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월 30일 치과전문의제 문제를 안건으로 협회 임시대의원총회가 예정되어 있다. 2001년, 2014년, 2015년 세 차례 대의원총회 의결에도 불구하고 치과계 내부 합의가 도출되지 않아서, 치과전문의제도는 한 가지 제도에 대하여 3번의 헌법소원이 제기되는 등 끊임없는 논란과 반목이 있었다.
전속지도전문의 역할 자에 대한 한시적 조치는 2016년 12월 31일에 종료되고, 의료법 77조 3항, 해외수련 전문의 응시기회 제한 18조 1항이 줄줄이 위헌으로 판결이 나면서, 전문의 제도를 둘러싼 상황의 변화가 생겼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물고 물리는 논란의 반목에서 벗어나서 이제는 대한치과의사협회와 대의원들이 전문의제에 대한 해법을 마련할 때이다.
먼저 생각해봐야 할 것은 일부에서 주장하는 이상적인 의료전달체계가 가능하냐는 것이다. 1차진료기관에서 진료를 하다가, 상급기관에서 진료가 필요한 진료는 전문의에게 의뢰하고 전문의가 해당진료만 하고 다시 원래의 1차진료기관으로 환자를 보내는 구조는 이상적이고 효율적이다.
이러한 시스템의 가장 ‘핵심’은 다름 아닌 적절한 전문 진료 수가이다. 선진국 어디에도 전문의에게 전문 진료만 하라고 강제하지 않지만 모두들 전문진료만 시행하는 것은 충분한 수가체계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시스템이 가능하냐는 것은 전문 진료 수가를 적절하게 만들어줄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보존과 전문의가 근관치료를 위주로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 근관치료 수가를 어느 정도 인상해야 할까? 1977년 의료보험 도입 당시 진료수가를 관행수가의 55% 정도로 책정한 이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현재 보험수가를 억제해왔다. 이는 결국 보험진료를 하면 오히려 손실이 발생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만들었고, 손실을 비급여 진료로 메울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하지만 작년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인상률 1.9%를 제시하여 수가협상이 2년 연속 결렬되었던 현실을 생각한다면, 진료수가 현실화는 요원한 길이다.
“전문과목을 표시한 치과의원은 전문과목에 해당하는 환자만을 진료하여야 한다”는 77조 3항 이외에도, 현재 배출된 2200여명의 전문의들 중 전문과목을 표시한 사람이 드물었던 것은 이러한 기형적인 수가체계역시 그 원인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전문의는 학회가 아니라 정부에서 자격증을 주는 전문의제로 운영이 되기 때문에, 광고매체를 통해 차별화된 ‘보건복지부 인증 전문의’라는 전문의 자격을 홍보하는 곳은 증가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수년 내에 전문의들의 단체가 따로 결성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77조 3항 위헌과 함께 보건복지부 인증 전문의 자격을 이용한 홍보는 더욱 많아지고 체계적이 될 것이다.
졸업생 기준 8%를 이야기하며 출발한 소수전문의는 현재 졸업생 기준 35%에 이르러 매년 300명 가까운 전문의가 배출되고 있다. 현재 전문의 자격취득자는 2126명으로 이중 776명이 치과의원에서 진료하고 있으며, 향후 20여년이 지나면 전문의는 전체 35%에 이르게 된다. 현재 전문의제도가 유지되었을 경우 20년 후 수련을 받지 않고 개원하게 되는 일반의의 관점에서 보면 소수전문의제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결국 현재의 전문의 체계가 유지될 경우 가장 피해를 보게 되는 대상은 수련을 받을 기회가 부족한 후배 치과의사들이 입게 될 것이다. 수련기회에서 밀린 일반 치과의사들은 임상지식과 술기의 습득도 사설 스터디를 통해 마구잡이식으로 배울 수밖에 없으며, 개원을 하더라도 전문의와 경쟁에서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아스베리우스 프리취는 ‘죄를 범하는 의사(The Sinning Doctor)’에서 의사의 도덕적 죄악 중에서 가장 중한 것이 “의술에 완전한 능력을 지니지 못 한 채 의료 행위를 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더듬거리는 박애주의자보다는 능력 있는 악당에게 수술을 맡기겠다”고 까지 이야기 하고 있다. 따라서 전문성을 갖춘 다수의 과목을 신설하여 체계화 된 임상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야 한다.
서울시치과의사회에서는 전문의제도개선과 관련하여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 4600명 회원 중 1151명이 설문에 응답하였다. 주목할 것은 기수련자의 경과조치를 전제로 기존 전문과목 외에 과목을 신설해 임의수련자 및 미수련 일반 치과의사에 대한 전문의자격시험 기회를 부여하는 것에 대해 찬성 734명(63.77%), 반대 350명(30.41%), 모르겠다가 67명(5.82%)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 전문의제도개선위원회에서 서울지부는 기수련자의 경과조치가 전제된다면 미수련자의 경과조치가 동시에 시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주장하였다. 그동안 거론되었던 통합임상과는 진료 영역의 구분이 모호하고, 전문의 수련기관들이 외면하여 과정의 권위를 인정받지 못했으며, 미수련 자들에게 전문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 제도개선위원회에서도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이로 인해 전문과목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는 추후 연구용역을 통해 국민의 건강권 관점에서 경쟁력있는 과목들을 신설하기로 한 것이다.
따라서 협회가 제시한 대상자에 기수련 자뿐 아니라 미수련자를 위해 노년치과학과, 통합치의학과, 근관치료학과, 임플란트학과 등 전문성을 갖춘 다수의 과목을 신설해 경과조치를 하겠다는 안은 합리적인 대안이라 할 것이다.
이번 대의원총회에서 어떤 결정이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여러가지 결과가 가능할 것이다. 복지부가 일방적으로 경과조치가 포함된 법개정을 추진할 수도 있고, 혹은 일부에서 주장하듯이 외국수련자와 교수만 전문의 취득이 가능하도록 법개정을 할 수도 있다. 다만 77조 3항 위헌 판결 시 “의료전달체계의 공익적 요소가 있음에도 사적 이익추구가 우선한다” 한 판결을 볼 때 “동등한 기회부여” “행복추구권의 침해” 관점에서 전속지도전문의, 외국수련자의 특례가 인정이 된다면, 기 수련자 역시 동일한 수련과정을 거쳤으므로 경과규정의 근거가 된다. 따라서 후자로 선택되었을 경우 미수련자들은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전문의제도가 변화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이번 대의원총회가 전문의 문제에 대해 혼란과 반목에 마침표를 찍는 기회가 되기를 소망하며, 대의원들의 합리적인 판단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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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석 서울지부 법제이사