과 지식이 합쳐진다면 여러 방법들로 이러한 현실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날이 발전하는 치과기술 속에서 역설적으로 점점 낮아지기만 하는 진료비, 일률적인 최대 수익을 위한 치과 진료는 환자들에게 불신을 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치과계의 기술과 제도의 발전도 중요하지만 한번쯤 환자들의 치과진료에 대한 인식 개선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치과지식에 관한 다양한 전파활동, 치과계 스스로 진료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환자들에게 이를 인식시키는 것이 그 불신을 떨칠 수 있는 첫 걸음이 될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딛은 젊은 치과의사들에게 우리 치과계가 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치과의사로서의 ‘자부심’이 아닐까? 4년 혹은 6년 이상 환자의 건강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공부했던 새내기 치과의사이들기에, 습득한 전문지식을 바탕으로 행해지는 치과 진료가 진료비로 평가받는게 아니고 진료의 질과 다양성 및 전문성을 인정받고, 환자와의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료인으로서의 ‘자부심’.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강길수 연세대 치과대학병원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