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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으로서의 삶의 자세 변화

기고

얼마전 오래간만에 통화한 지인으로부터 최근의 걱정거리를 듣게 되었습니다. 몇 번의 망설임 끝에 나온 걱정거리는 다름 아닌 가족처럼 지내는 애완견의 병치레 때문이라고 합니다. 지난 추석에 성묘를 함께 다녀온 후에 시름시름 앓기에 동네 동물병원에 방문했으나, 원인을 찾지 못하고 동물종합병원에 가서야 원인을 찾아내고 5박 6일간 입원치료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살인진드기라고 불리는 이 질환은 사람에게도 치명적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있는 것 같은데, 완치방법은 사실상 없는 듯합니다. 400여만원을 치료비로 사용하고도 완치는커녕 다시 시름시름 앓고 있는 자식 같은 애완견을 보고 있자니, 거액의 치료비를 생각하는 자신으로 인해서 우울하다는 것입니다. 완치만 된다면 400만원 보다 더한 돈을 쓸 수도 있으나 그렇지도 못하다니 슬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예전에 산부인과 선생님들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개의 분만료 보다 못하다는 푸념 섞인 이야기를 들은 기억도 있습니다. 건강보험 진료비의 비현실성과 함께 비급여 진료비도 경쟁적으로 할인이 되어 의료인들의 경영상태가 어렵고, 최근에는 특히나 여러 가지 관련 사안들마다 예민해져 있는 상황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고령화로 인해서 사회전체적인 측면에서 의료비의 비중은 당분간 급격한 증가가 예상되고 있습니다. 의료환경은 그 어떤 복지부분보다 더욱 예민한 부분이고 그야말로 생존과 직결한 문제이기 때문에 국민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 공공재로서의 역할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의료인들의 처우개선(?) 문제도 이제 바닥을 쳤다고 한탄들을 하지만 그동안의 학습효과 때문인지 사회적 시각의 변화를 기대하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인 듯합니다. 최근에 진입한 의료인들의 어려운 상황들이 생존의 방편으로 왜곡되어 나타나고 있습니다. 불필요하다고 판단될 수도 있는 과도한 검사, 과잉진료로 보여질 수도 있는 치료행위, 그밖의 비윤리적인 진료행위 등이 명확한 범주에서 일어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애매모호한 경계부에서도 자행될 수 있음이 더욱 두려운 상황입니다.

더 나아가 어떤 특수한 경우를 빗대어 의료인 전체의 행위인양 마녀사냥식으로 공격하는 언론의 무자비한 선동행위로 인해서 일반 국민과 의료인 사이의 신뢰감을 무너뜨리는 무분별한 일반화의 오류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불합리한 제도, 잘못된 가치관을 심어주는 정치적 손익에 따른 비겁한 위정자들의 행태, 선동적인 언론인들의 무책임감, 비합리적인 이득만을 추구하는 대중들의 이기적 욕심 등을 상대로 투쟁하고 쟁취해서 합리적 세상으로 이끌어내야 사회적 가치가 정상적으로 안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모순점은 우리의 피상적인 권력의 최고 정점인 국민들의 의식구조가 우리 의료인들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되어지나, 우리가 투쟁하고 변화시켜야 하는 국민의 의식구조에 아이러니칼하게도 우리 자신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건강보험 수가의 비현실성과 비급여 수가의 무자비한 할인행위를 비판하면서 동시에 원가이하의 상품을 찾아서 구매하고, 대형마트에서의 1+1, 비정상적인 할인 상품을 당연시 하며, 인터넷 등을 이용한 합리적 구매를 위해서 검색하고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일상이라고, 그렇지만 의료는 다르다고 외친다고 주위의 냉소적인 시선이 변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결국 마지막 탈출구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실천과 전문가적 지성으로서 비록 경제적인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꼿꼿하게 기개를 지키는 자세 등을 유지하며 의료인 본연의 목적에 충실함을 통해서 의료인 집단의 진정성을 회복하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즉 우리 자신들은 물론 세인들도 기대하는 의료인으로서의 경제적 풍요로움을 명예롭게 포기해야할 시점에 다다른 것 같습니다. 의료인 수요의 적정성도 한편으로는 주장해야 하지만 우리의 소비문화를 낮추는 분위기 조성도 함께 전개해 나감으로써, 비록 부족해도 만족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난다면 비록 ‘돈은 없어도 가오는 살아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유성  경기지부 정책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