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km/hr. 나의 인생의 속도이다. 내년에는 시속 56km 로 달릴 것이다.
시간의 속도는 나이와 비례한다는 것을 오십이 넘어서야 실감한다.
일주일이, 한달이 , 일년이 눈 깜빡할 사이에 꿈꾼 듯이 후딱 지나가버렸다.
2015년 올해 나에게 많은 일들이 있었고 , 힘들었고, 포기하고 싶었고, 떠나고도 싶었지만 나는 이 자리에 , 그대로 남아있고, 또 앞으로도 내 자리를 지키고 있을 것이다.
올 한 해 내가 가장 큰 결정을 내린 것은 내가 쓰던 모든 장비를 몽골 국립병원에 기증을 한 것이다.
2014년 11월 중순, 십년동안 가입했던 Y 네트워크 탈퇴, 병원이전을 한꺼번에 저질렀다.
기존 Y병원 인수가 결정되지않은 상태에서 새로 이전할 병원은 인테리어와 장비가 모든 것이 준비되어가고 있었고, 이전 개원의 최악의 현실이 나에게 다가왔다. 결국 수억원의 장비는 창고로 가게 되었고 , 중고장비를 팔아서 몇 천만원이라도 챙기라는 주위의 만류를 다 뿌리치고 , 나의 피땀이 묻어있는 소중한 나의 장비들을 기증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기증 할 곳을 찾는 것 부터가 힘들었다.
제일 먼저 선친의 고향인 북한 개성에 기증하기로 마음을 먹고 대한적십자사, 대한치과의사협회에 연락을 했지만 결과는 기증 불가였다. Adec 유니트 체어 4대, Dital Kodak CT, 파노라마, 세팔로, 오토클레이브, 컴푸레셔, 셕션, 이 모든 것을 수용할 공간과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너무 가슴이 아팠다.
차선책으로 내가 다니기 시작한 교회의 외국인 무료진료실에 기증을 하려고 목사님을 찾아갔지만, 의료시설이 아닌 교회 간이의료시설에 나의 장비들은 너무나 거대했다. 목사님께서는 장비를 팔아서 헌금을 하는 것도 의미있는 결정이라고 조언을 해주셨지만 ,중고업자에게 헐값으로 돈을 받고 팔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러던차에 몽골의료관계일을 하는 지인을 통해, 치과가 없는 몽골 옴니고비주, Aimag병원을 소개 받아서 기증행사는 일사천리로 진행이 되었다.
옴니고비주 주지사, Aimag병원장 , 보건복지부 관계자분들 께서 한국을 방문하셨고, 마침내 4월 29일 K 치과병원에서 장비기증식과 함께 협력병원 조인식을 하게 되었다. 근 6개월을 창고에서 지내던 장비들은 배를 타고 중국을 거쳐 몽골로 가게 되었다. 그러나 기증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몽골에 간 장비들은 연결하고 세팅하는 것이 문제였다. 내가 기증한 디지털 코닥CT는 몽골 전체에 한 대 밖에 없는 장비였다. 몽골 국립치과병원에서 조차 아나로그 파노라마 장비가 없는 열악한 몽골의료계의 실정을 내가 파악을 못한것이었다.
Adec 체어도 한국인 기술자가 가서 조립과 세팅을 시켜야하고, 코닥 CT 도 한국인 기술자가 가서
연결을 해야하는데,그 비용이 왕복 항공비에 인건비까지 천만원이 넘게 들어가게 된다는 것을 계산을 못한 것이다. 두 기술자에게 기증장비이니 좋은 일 하는 셈치고 인건비를 조금만 깍아달라고 사정을 해보았지만 , 한푼이라도 깍으면 가지 않겠노라는 냉정한 답변만 돌아왔다. 그러던 차에 몽골에서 우리병원에 2달 연수과정으로 온 몽골 치과의사를 통해 현지에서 조립 및 세팅 가능한 엔지니어를 소개받았고, 한국 기술자의 인건비의 1/3 에 해당하는 인건비로 모든 장비들이 세팅이 가능하다는 연락이왔고 일년간 빛을 보지 못했던 나의 장비들은 곧 몽골인들의 구강을 책임지게 될 귀한 선물이 되게 되었다. 내년 2016년에는 다시 한번 몽골을 방문하여 나의 장비들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 응원해주고 와야겠다. 드넓은 몽골 초원을 달리며 그간 쌓인 나의 분노와 미움과 고통을 다 버리고 와야겠다.
Mongolia... My Last Dream Be Forev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